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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갇혀 죽어가는 천연기념물, 산양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10. 4. 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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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과 3월에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렸었습니다. 서울도 폭설로 인해 큰 고통을 겪었지만 강원도 경북 지역의 산간지역에는 여간 고생이 아니었습니다. 서울 일대에는 거의 사람밖에 없으니 사람들 피해소식만 들었는데요, 경북 울진에서는 폭설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소식이 전해졌습니다.

3월 16일부터 3월 30일까지 보름동안 5마리의 산양이 울진에서 죽었습니다. 산양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종 1급 이면서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천연기념물이기도 합니다. 최초로 발견된 것은 3월 16일 이었습니다. 임도변에 2년생으로 추정되는 놈이었습니다.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셈이죠. 보통 2~5마리씩 무리지어 다니며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 놈만 쓰러져 있는게 영 불쌍한게 아니었습니다.

23일, 그곳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또 산양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왼쪽 뒷다리를 절다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천연기념물 지정 치료소로 인계하여 치료를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그곳 동물병원에는 야생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해 박스위에 눕혀 영양제를 투여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더 많은 산양이 피해를 입었다는 판단아래 이 일대를 뒤졌고, 25일, 28일, 30일 잇다라 산양사체를 발견했습니다. 정말로 대량으로 사망한 것이죠.

이 지역은 이미 문화재청 조사를 통해 산양 배설물과 발자국이 많이 발견되는 지역으로 알려졌습니다. 저 역시 이 지역을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야생동물 전문가와도 몇차례나 동행 조사를 했었습니다. 능선을 따라서 산양 똥이 쫙 깔렸죠. 이 일대가 산양서식지의 남방한계선 쯤 됩니다. 이 아래로 통고산과 백암산에 일부 서식이 확인됐지만 36번 국도로 교류가 불가능한 상태여서 아래쪽 산양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이번에 산양 사체와 병든 산양을 발견하며 즉각적으로 지자체에 신고했으나 현지에서 바로 처리되지 않고 대구지방환경청이나 문화재청으로 재차 신고가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신고를 받은 그 기관들은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곧바로 처리하기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니까 산양이 이만큼 많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에 제대로 된 보호주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산양이 중요하다는 것. 생물종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몇번이고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한반도 내에 수천마리, 수만마리가 살아있었지만 남획으로 인해 이제 500여마리만 남아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악산 종 복원센터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산양 종복원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쪽에서는 인공적으로 증식에 힘쓰고 있고, 한쪽에서는 자연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참 아이러니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정황상 굶어죽은 것으로 판단되나 혹여나 전염병으로 사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멸종위기종 보호차원에서 큰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환경부, 문화재청에서 발벗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죠. 당장이라도 인력을 투입하여 개체수나 이동통로 등을 파악하여 보호소를 설치하거나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체계적인 보호활동이 필요한 것이죠.

설악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산 속에서 탈진한 산양을 4마리나 구했는데 그 역할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종복원 센터의 역할이었습니다. 울진에도 설악산 못지않은 수의 산양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난 겨울 폭설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던 산양. 다리가 짧아 눈이 30cm정도 쌓일 때부터 큰 곤욕을 치릅니다. 사진 박그림

3월 16일 최초 발견된 산양 사체입니다.



3월 23일 허기져서 쩔뚝거리던 산양을 천연기념물 지정 동물병원으로 데려왔습니다. 또렷한 눈망울이 안타깝습니다. 시멘트 바닥 위 박스를 깔아놓은 모습이 정말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T.T



3월 25일 발견된 놈입니다.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3월 28일과 30일에 발견한 두 놈은 부패정도가 심해 사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동네 어르신에 의하면 옛날에는 눈만 내리면 산에 갔다고 합니다. 노루나 산양이 움직이지도 못한 채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러' 갔던 것이었죠. 물론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전의 일입니다. 그만큼 눈이 오면 이 동물들은 굉장히 고통스럽습니다. 먹이를 제대로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다리에 비해 너무 높게 쌓이는 눈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만약 환경부나 문화재청이 이 동물들이 진짜 지켜져야 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울진지역에 좀 더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하고, 천연기념물로도 지정했겠죠. 산양으로 분화하고 거의 몇백만년동안 외형이 그대로 남았다는 산양이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리는 것을 모르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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