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집에 가서 김밥을 주문할 때 어떻게 주문하시나요?

보통은,

"김밥 두 줄 포장이요"
"참치김밥 주세요", "가져가실거에요?", "아니요, 먹고갈거에요"

같은 정도일겁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그녀는 김밥집에 갈 때마다 색다른 주문을 합니다.

"김밥 한 줄 주세요. 계란, 어묵, 맛살, 햄 빼구요"

라고 합니다. 대개는 이렇게 주문하면, "왜 안드세요?", "맛 없을텐데요?" 라거나, "무슨 맛으로 먹어요?"라고 되묻습니다. 황당한 표정과 함께. 김밥을 싸시는 분은 약간의 웅얼거림과 함께 이미 싼 김밥을 뒤로하고 새로 김밥을 싸지요. 이따금씩 바쁘다는 이유로 안싸주는 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그렇게 싸주는 곳, 그것도 채소를 더 넣어주는 가게에 주로 간다고 합니다.

가끔 그런 사람을 볼 때가 있습니다. 김밥을 먹을 때 햄이나 계란을 쏙 빼고 나머지만 먹는 사람 말입니다. 그러면 그 햄이나 계란은 고스란히 남게되지요. 함께 먹는 사람이 불편하기도 하구요. "왜 그걸 빼요?" 라는 질문들은 그 사람에게는 지겨웠는지 약간 짜증스러운 말투로 고기를 안먹어서라거나 비위생적이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 어느 음식이나 주문할 때면, 육고기, 생선, 우유, 치즈 같은 것들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물어본 뒤 빼달라고 말한다. 며칠 전 사먹은 김밥은 당근과 우엉, 단무지와 오이만 들어갔다. 


아마도 제가 아는 그녀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이 먹을 김밥은 직접 주문을 하고 남김없이 먹습니다. 그런 그녀의 습관을 아는 주변사람들은 처음에는 불편해하다가도 차츰 배려를 하게되는 거죠. 여러명이 함께 먹을 기회가 있으면 그녀의 김밥은 따로주문을 하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하냐구요? 채식하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합니다. 육고기가 들어가거나 해물이 들어가거나 또는 유제품(우유, 치즈 등)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쌀, 보리, 밀 같은 곡류를 비롯해 흔히 먹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청국장, 두부유리, 채소요리 등을 주로 먹지요. 물론 이 음식들 중에서도 멸치로 국물을 우려내거나 김치에 젓갈이 들어간 경우는 먹지 않습니다. 

함께 길을 걷다 뭔가 입맛이 땡겨 그녀에게 묻습니다.

"더운데 아이스크림 먹을까?" 
"아니, 그거 우유들어가서 안먹어"

"저기 감자튀김 사먹을까?"
"반죽에 계란 넣어서 안돼"

"야채피자 먹을까?"
"치즈는 우유로 만드는거 몰라?"

"떡볶이 사먹을까? 먼지 많이 들어가서 나도 별론거 아는데 갑자기 길거리 음식이 땡기네"
"오뎅국물 넣어서 안먹어"

생각지도 못한 음식에도 '채식인'들이 먹지않는 것들이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저도 몇 년 동안 채식을 위해 나름 노력을 했었지만 '어쩔 수 없을 때'는 그냥 먹기 일쑤였지요. 그래서 마음 속으로는 '그냥 좀 먹지'라고 푸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저정도는 괜찮을거 같긴한데'라면서요. 그럴 때 왜 그녀는 이런 철저한 채식을 지키는 것일까?!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하는 왜 고기를 안먹어?"

그녀의 이름은 유하입니다. 질문을 하자마자 안먹는 이유에 대해서 미리 준비한 것처럼 말을 막 쏟아냅니다. 저도 그런 때를 대비해서 준비한 것이 있긴 하거든요.(담 편에서^^)

"원래 고기를 정말 좋아했거든. 삼겹살도 많이 먹고, 소고기는 비싸서 별로 못먹었지 먹었으면 엄청 먹었을거야."

그녀가 말을 잇습니다.

