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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범벅 준설토, 어쩌려고 이러나?

강의 눈물

by 채색 2011. 2. 1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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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은 한강과 달리 대도시들이 강 상류에 몰려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구와 구미를 들 수 있겠네요. 이들 도시에는 다들 알고 있듯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 있습니다. 구미에는 전자관련 산업이 발달했고, 대구에는 섬유산업이 발달했습니다. 염색공단도 있습니다. 오랜시간에 걸쳐서 공업폐수를 낙동강에 방류했습니다. 환경의식이 덜 했던 때에는 하수처리가 잘 안되어 심각한 문제였고, 지금 하수처리가 어느정도 되는 때라 할지라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이긴 합니다.

1991년도에는 이 낙동강을 식수로 하는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페놀유출사건입니다. 구미공단의 한 전자회사에서 유출되었던 페놀이 대구의 취수원으로 유입돼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었습니다. 그 후에 환경의식은 살짝 개선되어 페수정화시설이나 정수시설 등을 대폭 보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화공약품과 중금속으로 오염된 폐수를 버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수백만의 시민들이 먹는 물이기도 합니다. 그 만큼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곳입니다. 서울의 상수원인 팔당댐의 '비교적 맑은' 물과는 비교대상이 아닙니다.

낙동강 하구에는 하구둑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시절에 만든 것입니다. 바닷물과 민물의 소통을 가로막아 민물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 같습니다. 하구둑을 막은 뒤는 당연히 민물과 바닷물의 소통은 사라졌고 물의 흐름은 굉장히 느려졌습니다. 마치 호수와도 같은 상태가 된 겁니다.

각종 오염물을 싣고 온 물은 하구둑을 만나며 정체가 됩니다. 가지고 왔던 무거운 것들을 서서히 내려놓습니다. 더러운 것들, 나쁜 것들 모두모두 강 바닥에 내려놓게 됩니다. 물은 썩게 되겠죠. 이는 영산강 하류의 경우가 가장 심한 것 같습니다.

하구둑이 생긴 이후에 오염물질들은 이곳 하구 앞에 엄청난 양으로 쌓여있을 것입니다. 자연스레 쌓인 작은 흙입자들도 함께. 바다로 나가 천천히 자연 정화가 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비정상적으로 밀집되어 쌓인 탓에 이걸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하구둑을 헐고 천천히 바닷물을 통수하여 조금씩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게 가장 현명할 듯 싶네요.

그런데 4대강 공사가 시작되며 이 몹쓸 오염범벅인 흙들을 퍼내기 시작했습니다.




낙동강 하구 일대에서는 진공흡입식 준설선을 이용해서 열심히 빨아들이고 이곳 삼락둔치에 쏟아붇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대강봐도 아시겠지만 이 흙들은 짙은 회색을 띄고 있습니다. 뻘 흙(점토질)이죠. 하지만 진짜 뻘이 아니라 마치 하수구에서 몇년마다 퍼내는 오염물과도 비슷하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 사진을 찍기위해 가까이 다가갔을 때도 지독한 냄새가 났습니다.




이 흙들을 어디로 가져가는지 궁금해 트럭들을 따라가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하구둑을 넘어 강서구 지역의 둔치인 맥도생태공원(염막둔치) 쪽으로 가져갔습니다.

맥도생태공원은 삼락둔치와 비슷한 시기에 수백억을 들여 생태공원 조성공사를 한 곳입니다. 일부의 농경지는 남겨두고 철새 먹이터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이 철새들이 활동이 왕성한 시기임을 감안할 때, 최소한 공사를 중단하고 이 시기는 보내야 합니다.




차가 접근하는 곳 멀리 바라보니 회색의 준설토 적치장이 보였습니다. 갈대숲과 커다란 버드나무 뒤로 보이는 적치장은 정말 침울하게 만들었습니다.




트럭들이 정말 쉴 새 없이 다녔습니다. 이 차량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은 몇일 전 밝혀졌 듯 대기업들의 몹쓸 건설비 횡령 때문이죠.
흙을 정말 빨리 실어날랐습니다.




흙을 붇고 있는 현장을 봤습니다. 남한강이나 다른 지역에서 봤던 것처럼 트럭은 뒷꽁무니를 적치장 끝에 대고 흙을 부으면 불도저가 밀어 다듬는 식이었습니다.




흙의 색깔은 정말 절망적이었죠. 이 흙들은 대부분 물기를 뺀 상태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감안할 때 굉장히 짙은 색깔인 겁니다. 다른 지역에서 봤던 흙(모래)과는 차원이 달랐죠.

모래가 많은 낙동강 상류지역은 정말 깨끗한 모래가 많습니다. 당장에라도 공사장에 투입해 골재로 사용해도 좋을만큼 깨끗합니다. 남한강에서는 모래보다는 자갈이 많이 나왔지만 그것역시 처리시설을 거쳐 공사재료로 쓸 수 있을겁니다. 정부에서 주장하듯 골재팔아서 공사비 충당한다..는 논리가 쬐끔 들어맞을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낙동강 하구지역의 점토질 뻘 흙들은 어디에도 쓸 수가 없을 겁니다. 중금속이나 다른 화학물질에 오염되어 있을 것은 뻔하고, 그것을 정화한다는 것도 거의 불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냄새까지 진동하니 '사용할 수 없다'는게 정답일 겁니다. 설령 오염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낙동강 하구 준설토 vs 여주 남한강 준설토


이곳은 여주의 준설토 적치장입니다. 척 보면 아시겠지만 색깔이 완전히 다릅니다. 모래는 황토색, 자갈은 갈색을 띕니다. 이 모래에는 가까이 가더라도 비린내 하나 나지 않습니다. 깨끗합니다. (정부는 다 썩었다고 주장하지만 정말 깨끗합니다.)



철새들의 쉼터는 썩은 준설토로 덮여버렸습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환경을 지키고자 마련된 곳을 자신들 마음대로 엎어버렸습니다. 도무지 이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이 준설토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바다에 버리겠다고 했다가 많은 사람들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기도 합니다. 건설자재로도 쓸 수 없습니다. 가만히 방치해둔다면 강 바닥에 가라앉아있는 것보다 못합니다. 되려 토양오염을 일으켜 이 다음에 이 토지를 오랫동안 쓰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아마 이 준설토는 오랜기간 이곳에 그대로 쌓여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강에 그대로 넣는 것도 위험합니다.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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