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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왈, 제발 데모하는데 가지마라.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09. 6. 2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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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제발 데모하는데 가지마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서거이후 TV를 통해 집회화면이 여러번 나왔고, 그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진압도 함께 보도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작년 촛불집회 때도 마찬가지로 가지 말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지만 대부분 ‘앞에 나서지 마라’ 정도로 끝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어머니 목소리는 예전과 다릅니다.

어릴 적 대학생들의 시위나 집회를 TV를 통해 참 많이 봤습니다. 90년대야 당연히 시위대의 폭력적인 부분만 부각시켜서 보도했기에 반감이 컸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것도 아니기에 정확한 정보는 물론이고 대강의 정보도 얻기가 힘들었지요. 아니면 관심이 별로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시험준비를 할 때, 사물놀이패를 앞세운 운동권학생들의 행사는 참 거슬리는 것이었습니다. 큰 문제도 없어 보이는데 그들의 모습은 당장 지구가 망하는 것처럼 느끼게 했으니까요. 특히 학교 들어가기 몇 년 전 연세대 사태가 저의 뇌리속에 있었기에 더 그랬을 겁니다. 대학생들의 극단적인 폭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모습으로 비쳐졌습니다. 그 후로 ‘운동권’ 학생들에 대한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도 잘 모르면서요.

하지만 최근의 여러 사건들을 보자면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됩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면이 있습니다. 특히나 저 개인에게 있어서 낙동강을 망치는 일만큼은 뜯어 말리고 싶습니다. 저의 고향이 낙동강 하구와 가까운 구포라는 지역인데요. 어릴 적 하구둑이 생기면서 일어난 그 일대의 변화에 정말 정말 충격이 컸습니다. 최근에 그 하구둑 건설을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일 때 그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듣고 얼마나 경악했는지 모릅니다. 하구둑이 생기면서 일어난 변화보다 훨씬 더 끔찍한 변화가 전국적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말도 안됩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우리나라가 국가이념으로 표방하는 ‘민주’라는 개념이 그것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나라살림을 맡아서 할 사람도 국민들이 직접 뽑습니다. 그래서 뭔가 잘못됐나 싶으면 이렇게 잘못되었으니 바로잡아달라.. 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보통 대부분 무시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강력한 방법 중 하나로 거리에서 캠페인을 하고 집회와 시위를 하는 것이죠. 분명히 민주주의의 국가는 그런 것이 필요합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항상 올바를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구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갔습니다. 광우병 때문에, 대운하 때문에, 시위자들에 대한 과도한 진압때문에. 하지만 국민들의 주장을 제대로 들은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항상 그 사태를 경찰과 검찰을 앞세워 사람들을 처벌하곤 그냥 무마시켜 버렸습니다. 당연히 힘이 없는 (원래는 가지고 있지만 정부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 힘이지요.) 시민들은 폭력적인 경찰앞에서 두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지만, 그것 역시도 거짓이었습니다. 관련 연구원의 폭로가 있었고 정부는 또 그를 처벌하고는 아니라고 발뺌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4대강 정비사업을 빌미로 대운하 사업 때 내세운 것보다 훨씬 더 극심한 파괴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 경험한 '하구둑 충격'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가만히 있는다면, 강바닥을 뒤엎고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것은 물론 우리들이 먹어야 할 식수를 오염시킬 겁니다. 생명이 살 수 없는 물은 먹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흘러야 하는 물을 가두어 두고 썩게 만들 것입니다. 공사가 끝나자 마자 다시 복원을 해야할 것입니다. 아니 공사를 하던 도중에라도 재앙이 닥쳐 그만둬야 할지도 모릅니다. 당장 물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갑니까. 모두들 아니라고 말하지만 딱 그들과 그들의 추종자들만 맞다고 우깁니다. 자신들이 고용한 전문가들 조차도 그러는데 오죽하겠습니까.
 
아닌걸 아니라고 하는데 그게 좌파고 빨갱이 입니까.

4대강 죽이기 사업 뿐만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왜 이래야 되는지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그냥 살 수는 없는 것입니까.?

우리 어머니는 오늘도 내일도 걱정할 것입니다. 아들이 그런 '위험한 곳'에 나가서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어제도 전화를 할 때 걱정스런 목소리로 '가지마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의 말씀을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름다운 한강이!! 낙동강이!! 더러워져 어머니가 마시게 될 물이 없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니까요.

6월 27일 토요일 입니다. 4대강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 '그대로 흐르게 하라!' 행사가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립니다. 물론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그런 시위나 집회가 아닙니다. 함께 목소리를 내고 정당하게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전에 보니 경찰이 애써서 시민들을 흥분케 하고, 그러나 흥분하지 않은 시민들을 방패로 찍고 쇠몽둥이를 휘두르기도 하긴 했습니다. 어머니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지요.

(장소가 서울시와 경찰의 비협조로 바뀔수도 있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귀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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