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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하는 자전거는 따로있다??

달려라자전거

by 채색 2009. 8. 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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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개월동안 함께했던 나의 자전거 풍만이, 구입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씽씽 잘 달리고 있다.^^>>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며, 또 다녀와서 수없이 많이 받은 질문이 있습니다. (저는 14개월동안 상하이에서 리스본까지 자전거로 여행했습니다.)

"비싼 자전거니까 가능한거 아니에요? 얼마짜리 자전거에요?"

그럴 때마다 대답하길,

"제 자전거는 조금 비싸긴 하지만, 여행하면서 만난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은 싼 자전거들로도 잘만 하던데요. 비싸든 싸든 그건 문제가 안되요."


사실 저도 비싼 자전거라야만 장거리 자전거여행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05년도 초 여행용 자전거를 구입할 당시 일부러 고급자전거만 취급하는 가게에 갔었습니다. 원래 제가 사려고 했던 제품은 100만원 초반대의 자전거로 그 가게에서는 가장 싼 것이었죠. 지금은 1~200만원 하는 자전거는 예사지만 제가 살 당시만 해도 좀 드물었습니다.

당연히 그런 자전거를 처음 접했기에 어떨떨하기도 했고 많이 긴장했습니다. 120만원하는, 제가 사려했던 그 자전거는 일종의 미끼상품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 모델을 언급하며 보여달라고 했을 때 굉장히 안좋은 것처럼 말했기 때문이었죠. 그러면서 지금의 제 자전거의 메이커를 들먹이며 지름신을 내려주셨습니다.

"이건 다른 것하고 틀려요. 저게 쏘나타라면 이건 벤츠에요. 미국에서 수제로 만든거에요. 보세요 'hand made in USA' "

미국은 제일 싫어하는 나라 중 하나였지만 왠지 끌리더군요. 중요한 것은 앞서 봤던 자전거와 새로 보여준 자전거는 느낌부터가 완전 달랐습니다. 그런거 있잖아요? 좋은거 하나 보면 안좋은건 완전 배제되는... -.-  몇달이나 손 수 벌어야 하는 돈을 일순간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었음에도 그렇게 오래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겉으로 고민하는 척 했을 뿐이죠. 괜히 더 비싼 자전거에 눈이 갔습니다. 가격이 높아지면 질 수록 훨씬 더 좋아보이더군요.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제가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을 할거라서요. 아주 튼튼한게 필요한데, 이거 튼튼한 거에요?"

"이건 손으로 만든거에요. 여기 용접부위를 보세요. 표시가 잘 안나죠? 부드럽게 되있죠? 다른 회사 제품은 이렇게 못해요. 부러져요. 손으로 용접부위를 깔끔하게 갈아버린다는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에요."

"정말요?"

"그럼요 평생보증제품이에요. 몸체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오세요. 바로 교체해드립니다."

"오~"

다행히 아저씨는 두번째로 보여준 자전거 이외에는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그 자전거만으로도 충분히 튼튼하다는 것이었죠. 한단계 위의 자전거가 더 마음에 들었지만 브레이크와 도장이 다를 뿐 거의 같았습니다. 그래서 브레이크를 교체하기로 하고 결국 지름신의 강림을 차분히 받아들였습니다. 싸게해주는 대신에 현금으로 결재를 했습니다. 근처 은행에서 돈다발 두덩이를 갖다주는데... 떨리더군요.. 자전거가!! T.T


중국 여행 중이었습니다. 산악지역을 한창 기어올라 고개마루에 딱 멈췄습니다. 맞은 편에서 젊은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와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했습니다. 저의 짧은 중국어 실력과 그의 짧은 영어실력 때문에 긴 대화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약 2000km 정도의 장거리?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선두였고 뒤쪽에 다른 학생들이 따라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학생의 자전거는 딱 봐도 비싸지 않은 자전거였습니다. 그런 걸로도 충분히 소화해 내고 있었죠. 그래도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더 장거리니까 비싼걸 써야해' 하며 자위했습니다.

<< 중국에서, 저 때만해도 허벅지에 엄청난 살에 배까지 나왔군요. ㅎㅎ.. >>


그 이후에 만난 자전거 여행자가 티베트에서 였죠. 라싸에서만 호주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 이탈리아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 한국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 등등 많이 만났습니다. 다행히? 티베트에 온 사람들은 자전거에 높은 취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저보다 더 좋은 자전거를 쓰고 있었습니다. 안도했죠. ㅋ

그런데 라싸에서 출발한 이후 몇일 후인가... 중국인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습니다. 어?? 우리나라에서 20만원 전후로 살 수 있는 중국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게 아닙니까. '와... 대단하다.. 헝그리 정신이 투철하다 저러다가 부러지면 어쩌려고...'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런 자전거는 굉장히 약할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펑크를 떼우고 있는 중국인 자전거 여행자들. 저가형 자전거였지만 잘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몇일 뒤 장아저씨 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대강봐도 포스가 한가득 느껴지는 분이었죠. 그의 자전거를 보자 '에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내가 잘못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걸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죠. "8년동안이나 매년 자전거 여행을 하는데, 올해엔 티베트에 온 것이다. 매년 5000km 이상 자전거 여행을 즐기고 있다. 8년전 샀던 그 자전거 그대로다." 라고 했습니다. 굉장했죠. 와~~

