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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핀 특별한 눈 꽃, 이제 다시 볼 수 없다 생각하니...

강의 눈물

by 채색 2013. 1. 2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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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부터 금수강산이라고 불리어 왔습니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옛날'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소문은 중국이나 일본 정도, 아니면 자칭 '금수강산'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즉 우리나라 사람 스스로가 이 나라가 정말로 아름다워 스스로 금수강산이라 이름 붙이고 만족해 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말은 빈말이 아닌 것이 우리나라를 여행하다보면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강의 아름다움으로 말할 것 같으면 금방 엄지가 세워집니다. 지금에야 거의 모든 강이 호수로 변해 옛 명성이 온데간데 없지만 다행히 남겨진 곳들은 최고로 꼽을 만한 곳만 남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댐이 들어서는 것을 막은 뒤 남겨진 곳입니다.


여러 곳이 있겠지만 제가 여행해 본 곳을 꼽자면, 영월의 동강과 울진의 왕피천입니다. 동강은 동강댐으로 호수가 될 뻔했고, 왕피천은 속사댐으로 망가질 뻔 했습니다. 댐 계획이 무산된지 10년여가 지났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죠. 계획 당시에는 금방이라도 물이 부족할 것처럼 떠들어 댔었죠. 


그리고 지금 망가져가는, 곧 수장될 위기에 처한 강이 있습니다. 정말 정말 슬프게도, 이곳은 동강이나 왕피천의 아름다움과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특징들이 워낙 뚜렷해서 그 어느 강도 수장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내성천, 정말 정말 아름다운 이곳이 영주댐으로 인해 수장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아름다운 강은 왜 모두 수장될 위기에 놓여야 하는 것일까요? 아름다움을 질투하는 사람들 때문인가요? 아... 









겨울의 내성천을 여행한 것은 처음입니다. 사실, 겨울에 여행하는 것도 드물긴 합니다. 영하 20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정도의 추위 속에서 여행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그러나 그런 혹한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적당한 습도와 방금 싸지른 오줌이 얼어버릴 만한 기온, 그리고 흐르는 강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말입니다. 










흐르지 않는 강은 기온이 내려가면 금세 얼어버립니다. 하지만 흐르는 강은 쉬 얼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이 얼지 않는 온도, 즉 섭씨 0도씨 이상을 유지합니다. 바깥기온이 영하 20도라고 한다면 물의 온도는 무려 기온보다 20도나 높은 셈입니다.


이런 혹한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이유입니다. 이 물안개는 멀리가지 못합니다. 강 주변의 나무에 새벽 서리와 함께 들러붙게 됩니다.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게 됩니다. 흔히 산능선에서 보는 상고대와 비슷하지만 강변의 이 현상은 상고대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는 듯 합니다.












높은 산 능선에서 차갑고 거센 바람을 맞으며 보던 눈 꽃을 바람도 한산하고 평온하기까지 한 강변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나 싶었습니다.


나무들이 봄 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작은 가지가지마다 핀 눈꽃을 누가 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꼭, '생식'을 위한 꽃만이 꽃은 아닐 것입니다. 


아쉽게도, 아름다운 것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태양이 떠 오르고 나무들을 비출 때, 꽃들은 가벼운 바람에도, 자기의 솜털같은 무게에도 이기지 못하고 훌훌 날아가 버렸습니다. 


다만 꽃들이 떨어지기 전의 반짝거림은 그들의 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아름다움은 눈꽃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흐르는 물 속에도 아름다움이 가득했습니다. 투명한 소리를 내는 강물과 조용한 모래 알갱이들의 조합은 이곳엔 흔한 풍경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계속 빨려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손가락도 넣어보고 괜히 모래도 뒤집어 봅니다. 









이곳을 즐기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지요. 사진의 발자국은 수달입니다. 먹이사냥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장난을 치기도, 놀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그들은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되어 있을만큼 살아있는 수가 적습니다. 내성천의 운명과 비슷하지요. 어쩌면 결국 우리의 운명도 비슷한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언 뒤, 다시 녹을 때는 특별한 모양이 생깁니다. 이런 결정도 흐르는 물에서나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꼭 이쑤시게가 겹쳐져 있는 듯한 결정입니다. 자연은 이렇듯 신비한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그 어느 '사람'이 자연을 흉내낼 수 있을까요? 자연의 모양과 기능과 역할을... 











무지하게 추운 날씨에 겨울강을 구경하는 건 정말 특별했습니다. 또, 다시 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럼에도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동강도 그랬고, 왕피천도 그랬고, 댐의 계획이 있었지만 모두 철회됐습니다. 이곳은 영주댐이 거의 지어지긴 했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거의 다 지은 댐을 취소한 적도 있었습니다.


얼마전 감사원의 발표대로 4대강 수질예측이 엉터리였고, 계획들도 대부분 엉터리였습니다. 그러니 이 댐 또한 목적이 불분명합니다. 이 아름다움을 내어주기엔 그 명분이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내년에도 내성천에 핀 눈꽃을 꼭 볼 수 있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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