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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싱크로율 100% 인도영화! <오래된 인력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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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색 2011. 12.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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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여행해 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다들 인도에 대한 각자만의 강렬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어떤 이는 '다시는 가기 싫은' 곳이기도 하며 어떤 이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곳이기도 하다. 

나는 인도를 여행한 뒤 직후에는 다시는 가기 싫은 나라였지만, 한동안 시간이 흐른 뒤에는 너무나 다시 가고싶은 곳으로 변했다. 파키스탄으로 국경을 넘어가며 우리말로 된 쌩욕을 하며 '시바 내가 다시는 인도가나 바라...'라며 했던 것이, 지금은 그 당시의 두달 반의 여행이 너무 짧았다며 후회가 되었고, 지금은 수 년 내에 반드시 다시 가야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인도 어딜가나 귀찮게 하는 인도인들이 있었다. 어설픈 한국말로 호객을 할 때는 정말 짜증이 났었다. 20루피면 되는 것을 30루피씩이나 부르며 바가지 씌울 때는 한바탕 싸워야했다.(-.-a) 그곳을 여행하며 인도사람들에게 엄청난 짜증을 냈었고, 심지어 한동안 그게 습관이 되버렸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다.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냈다. 긴 생머리의 나를 보았을 때는 '하룻밤'을 외치며 따라오는 남자들이 있었고, 내가 어디서 왔고 왜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며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게 있으며 지체없이 물어보았다. 부끄러움이 없었다. '예의바른' 사람들과 달리 그들에게는 '예의'라는 개념이 없어보였다. 순수가 지나치게 넘치는 자연인이라고 할까?

시간이 흐른 뒤엔 안좋았던 기억은 어처구니 없게도? 다 사라져버리고 좋은 기억들만 남았다. 아름다운 건축물, 아름다웠던 사람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물론 잊혀진 기억들도 겉으로 드러난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란 걸 알게되었다. 이 영화, <오래된 인력거>를 본 다음부터 말이다.

<오래된 인력거>는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로 2010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그 밖에도 세계 유수의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바 있다. 그래서 영화의 개봉소식을 듣고는 당연히 집 근처 극장에서도 상영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틀어주는 대학로CGV의 무비꼴라쥬나 동숭아트센터의 하이퍼텍나다(수리중이었던가..), 광화문에 있는 몇 개의 예술영화관 등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아쉬움을 안고 그 멀리의 홍대 상상마당까지 가서 보게 되었다.  이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된 2년 전부터 꼭 봐야겠다고 다짐했었기 때문이었다. 또, 차일피일 미루다가 극장에서 못보게 된다면 굉장히 아쉬움이 남을만한 영화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쁨과 눈물의 도시 캘커타,
행복과 슬픔은 같은 길을 간다"

영화제목 아래에는 위와 같은 문장이 적혀져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대강 흘겨봤던 것인데 영화를 본 뒤에는 너무나 와닿는 문장이 되었다. 이 영화를 표현하기에 매우 적절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아마 나는 인도의 '기쁨과 행복'은 주관적으로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눈물과 슬픔'은 전혀... 전혀 몰랐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첫장면에서 주인공 샬림은 화를 낸다. 그리고 왜 그가 화를 냈는지는 영화 중반까지 잊혀지게 만든다. 늘 밝던 그가 조금씩 슬픔을 드러내게 되는데, 너무나 큰 아픔이 그에게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마도 감독의 의도였을 것 같다. '인도사람들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즐겁게 살아간다'고 생각한 내가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인력거 꾼들은 비쩍마른 몸에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뛰어다닌다. 한참을 달려봐야 고작 10루피를 받는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250원 정도이고 , 여행자들이 주로 먹는 한 끼 식사가 100루피 가량인걸 감안한다면 얼마나 적은 돈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돈을 받으면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않고 살아간다. '부인과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샬림의 다짐을 들을 땐, 나의 씀씀이가 지나친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ㅠ

줄거리를 막 말하고 싶지만, 꼭 직접보라고 권하고 싶다. 괜히 줄거리 얘기했다가 대충 짐작하고 안 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인력거꾼의 발소리, 꼴까따의 웅성거림, 좁은 골목의 짜이향기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영화 속에는 단순한 배낭여행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진짜 인도가 있다. 나는 그래서 "싱크로율 100% 인도영화"라고 말한 것이다. 

오래된 인력거 공식 블로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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