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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만큼은 아니었지만...

농사짓기

by 채색 2013. 2. 2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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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은 블로거를 힘나게 합니다.^^



봉화로 내려온 뒤 귀농에 필요한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고 있습니다. 집 구하기는 아직까지도 진행중이구요.(읍내 아파트에 지내고 있어서요ㅠㅠ) 무척이나 어려웠던 땅구하기는 개고생 뒤에 꿀을 맛보았습니다. 이제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습니다.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이라는 것이죠. 


논밭을 구하는 것이 귀농의 시작이었다면,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은 머니머니해도 씨앗구하기가 되겠습니다. 얼마전에 저희들의 농사계획을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요. 거기엔 무려 41가지의 작물을 적어놨었습니다. 하고싶은 것, 먹고싶은 것, 생각나는 것, 시장에서 확인한 것 들을 대부분 적어놓았었습니다.


<초보 귀농인의 막무가내 농사계획 - 재래시장에서 세우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유전자 조작 씨앗뿐, 토종종자를 구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막상 그 씨앗들을 구하자니 물 속에 쳐박힌 듯 답답했습니다. 지금까지 도시에서만 생활해오던 남녀가,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사람들이 일을 시작하려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습니다. 서점에서 구입한 책에서도 '종묘상'에서 구하라고 돼 있지 구체적인 방법은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종묘상에서 파는 씨앗은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 씨앗들은 유전적으로 조작이 가해져 '정상'적이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합니다. 또한 그 작물로 부터 씨를 받아 다음해 키우더라도 잘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더군요. 소위 말하는 'F1종자' 입니다. 


종자전쟁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고요. 여튼 저희는 토종종자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안철환 님의 책 <24절기와 농부의 달력>이라는 책을 보니 방법들이 얼핏 소개되어 있었는데요. 주변에서 텃밭을 일구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주로 할머니) 얻는 방법이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토종종자로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땅을 구한 시기는 거의 1월이었고, 지금은 2월입니다. 1월이든 2월이든 대한민국 어느 텃밭이라도 농사를 짓는 곳은 없습니다. 이미 추수가 다 끝난 상태에다 밭에는 하얀 눈이 쌓여있습니다. 허허. 



토종종자 나눔 까페 <씨드림> 발견!


그런 와중에 하늘에서 하얀 빛이 내려왔습니다. <씨드림>이라고 하는 토종종자모임이 있는게 아닙니까. 저희 논밭에 심을 토종 씨앗을 거기서 다 구할 수 있을거라 부푼 꿈을 안고 가 보았습니다. 왠걸,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저희의 생각이 잘못되었던 것이지요. 돈을 좀 내면 씨앗을 많이 살 수 있을거라 여겼던 겁니다.


회원들 간에 자율적으로 씨앗 나눔을 하는 곳이지 씨앗을 파는 사람은 한 분도 안계시더군요. 운영되는 방식은 이랬습니다. 씨앗을 나누어 줄 사람이 '**씨앗나눔합니다'라고 올리면 필요한 분들이 댓글로 신청을 하고, 나눔하는 분의 집으로 씨앗을 받을 반송봉투를('반송이'라고 합니다^^)보냅니다. 그러면 나눔하시는 분은 신청하는 분들의 반송이를 받아 그 안에 씨앗을 넣어 그대로 보내드리는 겁니다. 반송이에는 새 우표가 이미 붙여진 상태거든요.


그런 방식으로 저희도 몇몇 씨앗을 신청했고, 너무도 고맙게도 토종 씨앗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준비된 씨앗은 아름깨, 참깨, 음성재래고추, 안질뱅이고추, 갓끈동부(콩), 대추밤콩, 리오그랜드 토마토, 보이지 토마토, 조선파, 호박씨 등 입니다. 이름을 보아하니 토마토는 '토종'은 아닌가보네요. 대신 유전자 조작은 아니겠지요.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씨앗으로는 넓은 밭을 다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볍씨는 아예 하나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논은 무려 640평이나 되거든요!


씨드림 카페의 씨앗나눔 게시판



토종 콩과 깨를 구하다. 그리고 재래시장에서 땅콩도^^


입춘이 지나가니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씨앗나눔 게시판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어머니께서도 씨앗에 대해 함께 걱정해 주었습니다. 집에 있는 콩을 좀 가져다가 심어보라는 것입니다. 그제서야 콩은 시중에서 파는 것을 그대로 심어도 된다는 걸 생각해낸 겁니다. -.- 그건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지만 '씨앗'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깜빡한 거죠.


토종콩을 파는 곳을 알아내면 되었습니다. 이건 뻔하죠.^^ 한살림이나 초록마을같은 생산협동조합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고른 곳은 좀 더 전문적인? 곳입니다. '흙살림'이라고 하는 단체와 전국여성농민회에서 운영하는 '언니네텃밭'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흙살림과 언니네텃밭에는 '토종'이라고 선명하게 글씨를 새겨두고 콩을 팔고 있었습니다. 혹여나 심었다가 안될 수도 있으니 두 군데에 다 전화하여 심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정말 '초보'같은, 정말 '도시인'다운 질문인거죠.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된다'는 겁니다. 


