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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일대 수리부엉이 서식 최초확인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10. 4. 30.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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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전 아침 남한강 일대에서 수리부엉이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꿩의 깃털이 널려있었고 소화를 하고 남아 뱉어낸 것(펠릿)도 있었지요.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우리가 간 주변에 있다는 증거였죠. 하지만 그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활동을 거의 안하기에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에 군인들이 진지구축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물어보니 아침에 이곳에 올 때 큰 새 한마리가 달아났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수리부엉이라고 믿었죠.


어제 아침에 다시 찾았습니다. 군인들이 들어오기 전에 달아나는 새라도 찍자는 마음이었죠. 한참을 돌아 돌아 수리부엉이가 나타날 것 같은 곳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먹은지 몇시간도 채 안된 흔적이 있었습니다.  꿩 같았는데 한쪽 날개죽지만 남아있었죠. 날개 끝에는 선홍색의 살점이 붙어있었습니다. 우리가 간 시각이 아침 6시였으니 그보다 더 이른시간에 아침을 먹은 듯 했습니다.


숲을 계속 주시했습니다. 다른 일행을 불러 그 안쪽으로 들어가게 했죠. 하지만 예상과 달리 수리부엉이의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차가운 강바람이 불어 좀 힘들긴 했지만 기다렸습니다. 한쪽 숲에서 까치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는데 그곳에서 갑자기 수리부엉이가 날아올랐습니다. 아무래도 까치떼의 습격을 받은 듯 보였습니다.


거대한 날개는 지금껏 보아왔던 새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여행 때 히말라야 일대에서 독수리를 본 적도 있는데 그것보다 더 큰 것 같았습니다. 웬만한 어른이 팔을 벌린 것보다 더 커 보였습니다. 몸 길이만 1m가 넘으니 그럴만도 하죠. 공격하던 까치의 4~5배는 되는 듯 했죠.


한 쪽에 자리를 잡은 수리부엉이가 다시 날아오르길 기다렸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안쪽에 있던 다른 팀이 수리부엉이를 촬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우리가 본 것과 다른 작은 새끼였죠. 어린 놈이긴 했지만 까치보다 훨씬 컸습니다. 다른 올빼미나 부엉이 독수리, 매 같은 것과 확연히 구분되는 수리부엉이었죠.


저도 밖에서만 보다가 숲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조금이라도 가깝게 보기위해서 였습니다. 다행히 제가 갈 때까지 수리부엉이는 다른 일행이 있는 곳에 함께 있었고 직접본 것은 물론이고 촬영하는데도 성공했습니다. 캬캬...^^


오후에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혹여나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 하구요. 그랬더니 우리를 딱 기다리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샛노랑 눈을 감고 자고 있었습니다. 낮동안에는 잠을 자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대 하늘에는 계속 전투기가 오갔기에 그 소리에 놀라 달아나 버렸습니다. 이 때 엄청 크고 노란 눈을 뜨고선 두리번거리다가 휙~ 하고 날아갔습니다. 더 찾아보려고 노력하려다 단잠을 방해하는 것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마침 이곳은 ‘4대강 살리기’ 사업현장이라 환경영향평가서가 나와있습니다. 거기엔 지금까지 이 일대에서 조사된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구요. 환경부에서 주기적으로 조류의 현황을 파악하는 ‘조류 동시센서스’나 전국내륙습지조사, 한강수계 환경기초조사사업 남한강 하류 북측수계의 생물조사, 전국 자연환경조사 등 입니다. 하지만 수리부엉이는 이 어느자료에도 안나와 있었고, 그 말인 즉 이날 현장조사를 했던 우리 환경활동가들이 처음 발견한 것이죠.


수리부엉이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했고,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 제 324-2호로도 지정되어있습니다. 올빼미과 조류 중에 가장 큰 새로 몸 길이가 무려 70여cm에 이른다고 합니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두루 분포한다고는 하는데 서식처의 훼손으로 이 땅에는 소수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멧토끼나 들쥐같은 포유동물과 꿩같은 비교적 큰 새들도 먹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외국자료를 찾아보니 10kg 미만의 고라니나 사슴같은 종류들도 잡아먹는다고 하니까 엄청나네요. 날개를 활짝펴면 2m에 달하니 10kg 정도야 자신의 둥지까지도 데려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수리부엉이를 제 눈으로 확인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주변에는 엄청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다들 알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말입니다. 뭔가 살린다고는 하는데 이 수리부엉이는 굉장한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가 먹어야할 먹이들이 살만한 공간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예를들어서, 그들은 보통 꿩을 많이 먹습니다. 우리나라 산천에 꿩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 강변에서는 갈대밭 속에 많이들 삽니다. 갈대밭을 걷다가 꿩이 갑자기 날아올라 당황하신 적들이 있을겁니다. 그런데 준설작업으로 모래밭과 자갈밭, 갈대숲이 많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꿩은 이곳에서 살기 힘들어 질 것이고 수리부엉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리부엉이는 거대한 맹금류라 어디서든지 잘 살 수 없기에 이곳이 망가지고 나면 자연스레 대가 끊기게 될 겁니다.


또, 사업계획상 이곳은 일부 원형보존하고 나머지는 수변데크, 학습안내판, 산책로, 자전거도로 같은 것들이 들어서게 되는데 사람들의 출입이 잦으면 자연히 그들도 영향을 받을 겁니다. 또, 사람들로 인해 그의 먹이 역시 영향을 많이 받아 아마도 살기가 매우매우 힘들어질거라 염려됩니다.


여튼간에 이 일대에서 수리부엉이를 최초로! 발견했구요. 수억씩 받으며 조사를 했던 기관들이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 의심이 갑니다. -.- 



첫날 꿩이 잡혀먹은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꿩의 크기를 가늠해볼 때 엄청나게 큰 맹금류가 서식한다고 생각했죠.




꿩의 발이 보이시죠? 발과 깃털을 제외하곤 없습니다.




자를 갖다댄 것이 바로 펠릿이라는 겁니다. 먹이를 먹고난 후에 소화가 되지 않는 깃털이나 뼈 같은 것들을 토해낸 것이죠. 사진의 펠릿은 10센치 정도 되는데 이 정도의 펠릿은 수리부엉이 밖에 없습니다.




다음날 아침 현장에 가보니 어떤 새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쪽 날개만 외로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직 선홍색 살점이 붙어있는 것으로보아 먹힌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았죠.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랬더니 멀리서 까치떼의 습격을 받는 수리부엉이가 발견됐습니다. 엄청나게 큰 녀석이었는데 까치와 비교해볼 때 소인국에 나타난 걸리버 같았습니다.




까마귀와 함께 옆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멀리서도 부리부리한 눈이 선명했습니다.








결국 숲 안에서 수리부엉이를 찍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일대에 자연생태계 조사자료에는 전혀 언급이 되어있지 않으니 우리가 최초로 발견한 것입니다. 물론 마을 주민들은 이따금씩 봤겠죠. 아마 마을사람들 조차도 그런 조사에 이놈이 빠졌다는걸 이해못할겁니다. 우리같은 아마추어도 이렇게 찾아내는데 말이죠.





오후에 다시한번 갔습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앞 나뭇가지에서 잠을 자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이 사진을 찍고 조금만 찾아보다가 단잠을 깨울까봐 그만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그 일대에는 엄청난 중장비 소리와 전투기 소음이 진동을 했습니다. 





주변 풍경입니다. 그가 있는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것이죠. 그는 최초로 확인되자마자 서식처를 잃을 처지가 되었습니다. 법적보호종으로써 지위를 누려보기도 전에 말이죠.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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