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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수몰민들, "수장시켜라!"

강의 눈물

by 채색 2011. 1. 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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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감사합니다.>





 영주댐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에 건설되는 폭 400m 높이 55m 의 거대한 댐입니다. 댐에서부터 상류까지 약 12km 가 수장되며 이곳에서 수백년간 대를 이어오던 '장씨' 일가를 비롯한 수백가구의 마을주민들은 쫓겨나게 됩니다. 7~30m 가량의 모래층을 가진 내성천의 독특한 생태는 사라집니다. 댐 사업의 목적은 낙동강 중하류지역의 수질개선 하천유지용수 공급입니다. (이미 이웃도시인 안동에 안동댐과 임하댐이 있습니다.)

지난주 영주시 평은면에서는 독특한 집회가 있었습니다. 대출 흘겨봐도 집회 참가자 평균연령이 60대는 훌쩍 넘어보였습니다. 대부분 이 일대에서 평생 농사만 짓고 사셨던 어르신들입니다. 머리엔 붉은 색의 띠를 둘렀습니다. 띠에 적혀있는 문장들도 '수장시켜라!', '그냥 못준다' 등 다소 과격했습니다.

이 일대는 4대강 사업으로 진행하는 영주댐 건설로 물에 잠기는 지역입니다. 이 댐 사업은 애초 1990년대 후반 쯤 나왔다가 2000년 초반에 영주시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타당성이 없어 백지화된 사업이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다시 얼굴을 드러냈고 지금은 물길을 돌리고 굴착공사를 진행하는 등 아주 빠른 속도로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몰되는 지역의 주민들과 보상협의도 진행되었습니다.

보상협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집과 땅 등을 계산하여 돈을 지불하는 식 같습니다. 땅이 아주 많아서 보상단가가 낮더라도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은 '나이 무가(먹어서) 농사지서 머하겠노. 땅이나 팔고 편하게 살란다.'라며 땅을 팔고 다른 지역에 가서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분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먹고 살기위해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보상받은 비용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다른 지역의 농지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농민들은, 나라가 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며, 평생 살아온 터전을 내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일이 아주 막막한 데도 불구하고. 그런 분들이 오늘 이토록 화가난 이유는 보상가격이 '보현댐'에 비해서 턱없이 낮다는 것입니다. 국책사업이라 그 정도 보상만 해주나보다하며 넋놓고 있었지만 4대강 사업으로 진행되는 또다른 댐인 보현댐은 이 지역보다 훨씬 높은 보상을 했다고 화가난 것입니다. 




집회에 나오신 분들은 무슨 과격단체, 돈에 눈먼 사람이 아니라 당신의 어머니이고 당신의 할머니 입니다.




굉장히 차가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르신들이 집회에 나왔습니다.




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여러 관계자, 평은면 장까지 나와 구호를 외쳤습니다.




주민대표인 장진수님과 이정필님. 아마 이분들이 이 일대 마을에서 가장 젊으신 분들일 겁니다. 이분들이 이 날 읽은 '영주댐 수몰민 결의문!'을 아래에 옮겨적습니다.


 영주댐 수몰민 결의문!


우리는 4대강에 포함된 영주댐 수몰지 주민으로써 공권력이란 법적인 명분하에, 촌에서 한평생 농사만 짓고, 선량하고, 순박한 농민들의 사유재산을 유린하고, 수몰민들의 생존권을 무차별 파괴시키고, 수천년동안 내려온 우리 고향산천을 수장시키는 수자원공사와 국토해양부에 우리 수몰민들은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하나, 수몰민 개인사유 재산에 똥칠하는 수자원공사와 국토해양부에 보상계약 원천무효를 강력히 주장한다.

하나, 수몰민 생존권을 파괴하고, 짐승같이 취급하는 수자원공사에, 생존권 사수를 위해, 죽을 각오로 투쟁한다.

하나, 편파적이고 현실성 없는 보상가에 개탄하며 온 힘을 다해 수몰민의 권리와 재산권을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운다.


2011. 01. 20 
주민대표 장진수, 이정필






집회가 끝나고 댐이 건설되고 있는 현장까지 행진했습니다.




결의문에 나왔듯 수천년동안 이어온 삶 터를 송두리채 빼앗고, 살아갈 수 있는 여건도 터전도 만들어주지 않는 국가입니다. 할아버지의 이마에 적혀져 있는 '수장시켜라!'라는 문장이 가슴을 아프게 만듭니다.




많은 면민들이 나와 집회를 했고, 면장까지 참가한 상황이라 그런지 경찰들은 서울과 다르게 어르신들의 안전에 대해 굉장히 예민한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모습이었지요.




어르신들은 수자원 공사앞에 도착했습니다. 불행히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죠. 그럴 줄 알았지만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사진에서 철문 바깥쪽에 계신 분들이 주민 어르신들입니다. 저는 사진찍느라 살짝 들어왔죠. -.-)




안에다 외쳐보지만 사무실은 아주 안쪽에 있고 바깥에 나와있는 사람들은 용역직원들과 몇몇 평직원들 뿐이었습니다. 해당사업 책임자는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죠. 




뭘 그리 어르신 얼굴들을 찍고 싶어하는지 어찌나 한명 한명 찍어대는지!!! 이 나라는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임에도 범죄자 취급합니다. 씁...



영주댐은 절대 생겨선 안되는 댐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뿐더러 아름다운 자연경관 -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모래하천 - 이 다 사라지게 됩니다. 4대강 사업을 하며 댐(보)을 몇개씩이나 지은 탓에 그 물들이 썩을 것을 염려해 이렇게 맑은물을 준비해두었다가 내려보내기 위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꿍꿍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이 사업으로 사람들을 쫓아내고 자연을 망가트리고 댐 건설해 당신들 배나 불리고 돈 펑펑쓰며 살면 잠깐은 좋긴 할겁니다. 하지만 저나 이 어르신들 머릿속 가슴속에는 뼈아픈 감정들이 남아 상처받을 뿐더러 언젠가는 이 파괴에 대한 피해는 모두가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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