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지리시간에 배웠습니다. 배수가 잘 안되는 지역, 즉 점토가 많이 섞여있는 땅에서는 논 농사를 주로 짓고, 배수가 잘 되는 땅에서는 밭 농사를 짓는다구요.
벼를 심을 때는 따로 모종을 키운 다음 물을 채운 논에다 모내기를 합니다. 이앙법이라고 하지요. 오랜 옛날에는 그냥 씨를 뿌려 재배하기도 했는데, 이앙법이 장점이 많아 그걸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4~5번 해야할 김매기가 이앙법으로 하면 1~2번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물이 찬 곳에 들어오는 잡초가 적어서 그럴 것입니다. 재배기간도 짧아지고, 수확량도 많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벼는 점토질이 높은, 투수성이 비교적 낮은 땅에 논을 만들고, 물을 채워 심습니다. 두렁을 만들어 물이 나가지 못하게 하고, 물론 물꼬도 만들어 물을 내보내거나 하는 등의 시설을 갖춥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강변의 수많은 논들이 모래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바로 "농지 리모델링" 이라고 그럴싸하게 이름 붙여진 "농지 매립" 사업입니다. 강 바닥 굴착(준설)으로 퍼낸 모래들을 준설토 적치장에 쌓아두다 못해 농지를 메우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농지를 높여 침수 걱정이 없게 하겠다" 고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하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되려 사막화를 걱정합니다.
원래 있던 흙을 옆으로 긁어 냅니다. 그리고 그 안을 모래로 채웁니다. 상류지역의 모래는 해변가의 모래보다 살짝 더 거칩니다. 투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모래가 머금고 있던 물들이 쏵 빠져버려 논 바닥에 고여버렸습니다.
원래의 땅은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지형이었지만, 모래는 물을 금방 통과시켜버린다는 증거죠.
그래서 원래 있던 흙을 긁어냈던 것입니다. 원래의 흙을 모래 위에 덮고 다진다면 크게 문제가 될게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분이 보시기에 원래 파냈던 흙이 이 땅을 충분히 덮을만 해 보이시나요?
어딜보아도 논을 충분히 덮을 만한 흙은 안보이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물을 가둬둘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듯 보이네요.
농어촌공사 경북본부장이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현재 리모델링 사업지구 대부분은 저지대 배수불량 지역입니다. 또 쌀농사 일변도여서 선택의 폭도 좁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농지리모델링사업이 끝나면 침수 걱정은 사라지고 논농사 외에도 밭농사와 시설 원예 등 다목적으로 농지가 활용될 겁니다. 이는 농가소득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물타기가 아닌지 의심이 됩니다. 논 농사가 안되면 밭 농사 지으란 얘기 같습니다.
손에 쥐고 뿌려보았습니다. 어찌나 깨끗한 모래인지! 강 속에서 생명들을 살리고, 물을 살려야 하는 모래인데, 이렇게 억지로 끌려나와 논에 버려졌습니다. 이 완소 모래가 애물단지가 돼 버렸습니다.
80mm 비에 이포보 일부 붕괴! (12) | 2011.05.16 |
---|---|
여울이 사라진 강, 입을 다물다. (13) | 2011.04.29 |
4대강 영화, 무료로 쏟아진다! (3) | 2011.04.19 |
이런, 물이 고이니 생명이 정말 넘쳐난다. 4대강 사업의 효과? (33) | 2011.04.14 |
운하반대 외쳤던 그곳마저 사라졌다. (12) | 2011.04.13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