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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습지 생태비경 4대강사업으로 사라지나

강의 눈물

by 채색 2010. 8. 28.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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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에도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저는 주로 남한강에서 활동하다보니 다른 강의 소식들은 뉴스나 다른 블로거님들을 통해 전해듣고 있었는데요.
영산강은 이상하리만치 소식이 없어 공사를 안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방문한 영산강에도 여지없이 4대강 공사는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남한강이나 낙동강처럼 인정사정없이 파괴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진행중이었죠.
아무래도 다른 강처럼 급하게 진행되는 것 같진 않았고, 시기가 좀 늦을 뿐 곧 대파괴가 이루어 지는 듯 했습니다.

그 중 하천변 습지 중 유일하게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담양습지도 파괴가 이루어진다는데 놀라움을 금치못했습니다.
국가가 중요하다고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놓은 곳을 국가가 나서서 파괴한다는건 '싸이코패스'를 앓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힘들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정부는 싸이코패스를 앓고 있는 걸까요?

이곳 담양습지에서는 황로가 500여 마리나 발견돼 단일지역으로는 국내 최대 집단 서식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쇠백로, 해오라기 등과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된 매와 삵, 맹꽁이도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울창한 대나무 습지가 매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막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여름이 끝나면 이 일대 대규모의 공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대나무 습지는 영산강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거의 반정도(38%)가량 잘라낼 거라고 합니다. 
문제제기가 많아 파괴 규모가 더 줄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아니고, 결국 파괴되는건 마찬가지 입니다.
또, 상류와 하류는 보호구역이 아니므로 준설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담양습지도 영향을 받습니다. 
아래쪽으로 모래들이 쓸려내려가 버린다던가, 모래 유입이 더이상 없어 습지 유실이 가속화 된다던가, 상류의 유속변화로 인한 변화라던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만 일부 남겨두고 상하류를 모두 파괴한다는 건 상당히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사람 몸만 남겨두고 식사를 끊는다던가, 가둬둔다던가, 배설을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 행동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더이상 보호구역으로써 보호를 받는게 아닙니다.

결국 자랑으로 내걸었던 국내최대 황로서식지 타이틀과 수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처라는 타이틀도 다 모두 내려놓고 파괴자라는 이름을 가져가야지요.



담양습지 입구에 있는 탐방안내소 입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덕분에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두분의 생태해설가가 활동하고 계십니다. 당연히 이곳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요.  

환경부에서는 이곳이 중요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렇게 생태해설가도 배치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파괴를 용인하고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죠. (환경부 홈페이지는 4대강 홍보처를 방불케 하죠.)




안내소 앞에서 바라본 담양습지 입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저 대나무 숲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른쪽이 영산강을 끼고 있는 담양습지이고 왼쪽은 논이 있고 일부 습지로 되어있습니다.
이 둑방길은 4대강 사업을 하며 자전거도로 포장이 될 예정입니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1인으로써 이 길만으로도 훌륭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음에도
쓸데없이 자전거를 놓으려고 하는 군요. 
포장을 한 뒤는 물의 소통이 끊어져 생태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름철 복사열도 많이 생겨 사람들에게 불편을 초래합니다.




둑방에서 바라본 대나무 숲입니다. 엄청나게 짙은 숲이죠. 이렇게 짙고 깊은 대나무 숲은 처음 봅니다.




이쁘게 한번 찍어보려 했으나...




대나무 숲에 있는 터널입니다. 이 길 끝에는 민가가 있는데 그 집을 지으며 왕래를 위해 다져놓은 길인 듯 했습니다.
지금은 아주 괜찮은 생태 탐방로로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짙은 대나무 숲이지만 하층식생도 발달해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대나무의 강력한 번식력으로 인해 다른 나무류가 들어올 여유는 없어보입니다.




