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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서양인들이 한국인을 놀릴 땐 '칭챙총'

달려라자전거

by 채색 2009. 8. 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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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부터 였습니다. 처음에는 무슨말인지 몰라 그냥 지나칠 뿐이었는데 나를 쳐다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칭챙총'이라고 할 때부터 그게 놀리는거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조금씩 열받기 시작하더니 짜증이 확 치미더군요. 특히 아이들이 '얼레리 꼴레리'하는 식으로 가까이 와 '칭챙총~'하고 놀릴 때면 허파가 뒤집어 졌습니다. 아이들보고 뭐라할 수도 없으니 이거 원~

'칭챙총'이라고 하는 말은 정확히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어의 발음을 흉내내는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아무래도 중국어(한어)에는 비슷한 발음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경극'의 발음을 흉내내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마도 패왕별희 같은 영화를 보고 그런 말을 배우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맞습니다. 칭챙총은 한국인만을 놀릴 때 쓰는게 아니라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등 중국인처럼 생긴 사람들에겐 모두 다 쓰이는 말이었습니다. 여행 중 만난 일본 여행자들도 그것때문에 고생이 심하다고 얘길하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친니~'(이란), '치노~'(이탈리아) 등의 말을 덧붙여 놀리는 것을 보면 '중국인'에 촛점을 맞춰서 놀리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예전에 네팔에서 만난 캐나다 여행자가 저에게 물었었죠. 중국여행할 때 좋았냐고. 별로 좋지 않았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들도 그랬다고, 중국 여행하고 좋은 말 하는 여행자가 없었다고 하면서 말을 꺼냈죠. 캐나다에는 중국인을 놀리는 노래가 있다고, 방송에도 자주 나온다구요. 그러면서 그 노래를 불러줬습니다. 그 때야 뭣도 모르고 웃었죠. ^^

<< 그리스의 지중해 해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편히 놀고 있다가 뜬금없이 놀림을 받는다면?? >>

그리스 해변이었습니다. 옥빛의 지중해에 몸을 담그며 히히덕 거리며 놀고 있었습니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곳은 되게 유명한 곳도 아니었기에 사람도 많이 없었습니다. 허리정도까지 오는 물에 몸을 푹 담구고는 여름을 즐겼습니다.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수영도 했죠. 그러다 뜨거운? 눈길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5m 떨어진 곳에 9~10살 정도 된 것 같은 여자아이들이었는데요. 계속 쳐다보고, 웃고 있었습니다. 뭐지?? 그냥 뻘쭘해서 손을 흔들었더니 그 때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되게 흥겨운 노래임에 분명했습니다. 박수도 치고 난리가 났습니다. 뭔가 나를 위한 노래인가 하며 함박웃음을 날려주었죠. 아이들이 참 귀엽네^^ 하며...

노래는 절정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리고 '칭챙총 칭챙총~ 칭챙총 칭챙총~' 하는 가사가 나오더군요. 헐~ 그런겁니다. 그 노래는 놀리기 위한 노래였던 것입니다. 순간 욱~ 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었습니다. 제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들이 놀리는게 아니겠습니까. 가족들과 피서를 왔는데 제가 거기서 화를 내거나 하는게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란을 떠나 그리스의 그 해변에 닿기 전까지는 그렇게 놀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터키의 시골에서 다른 방법으로 놀리는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그 한번이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수영을 접고 바로 돌아왔죠. 기분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날은 가만히 있지만 다음번에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여행하는 동안에 '칭챙총'이라는 단어는 기억속에서 사라질 듯 말 듯 했습니다. 그저 짜증나지만 재미난? 추억으로 남아있었죠. 그러다 또 듣게 되었습니다.

<<여기가 세고비아. 야영장은 좀 떨어져 있습니다만, 굉장한 곳입니다. 이런곳에서 즐거움 뿐만아니라 놀림까지 받다니...>>

로마시대의 수로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 세고비아라는 도시였습니다. 스페인 중부지방에 있죠. 야영장에서 아침을 먹고, 화장실을 갔습니다. 볼일을 보고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구석에 있는 아이들이 계속 저를 쳐다보더군요. 10살정도 된 아이들이었죠. 귀여운 짜식들. 뭐가 그리 신기하다고.^^ 하면서 제 할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키득키득 웃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도 아이들을 향해 웃음을 날려줬습니다. 그리고 거울을 보다가 세수를 하다가 그러고 있는데... '칭챙총~', '칭챙총~' 하며 완전 넘어가는게 아니겠습니까?! 두뇌에 쥐가 내리더군요. 아이들에게 무섭게 다가가서는 '아빠 어디있어?' 라고 영어로 말했다가 '빠빠?' 하며 말을 고쳤습니다. 이 아이들을 이대로 둔다면 동북아시아 인종에 대한 무시가 클 때까지 그대로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갑자기 겁을 먹은 아이들의 표정이 머뭇거리게 했지만 그 때는 화가 하늘 끝까지 솟은 상태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앞세우고 그들의 부모가 있는 곳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를 만나 말했습니다. '왜 이 아이들이 저보고 칭챙총이라고 하죠? 제가 뭘 잘못했나요?' 하고 따져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아이의 귀싸대기를 날려버렸습니다.

컥!! T.T 이럴수가. 야영장의 모든 시선은 이쪽 주변으로 쏠렸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저에게 여행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눈물 나더군요. 그냥 나중에 살짝 말하는건데.. 아이들에게 큰 상처가 된게 아닌가 싶더군요. 한참동안이나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또 한참동안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는 다시는 '칭챙총'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테지만 그 마음의 상처 또한 오래갈거라 생각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런말을 다시 듣지 않았습니다. 아랍이나 유럽이나 왜 그렇게 중국인들을 놀리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그런 놀림을 받고도 가만히 있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놀림을 받고 그에 마땅한 대응을 했다면 이렇게까지는 퍼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기억이 여행중 가장 아프고? 짜증나는? 기억입니다. -.- 이런 곳을 여행할 여행자분들도 이런 놀림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추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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