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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소나기가 진짜 '오는' 모습 보셨나요?!

여행

by 채색 2010. 4. 2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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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기예보를 듣자하니 오후에 찬공기가 몰려와 소나기성 비를 뿌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봄날에 소나긴가 해서 긴가민가하고 있었습니다. 오전동안에는 잔뜩 흐려서 비가 곧 올려나 싶었는데 오후부터 날씨가 맑아졌습니다. 쨍쨍한 날씨가 오랜만에 기분을 업 시켜주었습니다. 아, 제가 있는 곳은 남한강이 흐르는 여주입니다. 강 파괴사업이 한창인 곳이죠.

오후 4시 쯤 되니 서쪽에서 구름이 몰려왔습니다. 설마?? 하고 쳐다봤는데 멀리서 비가 내리는게 보였습니다. 예전 티베트 여행을 할 때도 멀리서 비가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티베트는 대기가 워낙 깨끗해서 멀리까지 아주 잘 보이죠. 그래서 그렇게 쉽게 보였던 것이고, 어제의 여주역시 맑았습니다. 

어릴 때, 15년 전 쯤 친구들과 전라도 강진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강변에서 야영을 하며 즐겁게 놀았죠. 장마철이 끝난 여름철, 방학일 때였습니다. 소설 '소나기'를 떠올리게하는 그런 무더운 날씨였죠. 어린 때라서 귀신놀이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여튼간에 아주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밤에는 별이 어찌나 그렇게 많이 보이던지 제 평생 그렇게 많은 별은 처음이자.. 아직까지도 최곱니다. 티베트 고원지역에서도 그렇게 많은 별은 못봤으니까요. 

새벽 늦게 잠이 들었는데, 아침엔 확성기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습니다. 마을회관에서 급히 빠져나오라는 방송이었죠. 왜그러지 하는 마음에 밖으로 나갔는데 우리에게 소리칠만한 어떠한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른들이 빨리 나오라 그러니까 텐트를 걷고 강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빗소리가 그것도 아주 크게 들렸습니다. 물론 저희들 주변엔 비라는게 오지 않았죠.

막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뿔싸!! 저~쪽에서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다가왔죠. 소리도 점점 커졌으며 친구들의 비명소리도 커졌습니다. 결국 비는 우리를 덮쳤고 텐트 천 아래로 숨어들어가기도 하고 나무 밑으로 뛰어가기도 하고 난리를 부렸죠. 빗방울이 얼마나 세던지 회초리로 때리는 듯한 느낌이었죠. 하지만 그 비는 길지 않았고 금방 지나가는 비였습니다.

소나기는 급조된 구름에서 급하게 내리는 비라서 그렇겠죠? 여주에서 만난 비도 멀리서 오는 모습이 보였고 내가 있는 곳까지 얼마나 걸리겠다는 것까지 예상이 될 정도였습니다. 일단 아래의 사진을 보시죠.


금방 전까지만 해도 따뜻함을 주던 태양은 서쪽의 구름들에게 묻혀버렸습니다.






동쪽 방향으로 쳐다보니 뭉게구름이 뭉글뭉글 솟아 있었습니다. 그 앞으로 날아가는 새들이 넘 멋져~




심상치 않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비가 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4대강 공사현장 위로 빗줄기가 내려오는게 보이죠? 



빗줄기를 좀 더 줌으로 땡겨서 찍었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솜사탕을 빗으로 쓰다듬은 듯한 그림!



이제는 다른 쪽을 봐도 비가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다가왔죠.




비교사진입니다. 위에는 비가 안올 때고, 아래는 비가 올 때 입니다. 



차 창에 내린 빗방울. 금방 젖어버렸습니다.


갑작스레 내리는 소나기에 몸이 흠뻑 젖은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어릴 때는 마냥 즐겁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싫어지죠. 특히나 오갈데 없을 때 비가온다면 참 난감하긴 한데 그냥 적셔버리고 자포하면 마음에 안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이 들면서부터는 비가 무섭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바닥을 치고난 후에 드는 느낌과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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