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불안했던 것은 당연하게도 땅 구하기와 씨앗준비입니다. 그것들이 해결된 뒤에 따라온 불안은 다름아닌 퇴비입니다. 우리 논밭에서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을 거거든요.


문제는 화학비료를 쓰지않고 어떻게 작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느냐입니다. 아무리 자연친화적?인 농사라 할지라도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온 땅에서 숲의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렇다고 숲의 흙을 다 퍼다가 200평이 넘는 밭을 다 채울 수도 없구요. 


예전에는 집집마다 가축을 길러 일도 시키고 그들의 똥으로 퇴비를 줬었죠. 안타깝게도 우리는 가축도 키우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저희가 싼 똥도 수세식 화장실 변기 속으로 다 씻어버린 상태입니다. 겨우내 오줌은 좀 모았습니다만 그걸로는 역부족일겁니다. 


책을 뒤져보니 깻묵이 답이더군요. 깨에서 기름을 다 짜내고 난 뒤의 찌꺼기입니다. 깨는 씨앗의 일부이니 영양분이 축적되어있을 겁니다. 어떤 밭에서 빠져나간 영양분을 우리 밭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오늘 영주장에 나가면서 깻묵을 꼭 사 오리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기름방이 몰려있는 곳을 알고 있거든요. 그곳이라면 깻묵이 있을것 같았습니다. 결과는요? 네, 오늘은 휴일이더군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서 영주장에서 장을 보았습니다. 묘목을 샀지요. 그건 다른 글을 통해서 얘길 하구요. 


장을 보고 나오는 길에 떡하니 기름방이 있는게 아닙니까! ^^ 거두절미하고 주인 아줌마보고 바로 여쭈었습니다. "깻묵 좀 살 수 있어요?" 대답은 "얼마나 필요하니껴?" 


정신을 차리고 가게 앞을 보니 깻묵이 몇포대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보는 것이어서 그게 깻묵인지 뭔지 몰랐죠. 한포대에 육천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가격은 알아본 적이 없어서 그정도면 됐다 싶었습니다. "깎아주시면 다 살 수 있는데..."라며 은근 협상을 시도했지만 아주머니는 "이건 금방금방 나가기 때문에 그렇게 안되요"라고 바로 '뻰찌'를 놓았습니다.


제가 차를 가져오는 동안 유하와 아주머니는 제가 원했던 '딜'을 했더군요. 한포대에 오천원씩 총 5포대를 사기로 한겁니다. 얼마나 필요할지 모르는 상태고 많으면 좋겠다 싶었기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깻묵을 짐칸에 싣고는 얼른 밭으로 돌아왔습니다. 퇴비장을 아직 만들지 않은 탓에 마구잡이로 부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포대는 붓자고 합의해서 전에 음식 찌꺼기를 묻은 곳 위에다 깻묵을 엎었습니다. 


어찌나 압축이 된 것인지 굉장히 딱딱하더군요. 그것을 일일이 손으로 부셔서 흙과 섞어주었습니다. 며칠 뒤에는 볏짚과 낙엽을 한가득 구해와서 깻묵과 섞어주고, 모아둔 오줌을 거기에다 뿌려서 숙성을 시킬 예정입니다. 


이렇게 깻묵까지 준비해놓으니 농사 반은 지은 것 같습니다. ^^ 




든든한 깻묵들. 뒤에보이는 나무판자들은 퇴비장 재료다.


가까이에만 다가가도 깨 향기가 난다.


깻묵을 부수고 있는 유하.



ps. 블로그 이웃분들께. 

요즘 농사를 준비하면서 정신이 없네요. 그래서 한 달이나 블로그를 쉬어버렸습니다. ^^ 앞으로도 자주 쉬게 될 것 같기도 한데요. ㅎ 별 수가 없네요. ㅋ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