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쯤부터 채식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광우병 사태 이후죠. 2년정도 나름대로 채식을 열심히 했는데, 육식의 꼬드김에 결국 넘어가 다시 육식하길 1년. 마음을 다잡고 지난 8월부터 채식하겠단 마음을 먹고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성격이 우유부단하고 딱부러지지 못해서 그런지 가끔 해산물도 먹고, 육고기 국물도 먹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모르고 먹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채식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죠.

"비건이에요?" 라는 질문에,
"네, 이제 시작입니다. 비긴!"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질문을 한 쪽의 당황한 표정은 아직까지도 선명합니다. 아마 저를 상당히 무식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후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 후에도 '비건'인지 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비건이냐'는 질문을 여러차례 받고 나서야 그게 뭔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 채소만 먹고 살 수 있을까? 인도에는 '비건'을 위한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만큼 메뉴도 다양하다. (사진은 파키스탄에서 찍은 채소가게^^)


'비건 vegan'은 육고기, 해산물은 전혀먹지 않고, 우유를 비롯 유제품도 전혀 먹지않는 거의 완전한 채식이라고 합니다. 동물성 재료로 된 것은 아예 입에도 안대는 것이죠. 우리말로 바꾸면 '완전채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채식의 단계에서 가장 높은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채식에도 단계가 있었던 겁니다.(또는 유형) 무엇을 하든 천천히 바꾸어나가야 하는 것이죠. 저는 '고기'를 안먹으면 그게 채식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저는 이 단계가 있다는걸 알고서, 

"아니 채식이면 채식이지 그게 뭔 단계냐?"

라고 혼자 화를 낸 적이 있습니다. 고기를 조금이라도 먹으면 채식이 아니라고 여겼던거죠. 그런데 살펴보니 육고기나 해산물을 먹지 않으나 우유나 치즈 같은 유제품은 먹는 단계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아무런 생각없이 유제품들을 먹고 있었거든요. 치즈 파스타, 피자, 아이스크림 등등.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죠. 그러면서 '사돈 남말했네' 라고 반성했습니다.


채식의 단계 또는 유형

1. Semi (세미 채식)

육고기만 먹지않고 조류나 해산물을 먹는 상태입니다. 보통 "두발달린 동물만 먹어요."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포함됩니다. 이들에겐 '다 고긴데 뭔 차이야?'라고 많이들 질문하죠. 삼겹살이나 갈비 즉 고깃집에서 구워먹는 고기를 거부하고, 치맥(치킨과 맥주)는 먹는 상태입니다. 나머지 우유나 치즈는 다 먹습니다.

2. Pesco (페스코 채식)
보통 '채식'하면 페스코 채식을 떠올리면 됩니다. 조류를 포함한 육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회나 해물탕 등 해물류는 다 먹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고기 안먹어요"하면 해물은 다 먹는줄 알죠. 당연하게도 우유와 달걀도 다 먹습니다.

3. Latoovo (락토오보 채식)
조류를 포함한 육고기와 해물까지 안먹습니다. 또한 달걀도 안먹지요. 대신 우유 등 유제품은 먹습니다. 이 차이는 뭐냐면, 과거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주요한 단백질원이 가축들의 젖으로 만드는 치즈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빵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도 우유를 넣어 빵을 만들기 때문에 우유를 먹을 수밖에 없죠. (물론 우유를 빼고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4. vegan (비건 채식)
우유를 먹는 락토오보에서 우유마저 먹지 않는 상태를 비건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완전 채식으로 동물성 식품은 전혀 먹지않는 상태입니다. 비건채식을 오랫동안 하게되면 전혀 눈치챌 수 없는 음식에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것도 구분해낸다고 합니다. 어떤 분이 해물이나 육고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녹두전에서 고기 맛이 난다며 항의했다고 합니다. 주인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알고보니 돼지기름을 써서 부쳤기 때문이었다는 군요. 그 정도로 민감하게 변하게 됩니다.

5. fruit (프룻 채식)
당황스럽죠? 프룻채식, 즉 과일채식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식물을 죽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방법입니다. 과일, 곡물, 잎사귀 등만 먹는 방식이죠. 식물의 생명을 해칠 수 있는 뿌리, 줄기 등은 먹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산나물, 나물 등이 포함되겠습니다. 채식한다고 그러면 "그럼 식물도 먹지 말아야지, 그건 생명이 없냐?!" 라고 항의하시는 분들에겐 프룻채식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내세울 수 있습니다. ㅋ '프루테리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베지테리안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6. Uncooked (생채식)
채소를 먹어도 요리를 하지않고 먹는 것을 말합니다. 자연상태 그대로 먹는거죠. 마치 동물들처럼.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거라 생각하는데요.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 중에서 요리를 하는 동물은 한 종도 없습니다. 열매 껍데기를 벗기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인간들이 걸리는 수많은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습니다. 자연상태가 영양도 많고 몸에도 좋다는 것입니다. 저도 한달정도 해봤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 여주 시내에 있는 '팔선각'의 깐풍기. 나름 깐풍기 매니아로써 다양한 중국집의 깐풍기를 먹어봤지만, 이곳이 과연 최고였음. 이걸 끊고 내가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는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다 수긍이 가더군요. 문화적인 배경에 따라 채식의 유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겠더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조상들도 고기를 거의 먹지않는 채식자들이었습니다. 아버지께 여쭤보니 일년에 한 두번, 잔칫날에나 먹었다네요. 간만에 먹는 고기라 닥치는대로 먹고 한 며칠동안 배탈에 고생을 했다는군요.

저도 아직까지는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요.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할겁니다. ^^ 한 2년동안 고기를 아예 끊었던 친구는 이젠 고기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난다고 하네요. 저는 군침이 돌거든요. ㅠㅠ 3~4년 전까지만 해도 삼겹살 기본 3인분은 먹어야 '아~ 이제 좀 먹은 것 같네'라고 느끼던 저였기에.

채식을 하는 이유는 다양한데요. 다음번 글에서 얘기해보겠습니다. ^^ 제가 채식을 하면서 알아가는 것들, 겪는 일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구요! 이 글이 첫번째가 됐네요^^ 여러분들도 건강한 식생활 하시길!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