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야저수지와 백두대간 줄기. 내성천은 이 일대에서 발원한다.
영주역에서 출발한 차는 소백산 자락을 따라 북쪽으로 향했다. 내성천의 발원지로 향하는 길이다. 불과 이틀 전에 내린 눈으로 산야는 온통 흰 색이었다. 심지어 도로도 흰 색. 평소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달렸다. 도로 위로 듬뿍 뿌려진 모래 덕에 크게 무리는 없다. 뒷 좌석의 사람들은 김서린 창을 문질러 밖을 확인한다. ‘아름답다’는 표현들이 들린다. 느린 속도 덕분에 아름다운 경치를 얻은 셈이다.
부석사 입구를 지나치고 드디어 봉화의 물야면에 닿았다. 왼쪽 차창 밖으로 보이던 백두대간을 이제 정면으로 두고 달렸다. 차 안에서 그나마 그 지역을 아는 내가 설명을 했다. “정면으로 보이는 저 능선이 ‘백두대간’이에요. 저기 골짜기 곳곳에서 물이 흘러와 내성천이 되는 거에요.”
곧 오전약수라는 곳에 도착할 거라고 덧붙였다. 강은 어느 한 곳에서 발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산야 전체에서 발원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으나 차는 금세 오전약수에 도착했다.
지율스님은 앞장서 걸어가 약수 앞에서 참가자들에게 설명했다. “30년 전에도 이곳에 왔었어요. 그 땐 정말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 중에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정말로 병을 고쳐나간 사람들이 있었어요.” 조선시대 약수대회에서 1등을 했었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야말로 ‘사람도 고치는 강’인 셈이다.
» 오전약수. 30년 전만 하더라도 이 일대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실제 그들은 이곳에서 물을 꾸준히 마시고 요양한 뒤 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 거북이 조형물에서 '병도 고치는' 약숫물이 끊임없이 나온다.
» 물 맛을 보는 참가자들. 처음 맛보는 물에 대해 표정이 제각각.
» '철봉 맛'을 본 참가자 재희. 표정에서 물 맛이 느껴진다.
» 어느 강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그토록 큰 낙동강도 처음에는 작은 개울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게 물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다.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 중 물은 70%내외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 생명의 생성과 유지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물이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연은 우리를 만들어 주고 또 치료도 해 주는 그야말로 ‘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셈.
그런 막강한 능력을 가진 약수가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거북이 입에서 많지 않지만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곳 물맛이라면 내가 판단하기로 ‘철봉 맛’이다. 병을 고치는 이유가 아니라면 보통의 맹물처럼 벌컥벌컥 들이킬 ‘맛’이 나지 않는다. 다행히 스님의 설명 덕인지 아이들도 한 바가지씩 들이킨다. 처음 맛보고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했던 나의 반응과는 전혀 달랐다.
사람도 고치는 내성천 발원지를 조금 떠나 하류 쪽으로 조금 내려오니 넓디 넓은 호수가 나왔다. 다름아닌 물야저수지다. 얼음이 얼고 그 위로 눈이 쌓였다. 꼭 드넓은 설원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인공적인 호수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에 괜히 심술이 났다. 참가자들도 ‘멋지다’, ‘아름답다’ 같은 말들을 뱉어냈다. 그들에게 ‘4대강 사업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乃城川 三百里(내성천 삼백리) 이곳에서 시작되다’하고 새겨진 발원지 비석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다. 이른 아침 따뜻한 이불 속에서 지었던 ‘귀찮은 표정’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부터 진짜 답사의 시작이다.
» 내성천 발원 기념비 앞에서 단체사진. '소한'의 혹한에도 참가자들의 표정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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