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장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빼짝마른 할매보고 유하가 뜬금없이 옥수수 종자할거 있어요 하고 물었어요. 할매는 엉덩이 한쪽을 들썩이며 살 사람 있나싶어 들고와디만 허허 팔리네하며 할매만큼이나 쪼그라진 옥수수를 내밀었어요. 그게 지금 우리 옥수수의 엄마 아빠 쯤 되겠네요. 


집에서 한 십분 걸어가면 그 골짜기에서 유일하게 도로가 닿지않는 밭이 있어요. 집주인은 그 밭을 소개시켜주면서 기계가 못드가니까요 쓰면 쓰고 말면 말고 라는 말을 몇번이나 한거 있죠. 기계가 안들어가니 풀들이 궁딩이 바짝 붙이고 서로서로 손을 단디 붙들고 있었어요. 괴씸하게도 저라는 놈이 영주장 할매한테 받아온 옥수수를 거기에 심을려고 풀들을 다 벴답니다. 꼭 그 할매처럼 쪼그리 앉아서 낫으로 한줌씩 지고 드르륵 드르륵 하고 벴어요. 


꼬박 일주일을 앉아있었더니 그게 다 매 졌어요. 하이고 허리야 하고 그 풀들을 다 밴것을 뿌듯해 했어요. 허리가 몽땅 나간 풀들은 저를 아주 나쁜놈으로 생각했겠지요. 그 자리에 옥수수를, 집에서 한뼘이나 키워온 옥수수를 심었어요. 풀들이 저에게 할 복수를 옥수수에게 할까 겁이났거든요. 옥수수야 잘 자라라 하고 떠났다가 한달이 지나서 갔어요. 할매처럼 쪼그라진 그 옥수수들이 제 키만큼이나 자라있었어요. 눈이 휘동그레져서 누구냐..넌..하면서 웃었어요. 다른 농부아저씨 아줌마들처럼 돌봐주지도 않았는데 옥수수는 그렇게 지 혼자서 무럭무럭 자랐어요. 


어느날 이웃집 할배가 비료를 듬뿍 먹고 자란 옥수수를 줬어요. 우리도 있다고 손사래를 쳐도 잡사봐 맛있어 하는 통에 제 팔뚝굵기만한 옥수수를 열 개나 받아온 거죠. 그걸 다 냄비에 넣고 부글부글 끓여서 먹었더니 탄성이 절로나오는거 있죠. 그러면서 우리 옥수수가 궁금해졌어요. 유하보고 자기야 우리것도 다 됐겠다 내일은 우리꺼 함 무보자 했죠. 


장마가 지나면서 우리 밭으로 가는 길은 허리만큼이나 풀이 자라 있었어요. 쫀득한 거미줄도 여럿 거두어가며 밭에 도착해보니 어제 먹었던 옥수수 반 만 한 게 달려있었어요. 속으로 퇴비든 비료든 주라는 이유가 다 있구만 했지만 그 저녁에 생각을 고쳐먹게 됐죠. 


천상을 오가는 맛이라고 정의했어요. 우리 옥수수맛 말이에요. 잔인하게 풀들을 잘라내고 옥수수를 심은거였지만 하루가 다르게 풀도 함께 자라서 옥수수가 맛있을 수 있게 도왔던 거에요. 복수는 하지도 않고요. 자연이 키운 옥수수라고 풀이 키운 옥수수라고 되도 않는 소리를 뱉으며 오도독 오도독 천상을 오가는 맛을 즐겼어요. 


그 맛을 본 뒤 한달 조금 더 있다가 밭에 갔어요. 이제는 다 거둬들일려고 했어요. 풋옥수수는 한 때고, 이제는 다 큰, 씨앗이 될 수도 있고, 우리 밥에 들어갈 수도 있는 옥수수를 얻으려고 한거죠. 크흑. 풀들이 키운 탓인지 벌레들도 참 많았어요. 맨 손으로 만지려면 굳은살의 두께가 1센치쯤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쬐끔한 벌레들이 촉감으로 다 느껴지거든요. 눈에도 다 보이고요. 


꼭 벌레를 처음보는 아이처럼 목 뼈를 저만큼 후진시키고 얼굴을 멀찌감치 떨어뜨려 하나씩 뚝 뚝 땄어요. 솔직한 말로 벌레가 많아 이거 다 묵겠나 다 썩은거 아이가 속으로 걱정했어요. 집에와서 푸대자루 마당에 풀어놓고 하나씩 껍질을 깠어요. 


내 첫마디가 머냐면요. 옥수수가 아이고 진주수수네 했어요. 지난 달에 삶아 묵을려고 땄던 거는 희끄무레하고 물렀는데 이건 정확하게 표현해서 진주를 박아놓은 거에요. 옥수수에 보석이 있는거에요. 바보같이 우와 우와 우와 를 몇번이나 한거죠. 


제일 이쁘고 굵은 걸로 다섯개를 골랐어요. 껍떼기를 한 데 묶었어요. 머리 끄뎅이 잡는 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농부가 되려면은 이정도 잔인함 정도에는 눈을 좀 감아야 할 것 같아요. 빼짝 마르고 쪼그라진, 꼭 그걸 파는 할매같은 옥수수를 심었잖아요? 근데 사실 할매는, 우리한테 말은 안했지만 진주 한봉다리를 오천원에 팔았던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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