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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비운 사이 배추가 애기를 낳았어요.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11. 4. 8.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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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맙소사! 제가 집을 비운 사이 배추가 애기를 낳았어요. ^^ 

거의 일주일정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저의 다른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4대강 현장을 다니느라 그랬던 것입니다. 오랫만에 집에 들어갔는데 선반에 올려져 있던 배추가 애기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뜨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찌 이런일이 있을수가!

삼십 몇 년을 살면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곳이 부산과 서울 이라서 그럴 수밖에 없었을거라 생각합니다만, 뭔가 이상했습니다. 배추를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방치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라면 콧방귀를 분명 끼실 거라 생각됩니다만, 일단 이렇게 된 연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무엇때문에 배추에 싹이 났을까?!'

저는 올해들어 저의 생활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환경운동, 녹색운동을 한다는 사람이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꺼번에 완전히 바꿀 수는 없고, 하나씩 하나씩 변화를 주기로 했습니다. 

음식은 되도록이면 간단하고, 조리되지 않은 것 먹기. 세제는 필요한 때가 아니면 쓰지 않기. 육식을 줄이고 채식위주의 식사 하기. 차는 되도록 타지고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걷기, 아니면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비닐포장도) 최소화 하기. 재활용 할 수 있는 물건 사 쓰기. 등등 여러가지 실천사항들을 정했습니다. 

사실 설거지 할 때는 재작년부터 세재를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조리했을 때만 썼죠. 스텐 냄비로 음식을 했을 때는 그냥 수세미로도 뽀독뽀독 씻겼습니다. 채식은 3년전부터 2년정도 하다가 작년에는 무너졌었죠. 그걸 다시 올해부터 천천히 바꾸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올 해에 큰 결심은 한 것은 '음식'과 '세재' 입니다. 

단순히 채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그대로' 먹는 것을 추구하기로 했습니다. 양념이 첨가된 음식은 과식을 유도한다는 이론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건강에도 좋다는 경험자들의 전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살 찐 편은 아니지만 예전 날렵할 때와 비교해서는 많이 둔하거든요. 생 야채를 많이 먹으면 살도 빠지고 건강해진다고 합니다.

2월까지는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하며 꼭 비누를 썼습니다. 샴푸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다가 비누를 쓰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모든 자연 현상은 이유가 있다'는 저의 지론이 피부에 기름기가 끼거나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걸 느끼게 된겁니다. 그 후로 비누를 쓰지 않았습니다. 샴푸도 쓰지 않으려고 한 며칠 물로만 씻었는데, 그건 포기했습니다. 머리 냄새 때문에 타인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한살림에서 친환경?샴푸를 사 썼습니다. (이후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배추도 그런 연유로 사다 놓고 아침 대신 먹거나 저녁에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달달하고 맛있습니다. 양념을 하지 않아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드디어? 믿게되었습니다. 외부 활동이 많다보니 틈틈히 하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2주전, 한 포기를 일주일 동안 조금씩 조금씩 먹었습니다. 다른 야채랑 함께 먹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그러다가 현장에 나가본다고 거의 일주일동안 집을 비웠습니다. 그 사이에 이 배추에는 생명의 싹이 나고 있었던 겁니다. 

신선한 상태일 때 다 먹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냉장고에 넣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배추는 애기를 낳고, 또 키우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던 이유는, 첫번째로 배추를 키워보지 않았고, 두번째로 냉장보관을 하지 않았고, 세번째로 오랫동안 방치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배춧잎이 힘 쭉~ 빠져버리면 그냥 버리거나 했었거든요.




생명의 신비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어려우면서도 간단한 듯 보이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때는 그저 그런 것같다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게 되면 정말 정말 놀라움을 선사해 줍니다. 

옛 사람들은 직접 생명을 기르면서 그 신비함을 체득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생명이든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세포로 조직된 '생명' 뿐만 아니라 무생물이라 여겨질 수 있는 바람이나 하늘, 바위 등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런 생활이 도시 중심으로 이어지고 직접 생명을 다루지 않게 되면서 그런 생명의 신비함, 소중함을 잊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처럼 재료들을 사다보니, 그것들이 어떻게 자라나고, 어떤 노력이 들어가는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농촌에서도 이것들을 '생명'으로 여기기보다  '환금작물'같은 단어에서 드러나듯 '돈으로 바꾸는 생산물'처럼 생각하는 경향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때문에 땅 속 미생물을 다 죽여버려 못쓰는 땅으로 만들게 되는 농약도 많이 쓰게되었습니다. 좁은 땅에서 최대한 많이 생산해야 하니까요. 결국 농약을 치지 않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면 식물이 자라지 않는 상태까지 가게 된 것일 겁니다. (농부들을 탓하는건 아닙니다!)

어릴 때 콩을 물 묻은 솜이 깔긴 샬레에 두고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던 수업이 생각났습니다. 이제서야 말입니다. 저 역시 도시생활에 익숙해지며 '생명의 신비'와 멀어졌던 것이 분명합니다. 
'배추에 싹 난 것 가지고 더럽게 오바한다' 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신비'를 다시 느끼게 된 것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걸 몸소 보여준 배추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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