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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이 커피마실 때 나만 빠지는 이유

세상살이

by 채색 2008. 12. 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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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에 응모하는 글입니다>

처음 커피를 마셨던 날을 선명히 기억합니다. 왜냐하면 그 날은 밤새 한 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지요. 그 때가 어릴 적..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이었습니다. 항상 커피를 마시는 부모님과 누나들을 본받아 반 잔 정도를 마셨었습니다. 항상 "넌 어려서 안되"라고 했었지만 그 날은 허락을 하셨지요.

커피의 향기나, 달달하고도 씁쓸한? 맛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부모님이 제가 커피마시는 데에 벽을 허물고 나자 서슴없이 그 길로 커피 몇잔을 입 안에다 내리 부었습니다. 더 마셔도 좋을 듯 했지만 3~4잔 정도에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평소대로 잠을 청했지만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지요. 어린 나이에 밤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혼미한 정신 때문인지 그 다음날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커피가 저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중고등학교, 대학을 거쳐도 쉽사리 깨닫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모두들 그럴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더군다나 저희 가족들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두세잔씩은 기본으로 마십니다. 같은 피를 타고난 저로써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죠. 집에는 커피가 떨어지기도 전에 채워놓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커피가 중독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야말로 "커피 중독자"들이었죠.

중고등학교 때, 시험을 대비하여 독서실에서 벼락치기라는 것을 하지 않습니까? 지금 고백하자면 저는 벼락치기 인생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커피를 마신 밤에는 잠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커피를 마신 후 한참동안은 집중도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날 밤에는 사양치 않고 커피를 몇잔씩 마셨었죠. 오밤중에 뜨거운 커피를 홀짝대는 즐거움이 제게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차츰 차츰 커피는 저라는 존재와 상생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커피를 마시고 운동을 하면 살도 잘 빠지고 한다는 기사를 봤었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하러가기 전에 커피를 마시고 뛰었습니다. 정말로 효과가 있는 것인지, 달리기도 잘 되고 살도 좀 빠지는 듯 느껴졌으나,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커피때문인지 인식을 못하다가 마시지 않게 되자 다시 잠이 잘 왔습니다.

회식자리가 끝나고 나면 '입가심'으로 커피를 많이 선호합니다. 식당이라는 곳에는 100원 또는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커피자판기도 의례 있기 마련이지요. 요즈음에는 달라진 듯 하지만 당시 제가 속한 단체에서는 물어보지도 않고 커피를 한잔씩 빼오는 것이 절차였습니다. 그 때의 상황은 마시지 않으면 괜히 찍힐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잔을 들이켜야 했습니다. 제게 있어서 커피는 아주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이라 그 날 잠을 자지 못할 거라고는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결국 그 커피로 인해 밤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이란을 여행할 때였습니다. 테헤란 시내를 거닐고 있었죠. 그러다가 아~주 향긋한 향내가 어디선가 기어왔습니다. 걸음을 뗄 적마다 그 향기는 가까워졌고, 그것이 커피의 향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시선은 원두커피의 콩을 볶아 파는 '커피콩'? 가게였습니다. 금방금방 구워내는 커피콩의 향내가 그 주변을 쏘다녔던 것이죠.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는 당장에 가게 안으로 들어가 수많은 콩들 중 가장 맘에 드는 콩을 한봉지 샀습니다. 가격이 얼마나 싼지 우리돈 500원 가량이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커피를 끓였습니다. 원두기계는 없었지만 어찌저찌해서 마시게 된 것이죠. 물론 저는 마시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 향내의 자극은 견딜 수 없는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곤 커피를 받아들고 홀짝거렸던 것이죠. 커피 이외에 아무것도 넣지않은 '생'커피 그대로였지만 맛은 가히 나쁘지 않았습니다. 왠지 커피를 마신다는 것보다 그 향을 마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시나 그 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저는 커피와 맞지 않습니다. 자주 마시다 보면 괜찮다는 사람들의 말에도 콧빵귀를 뀌게 되었습니다. 몇일 전에도 캔 커피 하나가 온 밤을 괴롭혔습니다. 고맙다고 건네준 커피를 거절할 수 없었던게 화근이었죠. 물론 마실 때는 그런 것을 예측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지배하죠. 지금까지 괜찮았던 적은 단 한차례도 없는데도 말이죠.

커피를 마시면 집중력도 높아진다고 그러고 암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기사도 있고... 더군다나 여럿이 모이면 커피한잔이 기본인데다, 아릿따운 여성분께도 '커피한잔하실래요?'라고 말을 붙여야 할 판에 저는 왜 이렇게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향내는 저를 유혹하지만 두뇌에서 거부를 하게 되었네요. 커피를 마시고 난 후 몇분이 채 안되어 느껴지는 몽롱한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아... 저도 커피를 마시게 해 주세요!!

 

이상 자유채색이었습니다.

ps. 아래 링크된 책이 제가 첫번째로 쓴 책입니다.^^ 유라시아 여행한 이야기가 한가득 들어있죠. 따뜻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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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채색의 여행갤러리
http://www.thejourne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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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유라시아, 꿈길처럼 달린 432일!
한국 청년, 두 바퀴 자전거로 열두 나라를 가슴 벅차게 달리다.


유라시아 자전거 횡단 여행기. 세상을 향한 동경으로, 넓은 세상에는 미처 알지 못한 그 무엇인가가 더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그 무엇'에 대한 동경 하나 만으로, 만 1년 2개월에 걸친 유라시아 대장정에 나섰다. 이 여행기는 2001년부터 준비했던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해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유럽과 러시아를 횡단했던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은 2006년 6월에 시작되어 2007년 9월에 끝났다. 때로는 걷고, 때로는 달리면서 만났던 따뜻한 심성의 사람들,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연들, 추억들을 글과 그림으로 그대로 남겼다.

특히, 유라시아 대륙의 장대한 풍경을 사진으로 옮겨 담았다. 중국의 대도시들, 티베트ㆍ네팔의 주옥같은 절경, 프랑스ㆍ스페인ㆍ포르투갈의 숨겨진 길과 유적지 등 현지의 생생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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