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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투자해 겨우 썩은준설토 쌓겠다고?

강의 눈물

by 채색 2010. 8. 2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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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 낙동강 하구쪽은 옛날 옛적 오랜 옛날에 이미 다 끝난줄 알았습니다. 하구둑이 생기며 조수간만의 차가 없어지고 콘크리트로 된 둑방이 생기며 본래의 모습을 완전 잃어버렸죠. 저의 놀이터였지만 포장마차가 많이 들어서고 아저씨들의 탈선?장소가 되었습니다. 저에겐 접근이 힘든 우범지대 같은 곳이었습니다.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구포다리가 강을 건너는 유일한 수단이었을 때는 그나마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지만 커다란 다리가 몇개씩이나 드러서고 고속도로를 위한 다리도 들어온 이후에 이곳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다대항 배후도로를 만들며 둑방과 강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넘기 너무나 힘든 벽이 생겼습니다. 고속도로와 같은, 초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들을 위한 도로가 들어섰기 때문이지요. 청소년 시절까지만 해도 그나마 찰랑거리는 강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힘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발전'이라는 가면을 씌워 좋아했지만 개인적으로 그 일은 피눈물 나는 일이었습니다. 특히나 어릴 때부터 둑방을 따라 을숙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많이 다녔는데 그 때의 풍경과 지금은 천지차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로지 '편리'를 위한 강변이 못마땅했죠.

스무살 이후엔 계속 외지생활을 한 탓에 이후 어떤 변화가 생긴지 몰랐습니다. 가끔 가족들로부터 '강변에 삼락체육공원이 생겼는데 좋더라' 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뭔가를 굉장히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고 쉴만한 장소도 잘되어 있다고 했죠. 그래서 부산에 머무는 동안 자전거를 타고 가끔 갔었습니다. 마치 한강 고수부지의 체육시설처럼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원래 그곳에는 비닐하우스가 가득 차 있었지만 미처 그 생각은 못했었죠.

그곳을 몇년만에 찾아갔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 때문이었죠. 저는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 기억속에선 그곳에서는 뭔가 크게 피해받을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어릴적 망가진 강변모습이 가슴속에 새겨져 있고, 다대항 배후도로 때문에 뭔가 있더라도 뭐가 있겠나 싶었거든요.

삼락체육공원은 삼락둔치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었고 그 뒤 광대한 부지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겁니다. 2002년 실시계획을 하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500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체육공원과 생태복원사업을 했습니다. 특히 이 변화과정에서 농민들은 뼈아픈 고통을 겪었으나 결국 부산시와 시민단체들과 협의를 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농사를 짓던 모든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기존 땅의 2/3를 반납 후 나머지 땅에만, 그것도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기로 했다고 합니다. 

2006년도에 삼락둔치의 정비사업이 끝난 후에 농민들은 땅을 일부 되찾았습니다. 당연히 부산시와 협의를 하여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신 무농약은 물론 비닐하우스도 전혀 쓰지않는, 그러니까 강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 형태의 농사로 결정했습니다. 농민들은 기존 땅의 1/3 에다 완전 유기농 농사이기에 다소 힘들긴 하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부산사람들은 가까운 곳에서 유기농 채소를 사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공사이후 땅이 망가져 소출이 매우 적었다고 합니다. 올해부터는 땅이 안정되어 정상적인 재배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부산시장이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정책이었죠. 실제로도 자랑할만큼 잘한 정책이기도 했습니다. 농민과 시민단체, 지자체 등 3자가 합의하여 생태도 복원하고 유기농 농사를 짓게했으며 시민들의 쉼터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몇마리를 토끼를 잡은 셈이었죠.


