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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환자 의사진료 30초, 겪어보니 서럽네

세상살이

by 채색 2010. 8. 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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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병세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당뇨를 좀 가지고 계신데 그것의 합병증으로 심장기능의 약화(심부전증)가 온 듯 합니다.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몇일전부터 기침을 평소보다 더 심하게 하더니 잠도 제대로 못자서 병원에 데리고 와 검사를 했다. 그랬더니 기침이 문제가 아니라 심박이 정상인의 25%정도밖에 안된다더라. 입원을 해서 경과를 지켜보자 해서 입원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가끔 입원을 하셨지만 이번만큼은 심장의 문제라 걱정이 컸습니다. 일흔이 넘은 연세라서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가 맡은 사회적 소임을 잠시 내려두고 고향 부산에 내려갔습니다. 지금까지 부모님 걱정에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지만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비슷한 연세의 유명인들이 얼마전 명을 달리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기차안이라는 다소 개방된 공간에서도 눈물은 계속 흘렀습니다.


싸늘하고 비가 많이 오던 서울과는 달리 부산은 무더위가 기승이었습니다. 역에서 병원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가 아버지를 맞이했습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많이 늙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출근을 미루고 자리를 지키고 있던 매형과 교대를 한 뒤 아버지를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침대 옆에는 커다란 산소통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코의 가는 호스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심장의 약화로 산소의 비율을 높이는 장치인 듯 보였지요. 또, 소변을 볼 때마다 양을 체크해야 했습니다. 대사량을 판단하고 몸의 이상징후를 파악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심한 기침 때문에 눕지를 못하는 것이었죠. 고개를 젖히고 뒤로 조금만 눕게되면 여지없이 기침이 나왔습니다. 때문에 입원을 하고난 뒤 이틀동안은 잠도 제대로 못주무셨다고 했습니다.

그런 탓에 저와 함께 있는 동안 계속 고개를 숙이고 졸았습니다. 금방 이야기를 하다가도 잠이들어 식탁을 올려두고 베개를 놓아 편하게 주무시도록 도왔습니다. 엎드려 자는 것이 그렇듯 다리에 쥐가나고 숨이막혀 편히 잠을 자지는 못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깨와 팔, 다리를 주물렀습니다.

오후에는 병실을 옮겼습니다. 조금 더 전문적인?, 산소통이 필요없는 병실이었습니다. 의자 뒤에 산소가 나오는 구멍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편하게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었죠. 그런데 그러는 동안에 식사는 정시보다 한시간가량이나 늦어졌고, 짐을 옮기는데 여러가지 에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원래 병동과 옮긴 병동을 오가며 간호사에게 물어보아도 해결했다는 대답들이었죠. 


여튼 저녁시간동안은 가족들이 다 찾아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밤동안은 제가 돌보기로 하고 다들 돌아갔죠. 아버지는 눕지 못하고 계속 어설프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랬기에 깨길 반복했죠. 저역시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부축하고 주무르고를 반복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여러가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간호사들이 다녀갔습니다. 하나같이 싹싹하고 친절했죠. 무뚝뚝한 아들보다 나아보였습니다. -.- 아버지는 기침을 심하게 하셔서 또 잠을 계속 앉아서 잔 탓에 어깨와 다리의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근육통이 생긴 듯 했죠. 간호사들은 아침에 의사가 왕진할 때 말하면 처방을 해주겠다 했죠. 그렇게 하면 되겠다 싶어 기다렸습니다.


어설픈 밥을 먹고 목욕을 시켜드렸습니다. 어릴 때 매주 목욕탕을 함께 갔던 그 때와는 다른 몸이었습니다. 노인의 몸이었죠. 처음으로 아버지의 온 몸을 쓰다듬으며 이곳저곳을 씻겨드렸습니다. 어떤 생명이든 생사가 순환한다는 것은 절대 진리이지만 막상 아버지의 이런 모습은 받아들이기 힘든 슬픔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병인지, 치료는 어떤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금까지 검사했던 결과는 어떠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입원치료를 해야하는 것인지, 치료를 하면 나을 수 있는 것인지 등등 궁금한게 태산처럼 쌓였습니다. 가족들 누구도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저 ‘한 일주일 지켜봐야 한다’는 것 이외엔 말이죠.


아침시간에 의사는 왔습니다. 잠은 잘 잤는지, 몸 상태는 어떤지 몇가지 질문들을 던진후 대강의 답변을 얻은뒤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저의 생각은 저만의 생각이었습니다. 어깨와 다리가 아프다는 것에 대해서는 고개만 끄덕인채 자릴 떴죠. 불과 30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이었죠. 전날 낮에 도착해 하루 뒤 아침까지 의사를 단 한번 만났지만 대면시간은 단 30초였습니다.


의사 1인당 돌봐야 하는 환자수가 많다는 것은 이미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충분히 숙지된 상태이긴 했지만 직접 겪어보니 서러웠습니다. 환자 상태를 간호사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확인하고 또 검사하고 했지만 결국 판단은 의사가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의사의 의견이 궁금한 것은 환자 보호자로써 당연한 것인데 그 질문을 할 겨를조차 없이 떠난 그들이 너무나 얄미웠죠. 


아픈 어깨와 허벅지에 붙일 파스라도 처방받고자 다시 의사를 찾아가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두시간이 다되도록 무소식이라 그냥 근처 약국에서 사다 붙여버렸습니다. 파스를 붙이기 전에 홧병이라도 날 듯 했기 때문이었죠. 


다행인 것은 아버지가 이 병원을 주로 다닌 탓에 항상 진료를 하던 의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의사는 따로 찾아와 아버지의 상태를 살폈는데, 아버지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을 다 꿰고 있는 듯한 포스를 풍겼습니다. 몇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갔는데 그 과정에서 저는 안정을 찾았습니다. 아침에 찾아왔던 주치의보다 몇배는 믿음직스러웠죠. 아버지도 그 의사가 다녀간 뒤로는 마음을 더 놓는 듯 했습니다.


의사가 환자 앞에서 쏟는 시간은 이렇듯 짧지만 그 이면에서 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시간은 길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처방과 치료를 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루에 다섯번도 더 혈압을 재고, 엑스레이를 찍고, 한두번 피검사를 하며, 소변 때마다 량을 확인하는 등 치료를 위한 여러가지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상태는 갈수록 호전되고 있구요. 


그럼에도 짧은시간동안만 마주할 수 있는 의사에겐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아파죽겠다고 자꾸 이야기하는 환자의 보호자로써 서러운 마음 감출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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