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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불심검문 받아보니! 황당하네!

세상살이

by 채색 2010. 6. 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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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경향신문에서 천안함 관련 유인물을 배포하던 대학생이 잡혀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향신문에는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잡아 세우고서는 천안함 관련 유인물을 가지고 있던 대학생들을 불심검문 했습니다. 배포도 하지않고 그저 가지고 있을 뿐이었는데 달리던 시내버스를 세우고 다른 승객들에게 엄청난 불편을 초래를 했던 것이었죠. 그 유인물이라는 것이 별다른게 아니라 천안함과 관련한 의문점들을 나열한 것이었을 뿐 별다른게 없었다고 합니다.

기사를 보며 이 나라가 참 거꾸로 간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저도 얼마전 불심검문을 받은 적이 있어 여기에 적어봅니다. 저는 고향집이 부산이라 가끔씩 부산을 오갑니다. 22살 때부터 서울에 거의 적을 두었으니 8년이 넘은 셈이네요. 아마 왕복한 횃수를 세자면... 엄청날 겁니다. 요즘에는 바쁜 일 때문에 뜸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려가죠.

얼마전 부산에 내려가기 위해 서울역에 앉아 있었습니다. 기차시간이 안되어 그냥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죠. 5시간이 넘게 걸리기에 거의 항상 영화잡지를 사거나 읽을 책을 가져가는데요. 그 때는 영화잡지를 사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떤 '깡패' 같은 외모에 '조폭' 같은 표정을 한 아저씨가 다가왔습니다. 건들거리는 모습이 딱 영화 속 '조폭'이었습니다. 순간 당황했죠. 

그런데 와서 대뜸 한다는 소리가 '신분증 좀 봅시다' 하는 겁니다. 아니 조폭이 나한테 신분증은 왜 보여달라는지 황당했습니다. 그래서 '왜요?' 했습니다. 그제서야 신분증을 꺼내보이며 자신이 경찰임을 알려줬습니다. 괜한 객기가 생겨 '저는 아저씨에게 보여줄 의무가 없는것 같은데요' 라고 말했고, 아저씨는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거니까 협조 좀 해주세요' 라는 식으로 설득했습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슬쩍 화가나기도 했습니다. 아무 잘못도 하지않았는데, 아무 근거도 없이 남의 신분증을 보자는 것은 어느나라 법인지. 또, 그가 나에게 신분증을 원한 것은 제가 무엇인가 의심이 가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 아니겠습니까. 제가 어디가 어때서 범죄자처럼 보이는지.. 화가났습니다. 짝다리에 건들거리는 그의 모습이 대단히 건성으로 보였습니다. '이 아저씨가 정말 경찰맞나' 싶었죠.

더 끌어봐야 제 손해일 것 같아서 신분증을 꺼내보였습니다. 신분증을 손에 들고는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연락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제 주민등록 번호를 불렀죠. 통화한 쪽에서 어떤 소리를 듣고난 후 저에게 제 신분증을 내팽개치듯 주고는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헐...' 소리가 절로 나왔죠. 그런 후에 그 아저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뚫어져라 쳐다봤습니다. 정말 정말 황당했습니다.

독재정권을 배경으로 한 옛 드라마나 영화에서 젊은 사람들이 거리 위에서 불심검문을 당하는 것은 봤어도 오늘날 제가 불심검문을 당해보니 굉장히 느낌이 삐리리 합니다. 제가 법을 잘 몰라 그것이 적법한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무죄 추정의 원칙'인가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하여튼 그런 식의 불심검문은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정권이 '독재'라는 말이 있어서 그 아래의 사람들도 순식간에 '독재' 모드로 돌변하여 시키지도 않은 일들을 그렇게 하는지!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불심검문을 받던 '허씨'는 경찰과 실랑이 끝에 상처를 입혀 구속기소가 됐는데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적법하지 않은 공무집행을 한 것이어서 이 행위에 반항하다 상해를 입힌 것은 정당방위" 라고 했다 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받은 불심검문도 버스를 갑자기 세우고 불심검문한 것도 적법하지 않은 행동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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