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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짜' 주민들이 내건 4대강 플래카드!

강의 눈물

by 채색 2010. 7. 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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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일대에 '여주군민의 열망을 꺽지마세요' 라는 문장이 반복되고 경기도 마크가 그려진 플래카드들이 붙어있던 것을 몇일전 알려드렸습니다. 이 플래카드들에서 주민들의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었죠. 비슷한 디자인에 심지어 '꺽지마세요'라는 것은 맞춤법까지 똑같이 틀렸었습니다. 어느 한 곳으로부터 나왔다는 증거였죠. 게다가 오마이 뉴스 기자가 마을을 찾아다니며 탐문해 본 결과 주민들은 플래카드에 대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찬성하든 안하든 말입니다. 그걸 단 것을 아는 건 이장님 밖에 없었죠. 여주군이나 경기도 같은 곳에서 이장님과 컨택한 뒤 달았을 거라 추측합니다. 주민들의 동의가 없이 말이죠. 그러니까 이건 이 마을을 지나는 외지인에 대한 여론조작을 하는 겁니다.  --> 선거이후 다시붙은 4대강 찬성플래카드, 뭔가 수상해...

이번에는 진짜 주민들이 플래카드를 내건 곳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여주의 삼합리에서 조금 더 상류쪽인 충주 앙성면 영죽리 입니다. '4대강 사업에 배구장 족구장이 웬말이냐', '정부는 농민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4대강사업 중단하라' 같은 글들을 두꺼운 천에 페인트로 적어 밭 앞에 걸어두었습니다. 아마도 이 분들은 플래카드를 붙이는데 인쇄업소를 찾아가는 것도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신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되니 정말 진심으로 내건 것입니다.

이곳은 배, 옥수수, 고추 등을 기르고 있습니다. 여기도 다른 강변 농지처럼 4대강 공사로 인해 매입에 들어갔었습니다. 그러나 딴 곳은 대부분 국유지이고, 주인과 농민이 따로 있는 탓에 매입하는 일이 수월했을 것입니다. 기존의 농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도 거의 내지 못한 채로 쫓겨났습니다. 다행히? 이곳은 땅을 가진 주민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곳이 많아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땅에서 쫓겨난다면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아주머니는 "나라에서 주는 보상금으로는 어딜가서 농사짓냐?"며 화를 냈습니다. 

여주의 4대강 사업 찬성 플래카드와 정말 달랐습니다.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아주머니도 한탄을 했었습니다. 진심의 플래카드인 겁니다.



| 이곳입니다. 밭과 습지가 적당히 어우러져 있습니다.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죠. 교통도 불편하고 올 일도 없습니다. 매우 평화롭게 이루어진 마을이었습니다.



| 몇가구 살지 않는데다 대부분 연세가 많습니다. 이런 곳에 왜 족구장과 배구장을 만드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곳은 여주와도 1시간 가량 떨어져 있고, 충주시내에서도 그만큼 떨어져 있습니다. 누가 오기 때문에 이런걸 만드는 겁니까.




| 나무에다가 걸어두었습니다. 길가 전봇대에 큼지막하게 걸어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나무에다 걸어두었습니다. 아마 길 가에 붙여 불편을 끼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충주시장은 뭐하시는지요? 영죽 농민 다 죽습니다.




| 원래는 밭인데 4대강 사업때문에 작물을 심지 못했습니다. 이곳 농민들은 이 땅을 뺏기는건 자기들의 목숨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 배나무 밭입니다. 개인 사유지라고 하네요. 정부는 이런 땅까지 계속 빼앗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찾지 않는 배구장 족구장을 만들려고 말이죠. 




| '개인땅 훔쳐 풀심고 나무심냐 울아통 터진다' 라고 했습니다. 울아통의 표준어는 '울화통'이지요. '꺽지마세요' 같이 똑같은 문장 똑같이 틀리는게 아니라.. 이렇게 다 다르고 다르게 틀리지요. 이게 진짜 농민들이 쓰고 건 플래카드 입니다.



| 긴 말 필요없습니다. 




| 제방 바로 아래지역이지만 강과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침수가 안되었었나 봅니다. 




| 주민분들이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이 시골마을에 웬 자전거 도로인지! 누가 이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까요. 아니 오더라도 몇명이나 올까요. 그 가치가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보다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 이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배나무들은 다른 과일나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심은 뒤에 몇년이 지난 다음에야 열매를 맺는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쫓겨나면 최소한 몇년동안은 배농사를 지을 수 없게된다는 겁니다. 그것에 대한 보상계획도 불투명한 것이죠. 오래된 나무들은 이식을 위한 지원을 한다고 했다지만 열매를 맺지않는 심은지 2~3년 된 것들은 그것마저도 힘들다고 했다는 군요. 하지만 주민들의 끊임없는 요구로 기존의 계획들이 조금은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봐야 거짓인지 아닌지 드러나겠죠. 




| 이곳 마을 풍경입니다. 강과 마을 사이에는 넓은 논이 있습니다. 강이 범람하더라도 안전한 지역에 마을이 있는거지요. 보시다시피 큰 마을이 아닙니다.


도대체 이 깡 시골에 족구장, 배구장, 자전거 도로가 웬말입니까. 도심과 멀리 떨어져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곳에 계신 분들은 그런 시설을 이용할 일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들 삶의 전부인 농사를 못하게 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지요. 아마 4대강 사업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기가 찼을 겁니다. 그래서 직접 페인트와 붓으로 이렇게 글을 적고 걸어둔 것이지요. 여러가지 플래카드가 있는데 이건 다 농사를 직접 짓는 분들이 걸어 둔 것이라네요. 

지난번 찬성 플래카드와 이곳 반대 플래카드가 완전 다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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