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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갈대밭씬 더이상 없다. 금강 신성리 갈대밭 인공정원으로 변한다.

강의 눈물

by 채색 2010. 9. 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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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는 수백만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인기가 높았고, 지금까지도 그 명성은 자자합니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살짝 언급하자면, 남과 북의 병사들이 비무장지대에서 만나 서로 인연을 만들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그들의 우정을 통해 우리의 현실들을 극적으로 그렸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북한에 닫혀있었던 마음을 여는데 큰 힘을 했다고 장담합니다. 물론 영화속 캐릭터지만 우리와 재미있을 수 있고, 슬플 수도 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걸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죠. 저도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릴적 북한에 대한 혐오감을 많이 배웠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런 것들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마치 우리가 비무장 지대에 있는 듯한, 현실적인 배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판문점 세트장을 비롯해 다양한 모습이 현실과 비슷하게 꾸며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장면은 지뢰에 걸려 북한군 병사와 첫만남을 가지는 장면입니다. 병사들의 키보다 우뚝 서 있는 갈대밭 속에서 찍었습니다. 이런 자연적인 공간은 세트장으로 재현해내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그래픽을 사용한다고 해도 바람의 움직임이라던가 색상의 변화라던가.. 이런 것을 표현하기엔 더더욱 어려운 것이죠.

이 영화를 필두로 아주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습니다. 그야말로 갈대밭 씬의 메카였습니다. 2007년 안성기, 김상경이 나왔던 '화려한 휴가', 2008년 조인성, 주진모 주연의 '쌍화점'.. 유명한 드라마로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산', '추노' 등이 있습니다. 기타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친다면 셀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영화들의 특징을 보자면 과거를 배경으로 했다는 겁니다. 대부분 사극입니다. 당연히 이런 사극이나 오래전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는 것들은 개발되지 않은 곳을 배경으로 해야합니다. 옛날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들 말이죠. 현대에 만들어진 인공의 구조물이나 그런 것들이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물론 카메라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것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를 하게 될 겁니다.

이곳은 바로 금강 하구 인근에 있는 신성리 갈대밭 입니다. 폭이 200m에 이르고 길이가 1km가 넘습니다. 면적이 33만제곱미터에 달합니다. 이 만큼 넓은 지역에 갈대로 채워져 있는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드뭅니다. 그 때문에 갈대밭 씬을 이곳에서 많이 찍는 거죠. 

그런데 이곳도 4대강 공사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넓은 강폭에 바로 아래에는 하구둑이 막고 있고 둑방은 높아 수해피해도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슨 공사를.... 
황당하게도 이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습지이고 철새의 쉼터이지만 이곳에 '수질정화 습지조성, 큰고니 대체서식지를 고려한 식재계획', '물재생원, 자전거 탄 풍경원', '시음리 나루터, 버드광장, 바람꽃마당, 해찬나래(대체서식지)' 등을 만든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자연스러운 모습은 버리고 인공의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갈대밭 끄트머리엔 포장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흙길로 된 부분을 몽땅 도보용으로 포장하고, 일부 갈대밭을 제거하고 바람꽃마당이니 해찬나래니 만든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이미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약 필요하다면,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장을 만들고 편의시설을 확충한다거나 철새들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일부지역을 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고 그 앞에 철새전망대를 만든다거나 하면 될겁니다. 그런데 거금을 투자해 이곳을 뒤집어 놓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명성을 다 까집는 발상은 누구로 부터 나온 것인지...



공동경비구역 JSA 에서 이병헌과 송광호가 첫만남을 가지는 극적 장면. 이런 촬영이 가능한 이유는 자연스러운 갈대밭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실은 이미 탐방로 데크 공사가 이미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 규모면에서 4대강 공사로 변하게 될 모습과 비교할 수 없죠. 



제가 간 날은 비가 많이온 다음 날이었는데 이 때에도 방문객들이 좀 있었습니다. 한 연인이 데크위를 걸어가네요. 



데크는 진짜 일부만 설치되어 있고 나머지 탐방로는 다 이렇게 흙길로 되어 있습니다. 이 날은 비온 뒤라 곳곳에 웅덩이가 생겼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무리없이 다닐 수 있습니다. 자연을 느끼기 위해서는 이정도는 감수해야 합니다. 




새들 다 쫓아내고서 새 모양의 조각을 설치해 놓은 것일까요... 여튼 이런 조각들도 볼 수 있습니다. 




길은 일부러 구불구불 하게 만들어 조금이라도 자연적인 모습을 닮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보시는대로 설명판을 만들어 탐방객들이 하나라도 배워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연못도 있었는데, 이는 조성된 겁니다. 이런 연못이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이죠. 그런데 아무리 자연을 흉내낸 이런 것이라도 그 장소에 알맞는 것을 꾸며놓아야죠. 




강변을 따라 나 있는 도보길입니다. 이런 길은 신발을 벗고(상처가 없어야 합니다) 걸어도 괜찮을 것 같네요. 




갈대밭 너머로 보이는 금강입니다. 이 날은 비가 온 뒤라 물이 다소 불어있네요. 



갈림길도 있고, 표지판도 있습니다.




요즘 공원 만들 때 유행하는 형태의 정자도 있습니다. 




둑방 안쪽의 넓은 논입니다. 강의 범람으로 기름진 땅이 된 곳이죠. 물론 지금은 높은 둑방으로 범람은 일어나지 않아 많은 양의 비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곳 일부를 사들여 주차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나와있는 이 지역 조감도 입니다. 
방금보여드린 주차장이 있고, 둑방 바로 아래쪽(강변쪽)으로 주황색의 자전거 도로가 보입니다. 그리고 갈대밭 속으로 구불구불 탐방로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 지도로도 확인하실 수 있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지역을 탐방로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주요군락지를 보전한다는 얘기는 주요군락지만 제외한 나머지는 훼손하겠다는 것이고, 전체가 조화롭게 되어야 그마저 유지될 수 있는 것인데 무시하고 강행하는 것입니다.


이곳을 지키기 위한 특급 프로젝트!!
대강   하다 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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