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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에 설마 비행장이?!

강의 눈물

by 채색 2010. 6. 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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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내늪이라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충주의 남한강 유역에서 가장 넓은 습지대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는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는 물론이고 수달, 삵, 황조롱이, 그리고 멸종위기종이 아니지만 고라니, 너구리, 할미새, 깝작도요 등(<- 제가 아는건 여기까지) 엄청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습지대이니 만큼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하게 살고 있는 것이겠죠. 

이곳도 4대강 사업 구간으로 지정되어 있었지만 공사는 한동안 하지 않았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공사업체의 부도 때문이라고 얼핏 듣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공사가 재개되었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것인데, 마치 비행장이라도 지으려는 듯 거대한 불도저로 쫙! 밀어버렸습니다. 당연히 비내늪 전체에 비하면 아직까지는 일부라고 할만큼의 좁은 공간입니다만 어떻게 무식하게 저렇게 밀어버릴 수가 있는지요. 바리깡으로 머리 미는 것도 아니고.

비내늪의 다른 지역도 이렇게 밀려 버릴거라 생각하니 정말 치가 떨립니다. 남한강의 습지가 이제는 강변 곳곳에 조금씩 남아있을 뿐 이렇게 대규모인 곳은 이곳 한 곳 뿐이거든요. 강변 습지가 동식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강물을 여과해준다던가 물을 머금고 있다가 뱉는다던가 하는 기능으로 아주 이롭게 작용을 하는데 이걸 이딴 식으로 그저 밀어버리는 건 무슨 발상인지요? 심지어 이곳은 너무나 외져서 평소에는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는 그야말로 야생의 천국이지요.

어떤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공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또 모를까 이곳을 파헤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파헤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은 수두룩 합니다. 6.2 지방선거에서 투표로 분명히 표현 됐건만 공사를 강행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겠다는 처사겠지요. 



| 무슨 비행장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수풀과 그 속에 있는 새집과 고라니 쉼터와 삵의 보금자리가 있던 곳을 이렇게 밀어버리다니요!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 저 깃발들 정말 싫습니다. 저 깃발만 꽂히고 나면 중장비들이 들어와 싸그리 밀어버립니다. 피도 눈물도 없습니다. 그 속에 무엇이 있든간에 밀어버리면 그만입니다. 



| 다지기만 하면 활주로라도 될 것 같습니다. 어휴,,, 정말로 말문이 막히네요.



| 오른쪽 풀숲이 이쪽 원래의 모습이죠. 이제 오른쪽도 서서히 밀리겠죠. 그리곤 뭐가생길까요? 생태공원? ㅋㅋㅋㅋ





| 너무나 화가 납니다.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은 땅을 차지해야, 얼마나 더 많은 땅을 개발해야 그만둘까요. 
제발 이 세상에는 우리만 있다는 생각을 접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시확장이다 골프장이다 뭐다 해서 쫓기고 쫓겨난 그들입니다. 
이곳은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오지임에도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겁니까!?



| 중장비가 들어가기 쉽게 작업로를 만들어 놨습니다. 이곳에서 오른쪽 나무들을 야금 야금 뽑아내며 트럭으로 실어 '폐기물 취급소'로 가겠지요. 이런 숲이 개발업자에게는 그저 폐기물입니다.



| 숲을 파괴하는 저 포크레인 보이시죠? 그냥 아작을 내는 겁니다. 저 쇳덩어리가 닿는 곳은 그대로 밀려버리는 거죠. 



| 그나마 남아있는 다른 쪽 풍경입니다. 자연스럽게 풀 숲과 나무 숲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이 속에서 작은 벌레들, 곤충들이 살고 그것들을 먹는 새들도 많습니다. 이런 새를 먹는 맹금류나 삵같은 것도 살고 있지요. 
또, 풀이나 열매를 뜯어먹고사는 고라니도 여러마리 있구요. 너구리 이런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개구리, 뱀 같이 양서류 파충류들도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현장소식을 전하는 제 마음이 참 무겁네요. 도리섬이나 바위늪구비 같이 너무나, 너무나 아름답고 풍부했던 곳도 다 망가졌으니 이 비내늪이라고 오죽하겠습니까. 이 무모한 개발사업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네요. 많은 사람들이 투표로 말했지만 그마저 무시당했습니다. 정부에 속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저 윗사람만 바라보며 양심은 어딘가에 팔아버렸나 봅니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던가요?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들과 우리는 서로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망가지게 되면 우리도 결국에는 망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왜 따로 생각하는지요. 그런 얘기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이고, 영화속에서나 말하는 것이라서요? 웃음만 나옵니다. 제발,, 제발,, 그만 두세요. 이미 투입된 5조가 아니라 미래에 받을 수백조의 고통을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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