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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속 번개맞고, 동화같은 무지개 선물받았다.

달려라자전거

by 채색 2010. 7. 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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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의 자전거 여행은 참 편하게 했습니다. 1년 가까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 탓에 체력도 많이 늘었고, 야영하는 노하우도 많이 늘었습니다. 여행하는데 아무런 걱정도 피곤함도 덜 한 때였죠. 그저 풍경보며 즐겼습니다. 얼마전에 쓴 글처럼 매일같이 풍경속에서 잠을 잤습니다. 황홀 그 자체라고 할까요? ^^

'머털도사의 생가' 인 것 같은 메테오라를 떠나 산으로 올랐습니다. 이탈리아로 향하는 배가 있는 항구였죠. 이구메니차라는 도시였습니다. 그곳에서 이탈리아 앙코나까지 가는 배가 있었죠. 그런데 이 날 올랐던 산은 굉장히 높은 산이었습니다. 제가 올라야 할 고개만도 해발 고도 1600m 에 달하는 고지였죠. 그래도 이런 것들이 익숙한 때라서 크게 걱정은 안했습니다. 기어를 올려놓고 기냥 저냥 올라가면 되니까요. 날씨도 건조해서 크게 땀도 나지 않았습니다.



폐허가 된 건물지 입니다. 그 주변으로 자그마한 꽃들이 만발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후와는 전혀 딴판이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숲은 없습니다.
새로운 풍경을 즐기는 거죠. 낯선풍경들을 볼 때면 긴장합니다. 즐겁습니다.




제 자전거 입니다. 이 자전거의 이런 짐을 싣고 오르고 있었습니다.
뒷 배경을 보시면 짐작이 되시겠습니다만, 굉장히 완만히 오르는 길이었습니다.
짐이 무거워서 저걸 어떻게 해~ 라고 말씀하시겠지만 오랫동안 하면 익숙해집니다. 오히려 짐이 없을 때 횡하고 어색하죠. -.-




산 중턱에 있는 마을입니다. 흰 벽과 빨강의 지붕들이 초록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페달을 허걱 허걱 밟으며 바라보는 이런 풍경이 참 애틋했죠. 언젠가의 고향이었던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한 몇일 묵고 싶었지만.. 배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했습니다.




도중에 식당을 만났습니다. 밥을 해먹으려 했었는데 좀 귀찮기도 하고 시간에 쫓기기도 해서 그냥 사먹었죠.
밥을 다 먹은 뒤에 수첩을 펴 뭔가 끄적거리고 있었는데 창 밖으로 이 분들이 보였습니다.
어?? 하고 있는데 그들이 식당으로 들어왔습니다.
식당 앞에 세워져 있던 저의 자전거에 눈길을 주며 식당안의 그 주인을 찾았던 겁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서로의 여행이야기를 나누었죠.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와는 좀 다른... 깔끔한 것이 고수필이 났죠.
아닌게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등 벌써 여행을 마치고 유라시아 횡단길에 나선 사람들이었습니다.
에스파냐 사람들이었죠.

거의 한시간동안 추억을 공유했습니다. 예상은 했었지만 그들의 최고 추천 여행지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이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하나된 황홀경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전거 여행뿐이라며 강조했었죠.
저도 지나온 곳 중 여기저기를 추천해주고선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그들은 그 식당 바로 아래서 야영을 할거라 얘기 했습니다. 그곳에서는 해질녘에 빛나는 메테오라를 볼 수 있을거라고...
다른 여행자에게서 얻은 팁이었는데 이 근처를 지날 때 경험하는 포인트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말하길, 지금 저 고개 위에는 세찬 비가 곧 닥칠거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과 여기 아래서 야영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하지만 저는 가야했습니다. 그 망할 배 시간 때문이었죠. (매형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고 그 시간을 맞추어야 했습니다.T.T)

인사를 나누고 이런 기념사진을 찍은 뒤에 헤어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급 후회를 해봐도 올라온게 아까워 계속 밟았습니다.
사진 정 중앙에 볼록 솟아나온 것이 메테오라 입니다. 해질녘에 하늘이 뚫리며 메테오라에만 빛이 내린다고 하더군요. 상상만 해도 짜릿했습니다.




하늘은 밝았지만 땅은 어두었습니다. 역시나 우리나라 산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굽이굽이 산이 겹쳐지는 풍경은 없더군요. 실제 제일 끝의 산 너머는 지평선이죠.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피어올랐습니다.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 같았습니다.
이런 멋진 풍경을 보여주긴 했습니다. 저는 굉장히 긴장상태였죠. 여행하며 비를 맞은 적은 많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아주 높은 곳까지 올라갔습니다. 도로는 구불구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죠.
그러면서 멀리의 구름들과 같은 선상에 놓였습니다. 마치 하늘 속을 나는 기분이랄까요?
기념사진 한 컷 찍었습니다.
이 때부터는 비가 하두방울씩 떨어졌습니다.
주변 풍경이 너무 멋져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요.




하늘은 완전 어두워 졌습니다.
멀리에 있는 뭉게구름만이 빛을 낼 뿐이었죠.
제 머리 위에도 저렇게 두터운 뭉게구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달리고 있던 고개가 무려 해발고도 1600m 였으니까요.