이 꿈은 '4대강 살리기'라는 해괴한 사업이 들어오면서 사라져갔습니다. 엄청난 예산은 물론 농민들의 피땀이 섞인 이 땅에도 4대강 사업은 피해가지 않았습니다. 사업 내용은 극히 황당한데요. 500억을 투자하고 수년간의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 곳인데, 단지 준설토 적치장으로 쓰겠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하구둑과 수키로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곳, 특히나 사상구 일대의 공장들이 수십년동안 폐수를 배출했던 곳입니다. 당연히 강바닥에는 엄청나게 오염된 흙이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하구둑으로 인해 오염된 흙이 제대로 빠져나가지도 못한 상태지요.

그러나 이곳에서 맹꽁이가 발견되며 적치장은 임시로 강건너 대저쪽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곳은 철새도래지로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되어 있는 곳입니다.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옮길 수 있었지만 자기들 마음대로 옮겨 문제가 됐었죠. 더군다나 옮겨간 곳도 귀이빨대칭이 라는 멸종위기동물(조개)가 살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도저도 못하게 된 정부는 결국 농민들의 농지를 빼앗게 된 것입니다. 맹꽁이나 귀이빨대칭이 보다 농민들을 쫓아내는게 더 쉬워보였던 것이겠죠. 부산시와 농민들간에는 '당대까지는 농사를 짓도록 허가한다'는 협의를 했습니다만 부산시에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농민들로써는 너무나 황당한 상황입니다. 농사짓던 땅 2/3를 포기하고, 손이 엄청 가는 유기농 농사로 바꾸는 큰 결단을 했었습니다. 또, 이건 부산시장이 스스로 잘했다고 떠들고 다니던 치적이었습니다.


삼락둔치 깊숙이 들어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름대로 생태복원을 잘 해 놓았습니다. 이 일대 전체가 비닐하우스 단지였다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습지화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이로운 공간이 될 곳이죠.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강물에게도 물고기들에게도... 또한 유기농 농사로 바꾼 농지도 큰 역할을 할 차례였습니다. 기존까지도 부산시에 들어가는 채소의 40% 가량을 담당하는 곳이었고, 이제는 가까운 곳에서 아주 깨끗한 유기농 야채를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라집니다. 썩은 준설토를 쌓을겁니다. 각종 오염물질들은 토양을 오염시켜 다시는 농사를 짓지 못하게 만들겁니다. 주변 습지에 쌓지않겠다고 했지만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낙동강에서 퍼내는 엄청난 양의 준설토가 있기 때문에 하구 일대의 더러운 준설토는 쓸 일도 없습니다. 지금 처리하지 못하는 준설토는 앞으로도 처리하기 힘듭니다. 수년 또는 십수년동안 부산시의 흉물이 될 겁니다. 이 일대에서 여가를 즐기던 부산시민들은 무관심과 침묵의 댓가로 큰 고통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수차례의 협상시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그 땅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이 땅을 일군 노력은 둘째치고 이곳을 떠나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산시에서 내놓은 보상금으로는 그 어디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없다 합니다. 경남일대의 농지가격만해도 평당 2~30만원인데 이곳의 보상금은 그의 1/10 수준입니다. 다시말해 죽으란 소리밖에 안됩니다. 한 평생을 농민으로 살았고, 할 수 있는 것도 농사인데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어떡하겠습니까.

결국 계속 연기되던 행정대집행이 오는 9월 1일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날 사람들을 동원해 농지를 철거할 예정이지요. 농민들과의 마찰은 불보듯 뻔합니다. 이 땅에 목숨이 걸린 사람들은 철거를 막는데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왜 썩은 준설토를 쌓기 위해서 이 수많은 목숨을 빼앗으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농지가 철거되고 썩은 준설토가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삼락둔치의 모습...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아래버튼 클릭 부탁드립니다.
 



삼락체육공원을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농경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입구엔 농민들과 시민들이 걸어둔 현수막이 있습니다.




고랑을 낸 밭입니다. 정부에서 걱정하는??? 비닐하우스도 없으며 농약도 쓰지 않습니다.
이곳에 산더미같은 적치장이 생긴다는 것.. 상상이 되십니까?!