"다큐멘터리였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나. 그 장면만은 너무 생생하게 기억해. 소랑 돼지랑 도살장으로 끌려가는데 너무 슬프게 울더라. 그리고 어찌나 무자비하게 죽이던지."

"나는 그걸 먹는다고 해서 기운이 확 솟거나, 죽다가 살아날 정도로 그런 것도 아닌데, 그렇게 죽이면서까지 먹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

"그런데 바로 안먹진 않았어. 그렇다고 평소처럼 먹지도 못했어. 사람들과 함께 가면 먹고 그랬지. 맛있었으니까. 좋아했으니까. 문제는, 그게 계속 생각나는거야. 돼지 울음소리와 소 울음소리. 죽이는 장면들이. 마치 내가 먹는 그 고기가 그들의 살점처럼 느껴지는거야. 실제로도 그런데 그 때까진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거야. 고기 냄새가 마치 '살타는 냄새'처럼 느껴질 때 절정이었어."

"이후에는 일반 한식당이나 해산물을 먹게됐어. 더이상 못가겠더라고. 사람들이 이걸 이상하게 생각할 땐 '내가 정신병에 걸린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어. 병원에 가볼까 생각했지만 그러진 않았지"

"그래도 본격적으로 안먹게 된건 '광우병 사태' 때야. 그 전에는 고기를 선택할 수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사태를 겪으면서 눈에보이지 않는 고기에 대해서는 전혀 선택권이 없는거야. 라면같은 인스턴트 식품에는 대체 어떤 고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곳에 들어갔는지 전혀 알 길이 없으니까 '이번 기회에 확 끊자'고 결심하게 된거야"

"코브라는 영화 알지? 그 영화를 보는 내내 '생선'도 다르지 않았다는 걸 알게되었어. '고기'와 '생선'의 차이가 사라진 거지. 내 머릿속에 맴돌던 '비명소리'가 생선에도 확장이 된거야. 고기를 끊은 뒤로 해산물도 잘 안먹었었는데, 이 영화를 본 후로 해산물도 완전히 끊게됐어"

"한번은 오래된 친구들이랑 피자집에 갔거든. 친구들이 못본 척 해줄테니까 한조각만 먹어보라는거야. 그런데 그 때는 이미 '의식적'이라기 보다는 '못먹는 상태'였거든,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이해못했어. 나도 충격이고 친구들도 충격을 먹은 것 같았어."

| 오직 사람들의 '음식'이 되기 위해 태어난 동물들.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본 뒤로 먹지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_다큐멘터리 Life in a day 의 한 장면


그녀의 장황한 설명에 저는 이해하느라 애를 썼습니다. 저도 비슷한 이유로 끊고 지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다행히' 쉽게 와닿았습니다. 그녀와 제가 다른 점은, 저는 쉽게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우유가 들어간 식품을 먹거나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란반찬, 멸치볶음 등을 싸그리 먹었습니다. 그녀는 이런 것까지도 철저히 끊고 있었던 겁니다.

채식하는 사람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을겁니다. 그녀는 무수한 다른 이유보다도 '윤리적'인 문제에 심각성을 느끼는 편이었습니다. 한 때는 '윤리적으로 자란' 동물들을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엔 어느 생명이건 먹기 위해 죽여야 하는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달았다고 합니다. (그럼 식물도 먹지 말아야지! 하는 분들에겐 담 번 글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

물론 저도 그녀도 '육식'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오래전 사람들도 사냥을 하거나 가축을 사육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육식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는 공장식 사육이라던지, 기계식 도살, 성장촉진 호르몬의 주입 등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오로지 '음식'이 되기 위해 태어나는 것이 같은 생명으로써 굉장히 씁쓸한 것이죠. 

그녀가 특별한 김밥을 고집하는 이유는 이상한 것 같지만 의외로 이렇게 단순합니다. 마치 김밥 안에 몇 안들어가는 재료처럼 말입니다. 앞으로도, 혹시나 언젠가 고기가 땡길지도 모르는 날이 올수도 있겠지만, 쭉 채식을 할거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채식을 한 뒤로 감기에도 한 번 안걸릴 정도로 건강해졌고, 더군다나 음식이 더 맛있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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