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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노루가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의미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10. 5. 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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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한라산을 올랐을 때입니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출발해 백록담까지 올랐는데요, 도중에 노루를 만났습니다. 앞서가던 분들이 서서 가만히 보고 있길래 뭔가 하고 함께 봤죠. 노루는 길에서 불과 10m 도 안되는 곳에서 잎들을 먹고 있었습니다. 보통 숲에서 이런 광경을 보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알고있었기에 너무나도 신기했죠.

노루는 조릿대(산죽)가 가득한 곳을 헤치고 다니며 이따금씩 이 쪽을 쳐다볼 뿐 자기가 할일을 계속했습니다. 잎을 뜯기도 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도 했죠. 당연 저는 그를 향해 셔터를 마구 날렸습니다. 비록 잘 나온 사진은 없지만 그 곳에서 노루를 봤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한라산의 탐방로. 이렇게 깊은 천연림은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앞서가는 분들이 멈추어선 숲 속을 바라봤습니다. 숲 안에 하얀 노루궁뎅이가 보이시죠?   





도시에 살면서 야생동물을 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주변에는 길고양이나 떠돌이 강아지, 비둘기나 참새, 까치나 까마귀 정도 볼 수 있죠. 도시에 사는 이 녀석들은 생명력이나 적응력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버티고 있는 것이고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다 사라졌습니다. 도시환경에서 살 수 없는 것은 둘째치고 인간들은 그들과 함께 살기를 매우 매우 꺼려합니다. 유해조수라는 이름을 붙여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이라고 아예 낙인을 찍어버리죠.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적응력이 높은 동물만 남았는데 그 마저도 '유해'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인도의 바라나시나 네팔의 카트만두처럼 도시 안에 원숭이나 소, 다람쥐 같은 것들이 돌아다닌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전국민 쥐잡기(소잡기, 원숭이 잡기) 같은 운동을 펼쳐서라도 다 없애려 들겁니다. 요즘 길고양이나 떠돌이 개들이 비슷한 처지로 죽어나가고 있긴 하지요. 인간 이외의 것들은 대부분 불필요한 것이나 필요에 의해서 기르는 것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 생명 자체의 존재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수가 많이 늘어나면서 반대로 사람을 제외한 다른 생명들이 사는 공간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따로 생각하는 것이 웃긴 일이긴 하지만 사람 수가 워낙 많으니까요. 도로를 만들며 고립시키고, 골프장을 지으며 쫓아내고, 땅장사, 아파트 투기 등등등 크게 필요하지도 않은 땅까지도 욕망을 채우기 위해 훼손했습니다. 동물들은 쫓겨나가길 반복하고 죽고 또 죽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들은 겨우겨우 살아남은 것입니다.

더더군다나 그들은 인간을 두려워 합니다. 주변에만 가더라도 재빠르게 도망갑니다. '인간은 우리를 죽이는 존재'라는 인식이 유전자에도 각인되었을거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 경계부에 살아가는 마지막 한국호랑이들은 다큐멘터리를 위한 숨겨진 작은 카메라 조차도 총구멍으로 인식하고 망가뜨린다고 합니다. 공격할 때는 뒤에서 해 최대한 '총구멍'을 피한다고 하네요. 총으로 호랑이들을 오랫동안 학살한 결과 특별히 학습하지 않아도 이제 유전자에 기록되어 방어를 한다는 것입니다.

온 산천 구석구석을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쏘다니는 우리들 덕분에 그들에게는 온 산천이 다 지옥인 셈 입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겠죠. 까딱하면 인간에게 피살되니까요. 특히 그의 동료인 사향노루가 잘 알려줬을 겁니다. 그들은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 모조리 다 죽었으니까요.




| 눈앞에 멈추어선 노루, 카메라 파인더만 들여다보고 있다가 노루를 놓쳤죠. 그러다 갑자기 노루가 나타났는데 제가 오히려 놀랐죠.  


|길을 건너가던 노루, 사람이 다니던 길은 매우 재빠르게 넘어갔습니다. 이 길이 두려운 존재 '사람'이 다닌다는 걸 아는 것이죠.  


|이 노루들은 사려니 숲길에서 만났습니다. 제주도 노루들은 전체적으로 사람들을 안 무서워 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어 그들과 함께 살고자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이 생명들은 좀 숨통을 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차츰 차츰 없애겠죠. 바로 한라산 노루가 그 첫번째가 아닌가 생각하는 겁니다. 제주도 역시 수렵허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육지에 비해서는 덜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라산이라는 거대한 산 자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대부분이 관광지라서 사냥꾼들이 마음놓고 사냥하기엔 어려울테니까요. (허가를 내 줄 장소가 적겠죠?)

한라산 노루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풀고 있습니다. 탐방로를 걷는 사람들을 그저 '지나가는 행인' 정도로 인식하구요. 자신들에게 당장 해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나 봅니다. 지금은 이렇게 노루만 경계를 풀고 자신들의 활동을 넓히고 있지만 다른 동물들도 경계를 풀고 활동했으면 좋겠네요. 또, 우리도 산행을 하더라도 최대한 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은 침해하지 않는게 좋겠구요.

먼저 우리들은 그들을 위한 공간을 보장해주고, 그들은 인간에 대한 경계를 풀고 살아간다면 이 삭막한 곳에는 다양한 생명이 넘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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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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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06 08:48 신고
    이제 정말 많이 친숙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만 보이면....다리가 안보이도록..아주멀리 줄행랑을 쳤는데...ㅎㅎ
    이젠..피해도 아주 살짝 몸을 숨기는 정도입니다..
    아니 되려 눈싸움을 하는녀석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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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06 12:03 신고
      정말 다행인거죠? 파르르님은 제주도에서 이런 녀석들과 함께 살아 정말 좋겠습니다. 육지에도 좀 함께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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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06 19:57 신고
    사려니숲길...참 좋지요.
    여기 말고도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서 야생노루들을 많이 만나게 된답니다~~

    겨울에는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녀석들의 무리를 만나는 날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