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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겐 악몽이었던 추석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10. 9. 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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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감사합니다.
 
  추석 휴일이 길었습니다. 인터넷을 끊고 블로그도 몇일 쉬며 푹 쉬고자 했었는데 연결하자마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어와있네요. 결국 우려하고 우려하던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연휴 시작 바로 전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 입니다. 작년 5월에 입법예고를 한 뒤 얼마전까지 계속 미뤄졌었죠. 이 법이 그만큼 논란의 소지가 있었고 쉽사리 통과 시킬 수 없었을 겁니다.

기존의 자연공원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은 케이블카를 다소 규제하는 형태였습니다. 길이는 2km 이내, 상부 정류장의 경우 높이 9m 이내 등의 제한이 있었죠. 맞습니다. 지금까지도 국립공원에 규정만 지킨다면 설치할 수도 있긴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규정으로는 국립공원 내에 '제대로' 설치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규제정책이었습니다. 

변경한 시행령은 케이블카 길이를 5km 이내, 상부정류장은 15m 이내로 규정을 바꾸었습니다. 얼핏 보면 '그 정도야...' 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입구에서 주봉까지의 거리가 5km 가 넘는 곳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야합니다. 다시말해 5km 규정은 규정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국립공원 어디든 케이블카를 건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그리고 15m 의 상부정류장은 일반적인 건물로 환산해봤을 때 5층이 넘는 높이 입니다. 산정에 이런 건물이 들어선다는 것은 끔찍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서명을 받고, 법제처에서 공포하면 그 때부터 법은 발효된다고 합니다. 10월 초 경에는 이 법이 시행이 되겠죠. 이 법의 시행으로 강원도 양양에서 가장 반기는 분위기 입니다. 설악산 오색관광단지와 외설악 관광단지의 오랜 침체로 다시 관광부흥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기 때문이죠. 해당 상인들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가장 강력하게 밀고 있었습니다. 오색 ~ 대청봉 간에 케이블카가 연결된 후에는 엄청난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으로 꿈꾸고 있습니다.

또, 북한산 국립공원에도 설악산 못지않게 빠르게 추진하려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산성 주차장에서 승가봉, 보현봉을 잇는 무려 4.2km의 노선입니다. 법이 바뀌지 않았다면 꿈도 꾸지못할 노선이지요. 그런데 이 케이블카는 환경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황당한 거죠. 환경보전을 위해서 만들어놓은 부처에서 환경파괴를 위한 사업을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론 환경부는 환경보전과 사회적 약자(노약자, 장애인 등)를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명목입니다. 등산객을 분산하고 등산객에 의해 파괴된 등산로를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등산을 하는 사람들과 케이블카를 타는 사람들이 산을 찾는 목적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보호는 커녕 추가 파괴만 불러올 뿐이지요.

지자체나 환경부의 국립공원 인식을 질타하는 이미지 광고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을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도 직접 그들과의 논의아래 나온 것이 아니라 순전히 명분을 세우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초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에서 '장애인 이동권 자연파괴에 이용하지 말라'는 기고를 통해 장애인들은 자신들 때문에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 글에서 가치충돌의 예를 들며 '문화재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문화재의 본질을 파괴하면서까지 접근성을 확보한다면..... 중략....... 케이블카의 설치가 가장 편하고 종은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생태를 파괴하고 환경을 저해한다면 다른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고 했습니다. 

실제로 몇몇 지역에서 케이블카는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실제로 환경보전을 위해 설치한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곳들은 몇년에 걸쳐 민관이 수많은 논의를 거치고 또 거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케이블카 건설에 활용되었고 건설취소가 된 곳도 있겠지만 운영되는 곳도 있습니다. 불행히 우리나라는 이런 논의과정이 전혀 없고, 설치 목적이 첫번째로 '지역경제', '관광활성화' 등 입니다. 환경보전이니 사회적 약자 조망권 이니 하는 것들은 명분일 뿐입니다. 

산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결코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관만을 위해 오르지 않습니다. 숲에서 걸으면 건강해지고 시원하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여튼 여러가지로 좋기 때문이죠. 이런 사람들더러 정상에는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목적이 완전히 다릅니다. 케이블카가 아닌 대안 산행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도심지에 있는 서울성곽길 같은 길을 권할 수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에 국무회의를 합니다만, 지난 주에는 추석 연휴로 하루 앞당겨 월요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닌지 그로인해 언론에 이 사실이 제대로 퍼지지도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알지도 못한 채 설악산에 북한산에 케이블카가 건설되는걸 지켜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에겐 (물론 수해를 입어 악몽같이 보낸 분들도 계십니다만) 즐거운 추석연휴였지만, 설악산에겐 악몽같은 추석이었습니다. 이제 자연공원법 시행령 통과로인해 그 악몽은 실현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만이 악몽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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