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팬츠에 하이힐을 신고, 정상에 서다.
몇 년 전, 덕유산에 혼자 갔습니다. 아래 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무주구천동 계곡을 거쳐갔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도로 옆 도랑이었습니다. 유명세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 싶었는데, 그 느낌은 제가 지나가던 그 도로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오랜만에 산에 오르고 싶었습니다. 향적봉 아래에 있는 산장에서 하루를 보내려는 마음에 조금 늦은 오후였지만 열심히 올랐습니다. 산 중턱까지 들어선 백련사 때문에 몇 번이고 차량과 마주쳐야 했습니다. 간만에 찾아간 산이었기에 그 차들이 너무 얄밉더군요. 절도 얄밉긴 마찬가지였구요. 절을 지난 후로는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도심에서 찌든 때들이 땀과 함께 한꺼풀 두꺼풀 벗겨져 나가는 듯 했습니다. 시원했지요. 늦은 봄 날의 덕유산 바람은 시원했습니다. 숲에서 느껴..
지구를 지켜라
2009. 6. 19. 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