<<서쪽의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장 아저씨, 정말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또 티베트에서 스위스 여행자를 만났습니다. 그에게 어디에서 출발했냐고 물으니 '집 앞'이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죠. 허허... 그렇습니다. 집 앞에서 출발해 그곳까지 육로로 계속 왔던 겁니다. 그의 자전거를 살펴보니 독일식 기어를 가진 고가의 자전거 였습니다. 아마 그 자전거를 여행하기 전에 봤다면, 여행을 하려면 이런걸로 해야한다.. 고 생각했을 겁니다. 멋지게 생긴 자전거였죠.

<<스위스 집 앞에서 출발한 자전거 여행자. 굉장하지 않나요?>>

인도와 파키스탄의 인도쪽 국경도시 암리차르에서 만난 자전거 여행자는 정말 자전거가 꾸졌습니다. -.-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작은 공국 '안도라'에서 온 친구였는데 그의 자전거는 완전!! 저렴한 것이었죠. 그 자전거를 15년째나 타고 있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안도라에서 출발해 수천키로를 여행한 상태였습니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몸체는 안타까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조금씩 '내가 너무 비싼걸 고집했구나' 하는걸 천천히 그리고 정확히 깨달아 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하루 최대 주행거리는 240km 에 이르렀습니다.)

<< 안도라에서 온 친구 페란. 사실 그의 자전거가 제 여행 중 만난 자전거 중에 가장 부실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체력은 최고였죠!!>>


파키스탄 라호르 여행자 숙소에서 자전거 여행자를 4명이나 만났죠. 저를 포함하면 한 장소 같은 시간에 각지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가 다섯명이나 됐던 겁니다. 굉장했죠. 그들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사흘정도 매우 재밌게 보냈습니다. 역시나 자전거 여행은 재미난 일이 많이 생기나 봅니다. 사진은 두명의 여행자가 떠나기 전 배웅을 하며 자전거 여행자 전체 사진을 찍은 겁니다. 자전거들은 다 좋았죠. -.- 안도라에서 온 친구를 제외하면요.

<< 파키스탄 라호르 리갈 게스트 하우스 앞 5명의 자전거 여행자들. 가장 오른쪽이 저네요.^^ 광각렌즈의 끝부분이라 조금 왜곡되게 나왔습니다. -.-a >>

파키스탄 횡단 여행을 하던 중 또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매우 저렴한 자전거를 이용해 여행을 하고 있었죠. 그가 사는 바르셀로나에서 그곳까지 약 8000km에 이르는 거리를 약 두달만에 주파하고 있었습니다. 빨리 가는건 좋지는 않지만 자전거의 성능?은 확실히 증명이 된 셈이죠. 결코 싸다고 장거리 여행 또는 주행을 못하는게 절대 아니라는 것을요.

<< 이 분도 자전거를 아주 오래 타고 있었습니다. 낡았지만 결코 여행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았습니다. 수천키로를 여행하는데 말이죠>>

그리스 고개를 넘다가 또 만난 분들이 있습니다. 제 자전거보다 훨씬 저렴한? 자전거였죠. 하지만 그분들은 이미 아프리카 종단, 아메리카 종단을 끝낸 베테랑이었습니다. 그걸 끝내고 유라시아 횡단길에 나선 것이지요.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잠깐 스쳐가며 만났지만 한시간이 넘도록 여행이야기를 나눴었네요.

<< 정말 부러웠습니다. 부부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장거리를 함께 하는 모습이요.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었습니다.>>

그 후에도 몇몇 여행자들을 만났습니다. 또, 위에 소개하지 않은 여행자도 많았구요. 비싼 자전거, 특정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을 해야한다는 것은 없습니다. 저렴한 자전거라 할지라도 튼튼하고 괜찮은걸 고른다면 충분히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많은 분들이 자전거 여행을 떠나시는데요. 자전거가 비싸지 않은것이라 할지라도 못갈 이유는 없는 겁니다. 오히려 비싼 자전거를 들고 갔다가는 낭패보는 수가 있습니다. 항상 경계해야 하고, 부서지면 비싼 부품을 써야하는 등 성가신 문제들이 많죠. 반면에 저렴한 자전거들은 안되면 '버리면' 되니까 상관 없는거 아니겠습니까. 자유가 더 큰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식의 풀이라면 비싼 자전거는 버리지 못해 끝까지 해야하는 단점이 있는건가?ㅎ 또 비싸든 싸든 아끼던 자전거를 왜버려. -.-a)



 

<추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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