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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의 중심이었던 수경스님 승적반납! 이제 어쩌나...

세상살이

by 채색 2010. 6. 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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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경스님, 여강선원 개원식날 생명에 띄우는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 때만 아니라 그는 죽어가는 생명을 생각할 때마다 눈물을 흘렸었죠.

오늘 아침 수경스님께서 승적을 반납한다는 기사가 불교포커스 신문에 떴습니다. 화계사 주지와 조계종 승적을 모두 내려놓는다는 내용입니다. 주변사람에게는 말을 극도로 아낀채 결정했습니다. 어제까지 수경스님이 계시던 여강선원에 있었던 저마저도 몰랐으니까요. 아침 소식을 듣고 너무나 놀랐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다행히 신문지면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왜 떠나시게 되었는지.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그는 모든 걸 다 내려놓는다고 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칠십, 팔십 노인들로부터 절을 받는 자신의 모습이 감당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정치권력에 맞서 싸웠지만 자신 또한 권력에 서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고 했습니다.

제가 여강선원에서 활동을 결심한 것도 어쩌면 수경스님 때문이었습니다. 여강선원 개원식날 스님은 자신이 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수행자들의 자기수행이 어쩌면 자신을 위해서 한다고는 하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것이 수행하며 온 생명과 함께 호흡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눈물은 순수했죠. 어쩔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환경단체들이 앞서 나가면 종교계가 뒷바침이 되어 함께하는 형상이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종교계에서 먼저나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여강선원을 개원을 한다면 환경단체들에게 좀 더 힘이 되지않을까 한다며 개원의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여강선원 개원이후 여러 환경단체의 젊은 활동가들이 그곳에서 활동하며 4대강 현장의 여러문제점을 찾아냈던 것이지요. 저도 그 중 하나였고 스님이 뒤에 계서서 든든했습니다. 

이제 그는 진짜 중답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났습니다. 휴대폰도 이메일도 모두 끊었습니다. 어떠한 연락도 닿지 않습니다. 아마도 어느 산천을 돌아다니며 자연과 한 몸이 되어 계실 줄로 압니다. 권력과 욕심을 모두 버리고 화계사, 조계종 승적 모두 버리고, 환경운동의 중심에 섰던 자신도 버린 채 떠났습니다.

4대강 운동의 중심이었던 그가 빠지며 이제 어쩌나.. 싶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우리도 그처럼 진짜 생명이 되기 위해 노력할테니까요. 비정상적인 욕심에, 권력에 눈먼자들에게 스님의 순수함을 알리기 위해 더 힘쓰겠습니다. 

| 여강선원에서 활동할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스님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지난 3월이네요. 


--수경스님이 남겨두고 간 편지 원문-----------------------------------------------------

다시 길을 떠나며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납니다.
먼저 화계사 주지 자리부터 내려놓습니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인생은
초심으로 돌아가 진솔하게 살고 싶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초심 학인 시절, 어른 스님으로부터 늘 듣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중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칠십, 팔십 노인분들로부터 절을 받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이상은 자신이 없습니다.

환경운동이나 NGO단체에 관여하면서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비록 정치권력과 대척점에 서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원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제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습니다.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멸을 아우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제 모습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제 자신의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살면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할 것 같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 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위선적인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납니다.
조계종 승적도 내려놓습니다. 
제게 돌아올 비난과 비판, 실망, 원망 모두를 약으로 삼겠습니다.

번다했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습니다.

2010년 6월 14일
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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