결국 고개에 거의 다다르자 엄청난 빗줄기가 쏟아졌습니다.
저 아래에 있을 때는 좀 더웠었는데 고도도 높은데다 비까지 맞으니 추워졌죠.
올라올 때와는 달리 약한 내리막이었습니다.

손과 턱이 우드드 떨렸습니다. 힘 쓰지 않고 내리막을 그것도 젖은 채로 달리니까 급속도록 기온이 내려갔습니다.
입 속에서 아래턱과 윗턱이 서로 맞부딪어 딱딱딱딱 소리가 요란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신비한 풍경을 맞이하였습니다.




폭우는 쏟아지고 있었지만 서편 하늘은 열리어 햇볕이 매우 강하게 쏟아지고 있었던 거죠.
그 속에 무슨 목장같기도 한 괴상한 곳에 나무가 몇그루 서 있었습니다.
그 모습들이 너무 신기했죠.





비를 맞으면서도 이렇게 멋진 풍경은 다시볼 수 없다 생각하여 계속 셔터를 눌렀습니다.

나무를 하나만 찍기도 하고
다 넣어 찍기도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찍었습니다.





사진 아래의 집은 뭐하는 곳인지 너무 궁금했는데, 결국 용도를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양들이 쉬는 장소가 아닌가 여겨졌죠. 왜냐하면 이 일대에서는 양을 치는 분들을 몇 봤기 때문이었죠.





검은 산 앞으로 빗방울이 보이시나요? 정말 정말 세차게 비가 내렸습니다. 표현을 할 수가 없네요. -.-
나무가 어떻게 이렇게 묘하게 심어져 있는지...




이곳의 전체적인 풍경은 이렇습니다. ^^
양치기 집으로 보이는 곳이 한 곳, 나무가 몇그루 서 있습니다.
머리 위로는 엄청나게 세찬 비가 쏟아졌고 서쪽에서는 강한 햇볕이 뚫고 들어왔습니다.

몇분 동안인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와~ 와~ 하는 탄성을 수도없이 내뱉았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판단이 안되지만 여튼... 멋졌습니다.

몸은 이미 다 젖은 상태였기 때문에 비는 자포한 상태였고,
다만 카메라가 문제긴 했습니다. 방수가 되는 카메라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정신 없이 찍고 있는데,
굉장히 밝은 빛과 함께 내려온 강한 자기장?이 몸을 감쌌습니다.
번개였습니다.
몸이 완전 정지됐죠.
아마도 번개 끄트머리에 자극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번개 주변의 자기장? 전기장? 까지 번개의 일부라고 가정한다면 말이죠.
금속으로 된 카메라를 가졌던 것을 되새기며 '직접적으로 맞지 않은 건 하늘의 뜻이다. 이걸 그만봐라' 라고 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 순간.

악!!!




무지개가 그것도 아주 선명하고 거대한 무지개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번개는 '이걸 그만봐라'라고 했던게 아니라 '무지개를 봐라' 라고 했던 겁니다.

어찌나 큰지 24mm 광각으로도 다 잡히지 않았습니다.




세로 사진입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이 무지개.. 어찌나..




조금 당겨서 찍은 무지개입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더 선명해 지더군요. 언덕의 모습을 보면 아시겠지만 보정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선명했죠.




저 언덕을 어찌나 강하게 비추던지 무지개는 가면 갈 수록 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을 찍고 난 뒤 급 사라졌습니다.
서쪽의 태양이 구름에 가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쉬웠지만 번개의 부름?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자전거 여행만 느낄 수 있는 황홀이었죠.
무지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것이 자전거 여행의 묘미라며 스스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좋아 천둥소리와 빗소리 속으로 비명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발악을 했다는 표현이 낫겠네요.

기쁨을 가슴속으로 한가득 충전했습니다.
너무나 짜릿했죠.
번개님이 제 목숨을 앗아갈 뻔도 했지만 시기 적절했습니다. ^^



고산지대에서 쏟아진 국지성 호우라 그런지 태양의 힘도 약해지고
함께 곡풍(습한 기운을 머금고 계곡을 따라 산위쪽으로 부는 바람, 그래서 이런 집중호우가..)도 그쳤는지 하늘은 금방 맑아졌습니다.

주변은 그리스에서도 좀 유명한 스키장이 있는 곳이었는데 그 때는 여름철이라 영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적당한 초지를 찾아 텐트를 쳤죠. 옷을 짜 널었습니다.
준비한 식량을 적당히 먹고는 텐트 밖에 매트리스를 깔았습니다. 그리고 누웠죠.
점점 어두어지며 별이 하나 둘 나왔습니다.

ㅋㅋ

이 때가 여행 중 가장 황홀했던 순간 중 하나입니다.
폭우에 신기한 나무들, 그리고 번개의 신호, 너무나 선명했던 무지개... 그리고 별 밤까지...

제가 글빨이 좀 약해서 이 정도로만 설명하지만 정말이지 최고였습니다.
기회만 된다면 이곳에 다시 가고 싶네요. 당연히 똑같은 모습이 없겠습니다만, 똑같은 모습이 없으니 다시 가면 의미가 있는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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