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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은 풍경속에서 잠잔다.

달려라자전거

by 채색 2010. 7. 8.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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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의 최대의 장점은 '야영'입니다. 왜냐하면 왠만하면 귀찮아서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자전거 여행은 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그런 것이라면 '단점'아니냐? 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야영의 묘미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장점이지요. 야영을 해 본 분이라면 바로 이해를 하시겠습니다만, 하기전에야 완전 귀찮아서 '그냥 숙소잡자' 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야영을 하게되면 '야~ 이거 괜찮다~' 하지요. 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유목민의 피가 아직도 흐르고 있는 탓 아닐까요. 아니면 그저 그 분위기가 낭만적이라서? ^^

자전거 여행하면서 야영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1년 2개월 자전거 여행 중 거의 30% 이상 했던 것 같네요. 다소 위험한 곳에서는 반드시 숙소를 잡아 잠을 잤지만 안전한 곳이라면 숙소를 잡지 않았습니다. 돈도 돈이거니와 여간 재미있는게 아니니까요. 특히나 아름다운 풍경 속을 지날 때면 더욱 더 그렇습니다. 자전거를 타게되면 내가 가는 길은 모조리 여행지가 됩니다. 도중에 만나는 마을은 물론이고 채소밭, 밀밭 등등... 사람사는 풍경이라도 같은 곳은 하나 없으니 항상 흥미롭죠.

아래의 사진들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그리스 국경을 넘어가기 전까지의 풍경입니다. 구릉지 곳곳에 밀밭이 펼쳐져 있었고, 남쪽은 바다였습니다. 특히나 이 때는 개인적으로 굉장한 해방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병으로부터 해방이었죠. 이란에서부터 몸이 매우 안좋아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는데, 이스탄불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고 몸이 괜찮아졌던 겁니다.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줄로만 알았고 심지어 이스탄불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편을 알아보기도 했었죠. 다행이 몸이 나아 이렇게 신나게 달렸습니다.

풍경 속을 달리고, 또 그 속에서 먹고, 잠을 잤습니다. 낮에는 땀을 흘리지만 밤이되면 으슬으슬해 져 침낭에 들어가 따뜻한 밤을 보냈습니다. 물론 자기 전에 밥을 맛있게 해먹고 또 지역 맥주를 사 마시는 것은 필수였죠. 말동무는 없었지만 천지사방에 친구들이었습니다. 정말 자전거 여행을 하면 풍경속에서 잠을 자는 것이지요. (단기간 여행하고 고생만 했다는 사람은... 반사~)



| 이곳까지 가는데 중국에서부터 이란까지 거쳤지만, 같은 집들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콘크리트로 뚝딱뚝딱 지었다 할지라도 특색이 있었죠.




| 이 때는 바다에서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그래서 땀이 많이 나더라도 금방 금방 식었죠. 상쾌한 질주였습니다.



| 이 지역이 구릉성 지역이라 많이도 오르내렸죠. 한고개 넘으면 또 고개가 있고 또 있고... 그런 식이긴 했습니다. (꼭 시력검사 할 때 그런 그림같지 않나요? ^^)



| 저 푸른 초원위에 집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여러채가 모여있는 마을이었지만 가끔씩 떨어져 있는 집들도 있더군요. '저푸른 초원위에' 노래는 이런 곳을 보고 만들지 않았을까요. (물론 밀이 다 익어 금빛이 되었습니다만.)



| 대부분의 마을들은 주 도로와는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안에는 미사일 모양의 미나렛을 가진 모스크가 꼭 하나씩 있었죠.




| 우리나라 논에는 나무가 거의 없는데 이곳에는 중간중간에 많이 심겨져 있었습니다.




| 채소밭, 밀밭, 막 간 밭, 아무것도 안 심은 밭 등등 상태에 따라서 다양한 빛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터키에서부터 빨간 지붕의 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집들은 지중해를 따라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까지 이어졌죠.



| 해가 좀 기울었을 때입니다. 밭의 빛깔이 더욱 은은해 지면서 풍경 속의 잠자리를 물색합니다.



| 바다 풍경을 만나면 그 속에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시골 마을의 해변은 사람이 거의 드뭅니다. 완전 '내 세상'이죠.




| 밀 밭 한켠에 자리가 있다면 그곳에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혼자 간단히 밥을 해먹고, 대강 고양이 세수를 하지요.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바깥에 자리를 펴고 한참 누워있다가 들어가 잡니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은 자전거 여행자에게 완전 꿀물과 다름없습니다.


낮에는 죽일 듯 덥다가 밤이 되니 상쾌한 바람이 부네요. 마침 낮동안 김동률의 '출발'이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가사 첫머리가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 로 시작되어 '먼지낀 카메라', '먼지낀 지도' 이런식으로 나오던데... 정말 찡하더군요. 정말로 정말로 여행가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아무런 목적없이 그저 풍경속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하고 즐겁고, 아름답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 속에서 잠을 잔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것이겠죠. ^^









손가락 모양의 view on을 클릭하세요~ 그러면 자전거여행 이야기가 술술 나온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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