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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산과의사> 자연출산, 세상을 바꾼다.

책읽기

by 채색 2013. 9. 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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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의 뱃속 아기가 오늘도 꿈틀꿈틀 거린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신호 같다. 우린 아이의 말에 최대한 귀기울이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그 ‘신호'만큼은 거부해야겠다. “보리야, 지금나오면 병원가야 하니까 안돼."


그렇다. 우리는 병원에 가지않고 집에서 아이를 낳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말로는 가정출산, 영어로는 unassisted birth 라고 부른다. 여러 자료들을 찾고,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있다. 이제 출산까지 세 달.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발 등의 불을 추스리며 미뤄왔던 책을 읽었다. 먼저 읽은 건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산부인과 의사를 했고, 50여편의 과학논문과 책을 11한권이나 쓴 미셀 오당이라는 분의 <농부와 산과의사>이다.


이 책은 출산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정보보다는 출산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니까 출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성격이 달라지고, 그것으로 인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연출산을 많이 하는 곳은 범죄율이 낮고, 제왕절개 수술을 하거나 화학물질을 많이 쓰는 출산을 하는 곳에서는 범죄율이 높다는 것이다. 


또 출산을 농사와도 연관지어 설명해 놓았는데, 똑같이 산업화가 진행되면 될 수록 ‘파괴'에 이른다는 것에서 비슷하다고 한다. 농사의 산업화와 출산의 산업화는 사회를 망가뜨리므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사는 유기농으로 가야하고 출산은 자연출산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몇 명의 자연출산 운동가를 소개하는데, 그 중 빌헬름 라이히라는 사람은 사막화 과정을 연구하면서 출산과 연계된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인간 내면의 정서적 사막이 다른 생명을 주저없이 파괴하게 되었고, 이것이 자연에 사막을 만들게 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서적 사막의 뿌리는 갓난아기에게 주는 손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 내면의 사막이 자연을 사막으로 만든다.’ 명언이다. 지난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벌이며 강을 혹독하게 파괴한 자들 역시 겪은 바로는 메마른 자들이었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 챙길 줄 알았지 더불어 산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미셀오당은 이런 자들의 마음 속 사막의 원인이 출산에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비슷한 뜻으로 ‘사랑하는 능력의 손상'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한다. 자연출산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사랑의 능력'은 반대로 자연출산을 하지 않았을 경우 그 능력이 손상되어 공격적인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가 많고 수술분만 비율이 높은 이탈리아는 인구 1,000명당 범죄가 41건인 반면 가정출산이 30%에 달하고, (병원으로부터)독립적인 조산원들이 80%여서 자연출산의 비율이 매우 높은 네덜란드는 인구 1,000명당 범죄가 15건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는 네덜란드에 비해 범죄율이 두배가 넘는다.


이런 통계만으로 자연출산이 더 좋다,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겠지만 확실히 우리 인간들이 자연과 멀어지며, 자연의 방식과 멀어지며 점점 더 나쁜 쪽으로 가고 있는 건 확실할 것이다. 


솔직히 책은 그리 두껍지도 않고 많은 양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위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보통사람들이 확실하게 믿을 수 있게 정확한 과학적 통계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와닿을 수밖에 없는 내용은 수술을 통한 출산이 사람들의 반자연적 성향을 만든다는 것이고, 그 영향이 크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저자는 오랜기간 프랑스에서 산과의사를 한 전문가다. 


또하나.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수술을 통한 출산의 비율이 궁금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반자연적 인간들이 태어나고 있다는 소리니까.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는 숫자일 수도 있으니까. 


통계청의 제왕절개 통계는 충격적이었다. 1982년도에 4.4%였던 것이 1988년도에 11.9%로 뛰어올랐고 1994년에 30%를 넘어섰다. 통계의 마지막 해인 2003년은 무려 39.2%에 달했다. 예전에 얼핏 우리나라 제왕절개 비율은 40%라고 들었다가 ‘에이 설마!’하고 넘겼었는데 정말이었다.


책의 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도 ‘사랑하는 능력'이 손상된 이가 많이 나올 것이고, 역시 사회는 많은 범죄를 비롯 갖가지 문제들을 일으킬 것이다. 그런데 자연출산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았던 1980년 이전에 태어났던 사람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건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아마 선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것 역시 중요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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