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깊숙한 곳까지 비닐이 '심겨져' 있다.


'실마리'를 찾아 당기면 쭉~쭉~ 따라나온다.


땅 속에 숨어있던 엄청난 비닐들. 이번이 세번째다!



어렸을 때만해도 찾아볼 수 없었던 농업용 비닐. 요즘에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 농사재료입니다. 작물을 심고 그 주변으로 무언가를 덮어주는 것을 '멀칭'이라고 하는데요. 비닐을 덮는 것은 '비닐 멀칭'이라고 합니다. 


비닐멀칭을 하는 주된 이유는 '제초'입니다. 보통 밭에서는 수많은 '잡초'들이 작물들과 함께 자라게 되는데요. 잡초들이 작물보다 먼저 키가 커서 그늘을 드리우는 경우가 있고요. 땅 속 영양분을 다 빨아들여 작물들에 가는 영양분이 적어 씨앗이 적게 맺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작물과 잡초를 함께 키워서 득이 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예전에는 호미나 낫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즉, 김매기를 해주었구요. 농삿일 중에 매우 중요한 부분중 하나였지요. 잡초가 작물보다 더 크게 자랐다가는 배를 굶어야 했으니까요. 


김매기 작업이 무척이나 힘이 든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쪼그려 앉아서 그것도 좁은 고랑을 기어다니며 풀을 뽑아내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저는 변산공동체에서 콩밭을 매 본 적이 있는데요. 허리가 그토록 아픈 경험은 처음이었죠. 


이런 힘든 김매기 작업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비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검정 비닐로 아예 햇볕을 가려버려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했습니다. (용도에 따라 흰 색 비닐을 쓰기도 합니다) 잡초가 자라지 못하니 햇볕과 양분은 작물의 독차지가 되었습니다. 


비닐을 쓰고 난 뒤 좋아진 점이 더 있습니다. 땅에서 솟아나는 습기를 잡아주고, 표면 온도를 높여주어 작물이 자라는데 큰 역할을 한 것입니다. 비닐은 점점 더 없어서는 안될 농업용 재료가 돼 버린 것이죠. 



안타깝게도 여기엔 문제가 여러가지 있는데요. 오늘 말하고자 하는건 이겁니다. 덮을 땐 잘 덮었다가 거둘 때는 대충대충 한다는 거죠. 이건 흔히 인용되는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것과 같습니다. 


추수가 끝나면 바로바로 걷어내고 다음해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데요. 봄까지 그대로 덮여있는 곳이 많습니다. 비닐을 걷을 수 있는 봄이되면 비닐을 처리할 여유가 없습니다. 땅을 갈고, 비료를 뿌려야 하는데 비닐을 걷고, 차에 싣고, 수거장에 버리러 가는 시간이 아까운 거죠. 


농촌을 지나다보면 비닐을 태우는 장면을 많이 보셨을겁니다. 마을마다 수거장을 만들어놨음에도 아직 버리러가는 습관이 안돼 있습니다. 


그걸 온화전에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밭 주변 곳곳에는 몇년간 쌓인 비닐들이 무더기로 있었습니다. 어떤건 땅 위에 드러나있어 쉽게 꺼내기도 했는데요. 어떤 건 흙 속에 묻혀져 있어서 나무를 심으려 땅을 팠다가 안 것도 있습니다. 


위 사진에 나와있는 곳은 대체 몇 년 전에 묻어놓은 것인지, 비닐을 꺼내고 나니 우리 땅 몇 평이 푹 꺼져버렸습니다. 이건뭐...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모두 1톤 트럭 한 차씩 실었으니 어마어마한 양이죠. 꼭꼭 눌러담은건 아니라서 또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닙니다만, 못해도 3~4년치 비닐은 수거한 것 같습니다. 전 '주인' 할아버지는 그동안 비닐들을 가지고는 와도 가져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할아버지를 욕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구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음에 한번 써 볼게요. 


더이상 땅 속에서 비닐이 안나왔으면 좋겠고요. 저희는 비닐을 쓰지 않고 농사지을 생각이니 이것으로 비닐과 바이바이 하고 싶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