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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함께 살기위해 만든 우리논의 둠벙

농사짓기

by 채색 2013. 4.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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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예정지


논 뒤쪽의 사면에서는 계속 물이 솟아나온다.


둠벙을 대충 만들었다. 아이고 허리야 ㅠㅠ 


둠벙을 두르고 있는 작은 둑. 이 속에는 진흙과 볏짚이 거의 반반으로 섞여있다.


눈에 보이는 개구리 알들은 최대한 안쪽으로 옮겼다.


개구리알, 올챙이들은 둠벙 속으로~


대충 모양은 갖추었다. 이곳에 여러 습지 식물들, 동물들이 살아갈 것이다. 



우리 논은 계곡물을 받아서 농사를 짓는 소위 '천수답'입니다. 물을 받아쓸 수 있는 저수지가 일체 없습니다. 아직까지 봄과 여름을 지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물은 풍부한 편 같네요. 논 뒤쪽에서 물이 계속 솟아나거든요. 계곡을 메우고 자리잡은 논들이 대개 그러할겁니다. 


땅을 구하기 전까지는 넓은 밭을 구해 벼는 밭벼를 심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구한 땅은 논과 밭이 확실히 구별되는 곳이네요.


논 뒤쪽에서 물이 계속 솟아나기에 논 대부분은 물이 차 있거나 축축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직파를 할 생각이고 논 물은 왠만하면 대지 않으려고 합니다. 진흙에다 씨를 심는다는 건 왠지 맞지 않는 것 같거든요. 책이나 인터넷을 뒤져봐도 자세한 내용은 없구요. 직감으로다... 


이 논을 처음 만들 때를 생각하면 그 분들의 노고에 머리가 숙여지지만은, 우리는 이 땅을, 다소 축축하지만 물이 차지 않는 땅으로 바꿔나갈 계획입니다. 요새는 다른 땅의 흙을 갖다 부어서 논을 밭으로 쉽게 바꾸어버리기도 하지만 돈도 없는데다 큰 트럭도 들어올 수 없고 왠지 찝찝한 느낌이랄까요. 


문제가 있었습니다. 논이었을 때 늘 살아오던 생물들이 있었을겁니다. 그 이전에 계곡 습지였을 때 살아가던 생물들도 있었을거구요. 논이 되면서 생태 구성은 완전히 바뀌었겠지만 또 그것을 우리가 완전히 바꿔버리는 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경칩 때 맞추어 깨어난 개구리들이 갈 곳이 없어지거든요. 발견하지 못한 다른 생물들도 많을겁니다. 곤충 유충도 있을거고 미꾸라지도 있을 수도... 


결론은 한쪽에다 웅덩이를 파서 그들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겁니다. 경지정리가 되기 전의 논들에는 이런 '둠벙'이 대부분 있었다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둠벙'을 만드는 겁니다. 밭 전체 크기에 비하면 보잘 것이 없지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야죠. 


논을 파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농삿일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논에서 삽질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허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작은 공간을 파는데도 그럴진대 600평이 넘는 논의 물을 관리하려면...


처음 계획은 무릎정도까지 파야겠다 싶었는데 여간 힘든게 아니더군요. 정강이 중간정도까지만 판 뒤에 일단은 그만두었습니다. 아무래도 2차, 3차 작업까지 해야할 듯 합니다. 


나머니 논의 물들은 최대한 뺄 계획이라서, 둠벙을 판 뒤 눈에 보이는 개구리 알들을 둠벙 안쪽으로 옮겨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막 알에서 깨어나오고 있었습니다. ㅠㅠ 작은 올챙이들도 최대한 떠서 둠벙 안으로 고고씽~


아랫단 논에도 이정도 크기의 둠벙을 또 만들려고 생각중인데요. 그건 심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만들기 전에 제 허리가 부러질 수도 있겠다 싶거든요. 


이 둠벙으로 개구리 뿐만 아니라 여러 생물들이 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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