모 텔레콤에서 광고 배경으로 썼던 담양의 대나무밭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너무나 유명하고 사람이 많이 가는 탓에 인공미가 넘치는 반면에
이곳은 원시림처럼 느껴지고 음침한 분위기가.. 정말 자연미 였습니다.
당연히 그곳보다 이곳이 불편하긴 하지만 온몸으로 느끼는 체감지수는 수배는 높았습니다.
또, 습지의 특성으로 인해 모기들이 극성인데 긴바지와 긴팔, 모자와 장갑 등은 필수 준비물입니다.




이런 아름다움 속을 걸을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숲을 잘라내고 상하류를 준설한다면 이곳이 변한다는건 뻔한 겁니다.
새들과 육상 포유류의 보금자리도 다 날아가는 거죠.
또하나의 생명의 '대규모' 삶터가 파괴되는 겁니다.




대나무의 잎이 얇긴 하지만 하도 많다보니 낮임에도 어둡습니다.
이 사진은 영산강 쪽으로 통하는 마지막 출구 입니다.
이곳을 지나면 민가가 나옵니다.




허름한 민가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공포물을 찍는다면,
별 효과를 주지 않아도 그저 이 집만 찍어도 공포감을 준다고 생각했었죠.
주인집 사람들은 가끔 온다고만 하고, 평소엔 비어있습니다.




밝은 곳에서 숲을 바라봤습니다.
안쪽은 너무 어두워 아예 검게 나옵니다.





숲 안입니다. 자연스레 쓰러지는 것들도 있고, 사람들이 간벌을 해주는 것도 있다 했습니다.
대나무는 수명이 길지 않기 때문에 죽기전 간벌하여 공예품을 만드는데 쓴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적정양을 유지하고 있고, 또 죽순들이 워낙 빨리 올라오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강을 건너갔습니다.
이쪽에서 바라본 공포의 민가는 더 무섭게 다가옵니다.
집 주변으로 대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앞의 강이 바로 영산강입니다.
이곳은 비교적 상류쪽이라 강 폭이 넓지 않습니다.
다른 구간을 둘러보아도 이 일대에서는 이정도 폭이 평균이라 보시면 될겁니다.
그런데 이 강물의 소통을 위해서 사진에 보이는 대나무 숲을 38%가량 깎아 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준설은 하지 않는다고 얘기 했지만 상하류 다 긁어낸다면 큰 영향을 받을 겁니다.






담양습지 입구에 있는 보호지역 안내 표지판입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정하게 된 이유가 또박또박 적혀져 있습니다.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고,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뛰어난 귀중한 자연자산' 이라고 중요하다라는 표현은 몇번이나 반복해서 기록해두었습니다.

특히 협조사항에는 이곳에서 해야할 것 중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강조해 놓았는데
수위의 증감을 가져오는 행위, 흙 모래 등을 채취하는 행위, 동식물 교란행위.. 등 입니다.
이 말인즉 보호구역에서는 왠만해선 아무것도 하지 마란 얘깁니다. 특별히 이런 것들은 절대 하지 말란 뜻으로 적어둔 것이겠죠.

흙, 모래, 자갈 또는 돌을 채취하지 말란 항목에 눈이 가는데요.
왜냐하면 국가에서는 4대강 살리기를 하자면서 흙과 모래가 쌓인 강을 '동맥경화'가 걸린 강이라고 표현했거든요.
그런데 이 지정습지 협조사항에는 '동맥경화' 된 강을 건들지 마라고 되어 있네요.
같은 환경부 같은 직원일진데 윗선이 살짝 바뀌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정신병을 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행도 나름 해보고, 출장도 나름 많이 다녀본 사람으로써 생태적인 가치를 떠나서, 그저 눈에 보이는 경관적 가치만으로도 아주 아주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두는 게 최상의 선택이겠지만, 돈에 눈먼자들에게는 뭔가 '경제적' 가치를 쥐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관광지로 만들어 홍보한다면 그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경관도 우수하고 생태가치도 뛰어나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관광지로써 소개를 하고, 학생들에게는 현장학습장으로써의 역할을 한다면...
충분히 그 역할들을 해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파괴해버리고 나면 그런 것들은 다 물건너 가겠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모든 강의 모든 습지가 원수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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