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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임산부 쫓아내는 4대강 공사장, 결국은...

강의 눈물

by 채색 2010. 10. 2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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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여름동안 중단되었던 4대강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강에는 다시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의 굉음이 울려퍼집니다. 물 속과 그 주변에서 살아가던 생명들은 영문도 모른 채 또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더러는 죽겠지요. 묵직하고 날카로운 삽날을 피하기엔 꾀가 부족합니다. 그저 그렇게 그 자리에 살다가 운명을 받아들이겠지요. 억울한 외침과 함께.

'단양쑥부쟁이'라고 이름붙여진 생명이 있습니다. 4대강 공사가 시작되며 가장 주목받았던 식물입니다. 가족들을 다 잃고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수만년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이 지나며 한강이 살아가는 모습에 적응되었습니다. 모습이 비슷한 다른 쑥부쟁이와는 달리 특별한 이유입니다. 단양쑥부쟁이의 살아가는 모습만 분석해봐도 한강이 어떠한지 유추할 수 있기도 합니다.

올해 초에 막 2년차가 된 단양쑥부쟁이의 모습을 봤습니다. 자갈이 깔린 척박한 땅에서 올라오는 그들의 모습에 반했었죠. '억세다'라고 생각했지만 그게아니라 다른 식물들을 피해 그곳으로 쫓겨난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살기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던 것이겠죠. 다행히 강물은 여름 때마다 물을 불려 다른 생명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주었습니다.

가을, 슬프고도 아름다운 꽃을 피웠습니다. 진보라빛 꽃이, 얇고 연약한 잎이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렸죠. 하지만 바로 근처에서 공사장의 굉음이 그들을 위협했습니다. 쳐다보면 볼 수록 안타까움 뿐이었습니다. 비록 인공의 둑이었지만 간신히 자리를 잡은 것인데... '둑이 생기고 난 뒤 물이 넘친적은 한 번도 없다.'는 주민의 말은 안타까움을 더했죠. 지금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데 뭘 공사를 한다는 건가.

몇일 뒤 다시 그곳을 찾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둑을 통째로 바꾸려는 듯 공사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단양쑥부쟁이 생육지 바로 아래에도 포크레인이 둑을 파헤치고 있었죠. 이렇게 빨리 공사가 들어올 줄은 몰랐습니다. 당황했습니다. 담당 환경청 직원에게 전화하여 물었습니다. 어쩔셈이냐고? '10월 내, 주변에 대체이식지를 만들어 옮길 예정이다.'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식물은 꽃을 피운 뒤 열매를 맺고 씨를 뿌립니다. 지금 단양쑥부쟁이는 꽃을 피운 상태이고 이제 곧 꽃이 떨어질겁니다. 그리고 씨를 맺겠죠. 인간에 비유하자면 곧 아이를 놓을 만삭인 임산부인 겁니다. 그런 상태인 단양쑥부쟁이를 아무 필요도 없는 둑방 보강공사로 쫓아내는 것은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입니다. 세계적으로 이곳에만 살고 있고, 4대강 공사로 대부분의 동족이 사라진 상태이고 스스로 생명력을 유지하는 단양쑥부쟁이는 이곳을 포함 2~3 장소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때... 이 장소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꽃이 달린 단양쑥부쟁이를 옮긴다면, 옮긴 장소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씨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2년만 살다가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씨'를 받지 못한다면 모두 개죽음을 당하는 것입니다. 또, 꽃이 진 다음 씨를 받아 대체이식지에 뿌린다면, 이 방법은 단양쑥부쟁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실행하기엔 매우 위험한 방법입니다. 그대로 두는 방법이 최선이겠고, 만약 대체이식을 한다 하더라도 내년 봄 새 싹이 날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당연히 공사는 중단되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마저도 늦어보이네요. 

몇일이 지나 다시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기가막힌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당연히 단양쑥부쟁이가 자라난 부분에는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모두 무시하고 싸그리 없애버렸습니다. 넓은 곳에 퍼져있던 단양쑥부쟁이는 극히 일부분만 남겨진 채 포크레인 삽날에 명을 달리했습니다. 어제 공사관계자와 환경청 관계자, 단양쑥부쟁이 준 전문가 등과 함께 현장에 가 공사로 인해 단양쑥부쟁이가 훼손된 사실을 모두 확인하고 인정했습니다.

