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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세종대왕릉 수장위기, 아시나요?

강의 눈물

by 채색 2010. 6. 3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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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영릉)에 다녀왔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장’될 위기라 변화 전 원래의 모습을 보고싶었지요. ‘수장’하면 물 속에 갇히는 것을 상상하시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강과 연결된 지하수위의 변화로 릉 일대에 습지가 생겨 형태가 변할 수도 있고, 수맥이 높은 압력으로 견디지 못해 갈라져 릉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수장되나?


세종대왕릉(영릉)은 남한강과 바로 인접해 있습니다. 남한강 쪽에는 준설을 하고, 보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주보이지요. 여주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이 가두어질 지는 모르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수위가 현재보다 약 1m정도 상승할 거라 이야기 합니다. 준설한 깊이 + 1m 정도가 이전보다 늘어나는 물의 양입니다.


여주보로 인해 1m 수위가 상승한다는 가정으로만 가두어지는 물의 양은 1800만톤 가량 늘어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계속 흘러만 왔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주변 환경에 미칠영향은 매우 다릅니다. 강바닥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육지의 수맥은 아주 아주 큰 압력을 받게 됩니다. 심지어 육지쪽에서 물이 올라와 습지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게 바로 수장이지요.


이는 정부측에서도 인정하는 내용으로, 이로인해 수장되는 논들을 농지리모델링을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준설토를 가지고 논을 메꾸어 땅을 더 높인다는 계획이지요. 하지만 오랜기간 농사를 지어온 기름진 땅을 물에 잠겨있던 말끔한 모래로 바꾼다는 것은 말이 안되어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다시 기름진 땅으로 바꾸기 위해선 몇년이 걸려야 할지 모르는 일이죠.


또, 암반으로 된 수맥의 붕괴로 영릉 일대의 지형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릉 일대의 일부분이 함몰될 수도 있고, 생각하긴 싫지만 릉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세종대왕릉은 어디?


세종대왕릉은 여주보와 2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세종대왕릉 옆 효종대왕릉은 강과 더 가까운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구요. 그래서 정부든 공사관계자든 영향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문화재가 ‘점’이 아니라 ‘영역’이라는 점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입니다. 주변환경과 릉이 어울려 있을 때 그 가치가 더하는 것이지 박물관의 유물처럼 작은 공간에서 보호한다고 보호되지 않습니다.





일반인들도 조상의 무덤에 물이 차지 않도록 하는데!


지금은 그런 프로그램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디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TV프로그램을 통해 ‘음택풍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후손들이 앞날이 하도 안풀려서 알고보니 조상 묘자리가 이상하다는 것이었죠. 묘자리를 파보니 물이 가득하여 후손들이 벌을 받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음택풍수를 통해 좋은 묘자리를 잡고 이장하니 그렇게 잘 나갈 수 없었다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세종대왕릉이 그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좋은 묘자리의 갖가지 요소를 다 갖추어 후손들이 잘 풀리도록 도와주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이곳에 물이 찰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인 믿음에 따르면 그 때부터는 우리 후손들의 앞날이 꽉~ 막히게 될 수도 있겠네요.


특히나 이런 것은 사업하는 배부른 아저씨들이 더 챙기죠. 자신의 사업이 잘 풀리도록 애꿏은 조상님들 탓하며 이리 이장하고 저리 이장하고 합니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조선 최고의 성군으로 불리고 그 덕분에 우리 후손들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세종대왕


세종대왕은 삼척동자도 알고있 듯 조선 역사에서 아주 큰 공을 세운 왕으로 유명합니다. 최고의 성군이라고 불리고 있지요. 과학자 뿐만 아니라 인문학자들을 양성하여 측우기, 혼천의 등 실생활에서 유용한 물건들을 발명하도록 도왔고, 특히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을 연구하고 배포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가 그 당시 이런일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아주 복잡한 문자를 쓰게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에게 세종대왕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보고 배울만한 가치가 충분하지요. 이런 릉을 통해 그와의 연결고리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더군다나 이곳은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


세종대왕릉(영릉)은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작년 6월 30일이죠. 다시말해 이곳은 한국인들의 유산일 뿐 아니라 세계인의 유산인 것입니다. 만약 이것을 훼손한다면 인류의 유산을 망치는 꼴이되는 것이죠.


또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은 세계인들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가치가 탁월하기에 관광 시 부담없이, 고민없이 찾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일대 관광수입도 높아지게 됩니다. 정부가 좋아하는 ‘경제적’인 논리로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죠. 그리고 세종대왕의 가치를 세계인들과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보 설치시 세계문화유산 해제 가능성


보를 설치하게 되면 수위가 상승하고 문화재영역까지 수위가 올라오게 됩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능이 일부 수장되어 경관훼손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세종대왕릉(영릉)은 세계문화유산에서 해제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세계유산이었던 드레스덴 마을의 엘베계곡은 다리를 하나 놓았고, 이후 경관훼손을 이유로 위기목록에 올랐다가 결국 해제되었습니다. 세종대왕릉도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여주보 건설 후 경관이 달라진 다음 세계유산 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할 겁니다. 그런다음 이에대한 결정은 나오겠지요. 그런데 이 사태에 대한 논란은 물론이고 해제되었을 경우 범국가적인 쪽팔림은 어떡하실런지... 문화재의 가치에 대한 인식은 물론이고 강에대한 인식조차 바닥이란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일이 되겠지요. 물론 생명이 죽어간 강과 원래의 모습을 잃은 성군의 묘는 ‘또’ 기억속에서, 사진속에서나 찾아야하겠지요.



| 지도 : 다음지도.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이 있는 '영릉' 문화재구역입니다. 보시는대로 세계문화유산의 영릉 문화재구역은 이렇게 넓은 영역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바로 위에 붉은 동그라미를 친 것이 여주보입니다. 저 보로 강이 막히게 되면 파란색으로 표시한 강의 유역이 1m 가량 수위가 상승하게 되는 것입니다. 


| 이곳이 세종대왕릉입니다. 이렇게 넓은 지역에 걸쳐 조성되어 있는데, 만약 이 일부라도 경관변화가 생긴다면 조선 최고의 성군의 묘가 망가지는 것입니다. 또, 세계문화유산에서도 해제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구요.




| 혼천의와 자격루. 교과서나 그런데서 너무나 많이 봤던 것입니다. 이곳에가면 세종대왕 때 발명된 것들은 물론 훈민정음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홍살문입니다. 이 문에서 저곳 작은 기와집(정자각)까지는 신성한 길로, 참도라고 부릅니다. 



| 크게 돋운 땅 위에 봉분이 있습니다. 얼핏보면 경주의 릉들과 닮아있습니다.




| 세종대왕릉 바로 앞에서 본 모습입니다. 소나무들로 둘러져 있고 가까이만 가더라도 경건한 마음이 생깁니다.




| 묘 앞에서 세종대왕을 지키고 있는 석상입니다. 그의 피부가 벗겨진 모습만 보더라도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석상 하나하나만 뜯어보더라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작년에 '공감코리아'에서 내보낸 기사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엘베계곡이 세계유산에서 해제되었을 때 '불명예'다 뭐다하며 그들을 조롱했지요. 하지만 우리는 세계적으로 더 큰 조롱거리를 만들고 있지요. 이 기사를 쓴 공무원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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