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한라산 빼고 가을단풍 논하지 마라!

여행

by 채색 2010. 10. 6. 07:30

본문


추천감사합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감동을 줍니다. 그냥 솟아 있는 산일 뿐임에도 쳐다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 자기 멋대로 모양을 냈을 뿐인데 컥 소리 납니다. 매일같이 돌고 도는 태양일 뿐인데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모습을 볼 때면 저절로 눈물이 흐르기도 합니다. 자연은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 뿐만 아니라 이런 기쁨과 감동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이제 가을입니다. 가을하면 머니머니해도 단풍 아니겠습니까?! 단풍은 그토록 아름답게 솟아 있는 산에, 그 속에 싱그러움을 주던 나무들이, 자연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는 과정입니다. 이는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을 더한 것으로 엎친데 덮친 기쁨을 줍니다. ^^a 그야말로 최상급의 감동을 얻는 것입니다. 

저는 단풍 관광을 많이 못해봤습니다. 일부러 단풍을 찾아다니지 않았기 때문이죠. 단풍으로 유명한 설악산이나 내장산 등에 한번 쯤 가보리라 마음은 먹었었지만 그 시기를 맞추는 건 정말 힘들었습니다. 또, 만약에 가더라도 엄청난 혼잡에 시달릴걸 생각하니 선뜻 나서질 못하겠더군요. 여튼 '최상급 감동'을 만나는데는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작년 10월 초 경에 제주도 갈 일이 생겼습니다. 출장 때문이었죠. 한라산 다녀오고 크게 감동먹은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한라산에 가야겠다 맘 먹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일찍 제주도에 도착해 혼자 한라산을 올랐던 겁니다. 가장 만만한 성판악 코스를 택해 올랐습니다. 육지의 여느 산보다도 완만해서 정말 정말 수월했죠. 그냥 산책하듯 갔습니다.

이곳에서 생애 최상의 단풍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멀리엔 여러 오름들이 솟아나 있어서 신비로움을 더합니다.
숲은 약간 울긋불긋하지만 '단풍'이라는 느낌은 크게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 날의 날씨는 참 오락가락 했습니다.
비가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계속 흐리다가도 하늘이 반짝 열리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산을 오르면 오를 수록 그 정도는 심해졌네요.





3~4시간만에 백록담에 올랐습니다.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왁자지껄한게 좀 거시기 했습니다.
가져간 김밥을 초라하니 먹고 여기 저기 기웃기웃 거리며 까마귀 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전에 한번 왔을 때는 수평선이 훤하게 보였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풍경은 보여주질 않았습니다.





어느방향으로 내려갈지 고민했습니다.
사실 이 날 저녁에 제주시에서 약속이 되어 있던 상태여서 최대한 제주시에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했죠.
하지만 지난 번에 성판악으로 올라 성판악으로 하산했고, 이날도 성판악으로 올랐기 때문에 관음사 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가기로 한 거죠.



그런데 이 길로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굉장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살짝 보았을 뿐인데도 입이 쫙~!!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조금 기다리자 빛이 살짝 들어왔습니다.
숨을 참을 수가 없더군요.
이쪽으로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빛은 제가 서 있는 쪽으로 더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입을 다물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알록달록한, 육지에서 결코 볼 수 없었던 빛깔이 동공을 자극했습니다.




이 빛깔은 태어나 결코 본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단풍나무도 아니었고 은행나무도 아니었습니다.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잎이 다소 두꺼운 나무들이었습니다.
빛이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찍고 기다렸다가 찍고... 계속 반복했습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기뻤죠.
괜스레 이런 광경을 보고도 지나치는 산행꾼들이 얄미웠습니다.



아래쪽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신비한 지형은 끝이없었습니다.




빛이 전체를 비출 때와 물든 나무들만 비출 때는 또 느낌이 달랐습니다.
어찌나 색상이 다양한지 '오만가지 빛깔' 이런 표현으로는 도무지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이 사진은 제 컴터의 바탕화면으로 아주 오랫동안 쓰였었죠.ㅋ)




뒷배경은 날리고 나무들만 찍어보았습니다.
듬성듬성 뚫려있는 하늘 덕에 그림자도 듬성듬성 드리워져 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헬기장이 있었습니다. 저기서 보는 풍경도 장관이었죠.
저는 저 헬기장에서 완전 '올레'를 외치며 놀았습니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말이죠.
여러분은 이런 빛깔의 나무들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뭔가 생각나는 단어 하나라도 외쳐야 속이 시원합니다.



백록담 바로 아래의 협곡... 옆입니다.




하늘은 계속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습니다.
되려 그것이 저에겐 행운이었죠.
너무 맑았거나 흐렸다면 결코 신비한 한라산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겁니다.!!





빛의 양에 따라서 색깔도 다르게 보였죠.
수채화처럼 연하게 됐다가





유화처럼 진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포토샵 후보정은 거의 안했습니다.)




저 위가 백록담입니다. 조금 내려온 것 같은데 풍경에 빠져서 오다보니 금방 내려와 버렸네요.




헬기장에서 정상쪽으로 향한 길을 바라봤습니다.






이 화려한 빛깔 좀 보세요.
이걸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요.!
좀 칙칙하다고 생각했던 구상나무 조차도 이 빛깔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여백의 미'를 만드는데 일조한다고 할까요?




하산길입니다. 헬기장 쪽에서 내려서면 굉장히 가파른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고산지대를 벗어나게 되면 이런 풍경도 끝이나게 됩니다.
왕관능 일대에서만 즐길 수 있는 단풍이죠.


이 사진들을 찍은지 딱 1년 됐습니다. 아니 1년이 조금 못됐네요. 작년 10월 11일에 찍은 것들입니다.
이걸 제 때 블로그에 못쓰고 일년을 묵혀뒀는데, 손가락이 근질근질해 죽는줄 알았습니다.
마치 저만 아는 비밀인양 혼자 즐기고 있었거든요.
나름 눈에 보이는 것, 느끼는 것들은 다 써야하는 성미의 블로거라서 비밀?을 간직할 수가 없었죠.

올해도 여지없이 단풍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제 곧 단풍관광이 성행하게 되겠지요. 설악산이 좋다. 내장산이 좋다. 등등등
그런데 그 누구도 한라산 단풍이 좋다는 이야기는 않더군요.
몰라서 그런 겁니다. !! 진짜 !!

한라산 단풍은 육지 땅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올해는 결코!! 한라산을 빼놓고 단풍을 논하지 말길 바랍니다!!!


ps. 이 단풍을 보시려면 서두르셔야 겠습니다. 이번 주말이 피크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