그 두곳에서 구한 씨앗이 토종 메주콩 5kg, 토종 들깨 1kg, 토종 팥 1kg, 토종 서리태 1kg 입니다. 게다가 모두가 2012년 가을에 타작한 것이었죠. 이들이 저희 밭의 주작물입니다. 양을 잘 몰라 메주콩은 5kg이나 주문했는데, 남으면 먹으면 되죠^^


안타깝게도 꼭 키우고 싶은, 아니 먹고싶은 땅콩은 구하지 못했습니다. 온라인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더군요. 정확하게는 믿을만한 곳에서는 땅콩을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ㅠㅠ 그래서 장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결국 며칠 전 장날에 장에 갔고 땅콩을 구했습니다. 그것도 '봉화것'을요! 무게를 어림잡아보니 2kg가까이 되더군요^^


우리가 구한 씨앗들. 바라만 보아도 뿌듯하다.



볍씨 신청기간 놓쳐, 일반 볍씨라도 구할 수 있다면...


문제는 볍씨였습니다. 토종까페나 농업관련 시민단체에서 토종볍씨를 구하더라도 양은 극히 소량일 것이 뻔했습니다. 640평의 논도 작지 않기에 충분한 양을 구하지 않는다면 논을 놀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니 잠도 잘 안오더군요. 


사실 볍씨는 국가에서 어느정도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이 '통제'는 제한하는 통제가 아니라 부족하지 않게 보급하는 통제인 것이죠. 예전에는 추수를 끝낸 뒤 각 농가에서 다음해 쓸 볍씨를 준비했었는데요. 우량품종을 유지하려는 까닭인지 정부에서 '보급종'을 농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보급종 볍씨를 받으려면 절차가 필요합니다. 부족하지도 또 넘치지도 않게 보급하기 위해서죠. 위로는 국립종자원이 있구요. 그 아래로는 행정기관들(시,군,구,읍,면,동 등)이 있고, 그 옆구리에는 농업기술센터와 농협이 있습니다. 가장 아래에는 마을 이장들이 있겠지요. 


가장 아래로부터 즉, 이장을 통해서 필요한 볍씨를 신청해야 하고 신청기간은 11월 중순경에서 12월 말정도까지 입니다. 국립종자원에서는 기본적으로 이 신청량을 바탕으로 볍씨를 준비하고 보급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 시기를 놓쳐버렸습니다. 땅을 그 때 구하지 못했었고 이미 신청기간이 다 끝난 것이죠. 토종볍씨를 차치하더라도 정부 보급종이라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적적으로? 보급종 볍씨를 구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립종자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귀농을 했고, 땅을 늦게 구했고, 이제서야 볍씨를 구하게 됐노라고 자초지종을 대충 설명하는데, 볍씨를 개인이 구매할 수 있다고 하는겁니다. 아마도 남은 분량에 대해서는 개인 신청자에게 판매하는 것 같았습니다.


삼광, 추청, 칠보, 일품, 일미... 같은 벼 품종을 말씀하시면서 어떤걸 하겠냐고 물었습니다. 당연히 대답할 수가 없죠. 어떤 품종이 어떤지 알지못하니까요. 다행히 저의 상황을 이해하시고선 지역이 어디냐고 묻고는 "경북 지역에서 많이 신청한 품종을 하시면 되겠네요.."라며 삼광벼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삼광벼는 국립종자원 충남지원에 재고가 있었고, 그곳에 전화를 걸어 볍씨를 무리없이 신청했습니다. 여기서도 왕초보 티를 팍팍냈는데요. 20kg단위 몇 포대나 있어야 될까 싶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640평 논에 심으려고 하는데 얼마나 신청해야 하나요?" 했더니 전화받은 직원은 급 침묵하며 멘붕표현, 알고보니 20kg이면 1000평 정도에 심을 수 있는 양이었던 겁니다. 신청한 볍씨는 소독을 거친 뒤 3월에 일괄 발송된다고 합니다.


정부 보급종 신청시스템 링크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건 아니었지만... 씨앗을 거의 다 구하다


이렇게 해서 대부분의 주요작물들의 씨앗은 모두 구했습니다.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든건 아니었지만 두어달 동안은 꽤나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즐거운 힘듦이죠^^


또 씨앗을 구하면서 흙살림의 후원회원이 되었는데요. 이곳은 토종씨앗들을 지키고 보급하는데 매우 큰 노력을 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후원회원이 된 뒤 이곳에서 토종 볍씨를 조금 받기로 했습니다. 추가로 토종 조와 토종 수수, 토종 옥수수도 함께말이죠. ㅋㅋ


앞으로는 사과나무, 자두나무, 복숭아나무 묘목과 소수의 채소류만 구하면 됩니다. 이것들은 한창 심어야 할 때 장날에 장에 나가면 충분히 구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걱정이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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