만삭인 임산부를 옮기는 것도 문제였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모두 학살하는 참사가 벌어진 겁니다. T.T

올 봄에 도리섬 단양쑥부쟁이를 훼손했던 4대강 공사 관계자들을 고발했습니다.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죠. 그리고 또 고발하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단양쑥부쟁이는 대한민국 법으로 보호를 받는 식물이고 법을 어길 시 처벌을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4대강 공사장 여기저기서 이러한 불법이 벌어지고 있지만 확인되는 것은 극히 적습니다. 이번 건은 대규모라 우리 눈에 띄었습니다. 이러한 불법이 처벌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로써 부끄러운 일이 될겁니다.!



10월 초 그들은 슬픈 꽃을 피웠다.


4대강 사업의 '섬강 살리기' 구간의 13공구 지역. 남한강과 섬강이 합수되는 지점, '흥원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 콘크리트 제방 위에 겨우 자리를 잡아 살아가는 단양쑥부쟁이가 있었습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작성해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총 5,142개체가 살아가고 있었던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식 후에 공사를 진행한다고 명시되어 있었고, 
그래서 환경청에서도 허가를 했습니다. (이도 '만삭 임산부를 옮기는 격'이라 문제가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해도 엄청 났습니다. 



제방 바로 옆에도 많았고, 그 아래편에는 더 많았죠. 힘겹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결국 공사는 시작됐다.


그 몇일 뒤 단양쑥부쟁이 주변으로 공사가 들어갔습니다.
'손대지 마시오.' 라는 경고문구가 무색했습니다. 

환경청 직원에게 전활걸어 어찌된 일인지 묻자, '이식할 계획이다.'라는 답변을 들었죠.
이것만해도 문제가 있어 홍희덕 의원실에 자료를 보내 국감에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꽃이 열리고 씨가 맺힐텐데 이 시기에 옮긴다는 것은 만삭의 임산부를 쫓아내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죠. 



공사내용은 제방을 보강하는 것입니다.
제방을 세운 이후 물이 넘었던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물론 튼튼하게 버티고 있었지만 공사를 했습니다.



단양쑥부쟁이가 살고 있는 곳까지 밀어버렸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공사를 하고 있어서 환경청에 확인한 것인데 
이식한다는 대답에 - 이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니까요 - 일단 한발 물러 났었던 겁니다. 


결국...엔... T.T


다 밀어버렸습니다. 
멀리 초록색이 조금 남아있는 부분이 단양쑥부쟁이가 살아가던 곳입니다.
하지만 저 부분보다 훨씬 더 많은 곳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또한, 땅에서 막 자라나던 1년생 단양쑥부쟁이들이 엄청났었습니다.



여기 작고 가녀린 풀이 1년생 단양쑥부쟁이입니다.
씨가 뿌리를 내리고 1년동안은 이정도만 큰 다음, 다음해 초에 크게 자라 가을에 꽃을 피웁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던 이 1년생 단양쑥부쟁이는 대부분 훼손됐습니다.



가족들을 다 잃고 외로이 남았습니다. 
꽃을 피운 탓에 다른 풀들과 분명히 구분을 할 수 있는 상태였음에도 
싸그리 밀어버렸습니다. 
이제 꽃이 지고 씨가 맺히는 데도 말입니다.



앞서 보여드린 사진과 비교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겨우 이것만 남은 것입니다.
나머지는 다 사라졌죠. 
환경청 관계자와 국토관리청 관계자, 이 일대 단양쑥부쟁이 보고서를 썼던 전문가 모두 단양쑥부쟁이가 훼손된 것을 인정했습니다.


4대강 공사 규탄!!


환경단체 사람들이 모여 4대강 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섭섭하지만 기자들은 많이 오지 않았지요. 
현장에서 일어난 이런 기막힌 일들은 많이 보도되지 않습니다. 

저도 4대강 현장 돌아다니며 소식 전해드렸습니다만, 이번 사건은 황당의 극치네요. 
얼마나 공사를 졸속으로 진행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의 경우에 한 개체만 훼손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할 수 있습니다.
이걸 고발하더라도 처벌이 되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만 되겠죠. 이번 정부가 어디 가겠습니까?

제 눈앞에서 벌어졌던 이번 사건은 정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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