밭을 갈고 있는 할아버지.
저의 일행이 할아버지에게 접근했을 때 '한나라당이냐?' 라고 대뜸 물으며 카메라를 제지했죠.
질문을 대강 이해하고 우리는 이곳을 지키려고 하는 쪽이라는 식으로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웃음지으며 사진 찍으라고 말씀하셨죠.
가슴이 아팠습니다.




또다른 채소밭입니다.
여느 시골의 밭처럼 밭두렁 위에 비닐하나 없습니다. 작물이 달라 그런것도 있겠지만 비닐하우스 없이 하는 농사들 중,
그러니까 길에서 노출된 밭 중 비닐이 없는건 거의 못본 듯 합니다.




붉은 글씨로 제한사항들을 적어두었습니다.
또 이곳 농민들은 이 사항들을 잘 지키고 있었습니다.
잘 적혀있듯 이곳은 하천법과 문화재보호법(천연기념물)을 적용받는 곳입니다.
강물을 오염시킬만한 사항을 해선 안되고 철새들에게 크게 영향을 줄만한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썩은 준설토를 쌓겠다니 이 경고판이 정말로.. 정말로.. 무색하네요.




농민들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많지 않는 분들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채소의 양은 엄청납니다.
부산에 공급되는 약 40%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아예 사라지게 된다면 부산시민들은 먼 곳에서 채소를 사먹어야 하고
비용의 증가는 불보듯 뻔합니다. 신선도도 떨어지고 환경오염도 높아지게 되죠.(차량이동으로 인한 탄소배출 등)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신천지가 펼쳐집니다.
2006년도에 복원을 끝내고 4년이 지난 지금 이제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각종 습지식물들이 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이로울 수 있는 공간이나 이제 이곳도 볼 수 없게 될 겁니다.




부산시민들은 이곳을 좋아했습니다. 저도 이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 고향이라 친구들, 지인들에게 좋다는 소릴 참 많이 들었죠. 그런데 직접 와보니.. 정말 좋네요.
부산시장이 치적으로 내세울만도 했습니다.




팔을 번쩍 들어 사진을 찍어도
습지 안쪽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깊습니다. 당연히 이 속으로 걸어들어간다는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자연을 위해 내 준 땅입니다.
시대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거꾸로 흐르게 되었죠.




맹꽁이 트랩입니다. 맹꽁이를 조사하기 위한 장치죠.
이곳엔 수많은 맹꽁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복원 뒤 이렇게 돌아온 것이죠. 앞으로는 어디로 가야할지...




더 안쪽에 있는 못입니다. 여느 습지에나 이런 못은 몇개씩 있지만 이곳에서 보는 못은 또 남다르네요.




버드나무 쉼터.
한가로이 자전거를 타다가, 걷다가 이런 곳에서 낭만을 즐기며 쉬었다 가는 겁니다.




갈대들이 가득 찼습니다. 광활한 습지를 찍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을만큼...




왼쪽은 적치장으로 쓰려고 하는 농경지부분이고 오른쪽은 삼락체육공원입니다.
해질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뛰고 있는 부산시민들,,
적치장이 된 이후에는 이렇게 아름답게 뛸 일은 없을 겁니다.




삼락체육공원... 조금 멀리서 본 모습입니다.
이곳엔 다 있습니다. 인라인 트랙, 조깅 트랙, 야구장, 축구장, 구불 구불하게 된 거시기... 인라인, 자전거 묘기 연습장?? 같은 것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썩은 준설토를 바라보며 해야겠네요.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부산시 홈페이지에 가서 항의 글이라도 남겨보자구요.

9월 1일 행정대집행이 진짜 집행된다면 이곳은 완전 난장판이 될겁니다. 일부러라도 더 망쳐놓을 겁니다. 남한강에서도 그랬듯이...
그 전에 한번 가셔서 이 지역의 실제 모습이 어떠했는지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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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하다 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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