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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좁다는걸 느낄 때

달려라자전거

by 채색 2009. 3.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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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세상 참 좁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며 상대에 대한 것을 조금씩 풀어나가는 도중 누군가를 통해 이미 인연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렇습니다. 처음 만나 대화를 하다가 서로 아는 사람이 나오는 경우 적잖이 당황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착하게 살아야 돼' 라고 다짐합니다. ^^ 또한 오래전에 우연히 만났던 사람을 또다시 우연히 볼 때. 특히나 넓은 지구 위를 여행할 때는 더 그렇죠.

 

경험 1

티베트를 여행할 때입니다. 라싸에서 네팔로 가던 도중 다시 라싸로 돌아가야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돌아간 라싸에서 일본인들이 많이 묵는 숙소를 잡았었죠. 그곳에서 같은방과 옆방의 일본 사람들과 한패가 되어 저녁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나이도 비슷비슷하고 6명 모두 남자라 말도 잘 통하고 재밌었죠.

도중에 한국의 연애경향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었습니다. 남녀 사귈 때 금전적으로 남성들이 부담을 하는 편이라는 얘기였죠. 그들로 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저에게 확인하는 식이었습니다. 많이 변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런 경우가 있다고 대답했었습니다. 그로인해 저녁식사 값을 내지 않았죠. 일본 남자들은 여자친구에게 돈을 많이 안쓰니까... 라는 이유였습니다.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이라(그들도 각자 여행중이었습니다.) 단 하루의 인연이었지만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행 8개월이 지나 파키스탄 훈자마을에 갔습니다. 한국과 일본여행자가 많이 간다는 숙소에 자리를 잡았죠. 저녁식사는 숙소안에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주변에는 별다른 식당이 없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저녁이면 의례 숙소의 모든 여행자와 타 숙소의 여행자들까지 모였습니다. 20명 가량의 다국적 여행자가 모여 식사를 했습니다.

자꾸 누군가에게 시선이 가더군요. 그도 자꾸 시선을 주었습니다. 뭔가 본듯한 얼굴이었지만 도저히 기억해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갸우뚱 하고는 얼굴을 돌리기가 일쑤였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앞마당에서 마주쳤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여행했나', '어디를 여행했나' 라는 식으로 맞춰보고 있다가 뜬금없이 티베트의 그날 저녁이 상기된겁니다.

그는 티베트에서 만났을 때는 빡빡머리에 통통한 모습이었지만 8개월이 지난 당시에는 완전 '거렁뱅이' 차림이었죠. 인도의 곳곳을 여행하며 속세의 때가 벗겨졌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저역시 티베트, 네팔, 인도를 자전거 타고 여행했기에 살은 10kg 이상 빠져있었고, 얼굴도 완전 검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정말 세상 좁다고 느꼈죠.

 

경험 2

인도여행을 마무리 할 때였습니다. 암리차르라고 하는 시크교의 성지이자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도시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리만디르(골든템플)이라고 하는 곳에서 묵고있었죠. 그곳은 열린종교를 표방하며 모든 방문객에게 숙식을 무료로 제공합니다.(약간의 기부금?이 필요합니다만^^a)

사원 내의 숙소에는 큰 방이 있고, 또 그 방 안에 작은 방들이 여럿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2~30여명 묵을 수 있는 정도였던 것 같군요. 제가 간 3월 경에는 그 안에 묵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일본인 여행자, 안도라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온 두 여행자, 중국인 여행자 등등. 그런 탓에 조금은 가깝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에서 온 두 여행자가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부터 육로로 여행을 하며 왔다고 하더군요. 그들은 암리차르를 여행하고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로 간다고 했습니다. 제가 자전거로 유럽까지 갈 것이라고 말하니 그 중 한명이 자신의 남자친구도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사는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 인도의 바라나시까지 간다고 하더군요.

그들과는 식사도 몇번하고 얘기도 적지않게 나누었습니다. 그러고선 여행자들이 늘 그렇듯 헤어졌습니다.

라호르를 여행하고, 이슬라마바드도 여행했습니다. 이란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시간도 좀 쏟았습니다. 그런 후 북부 히말라야 지역의 훈자도 여행했습니다. 한참을 재미나게 논 후에 이란으로 향했죠. 한 낮의 온도는 50도는 기본이었습니다. 정말 더운 나날이었죠. 그래도 꼴에 도전한답시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가끔씩 나타나는 주유소는 최적의 휴식장소였죠. 주유소에는 의례 모스크가 있기 마련이었고, 모스크에는 항상 기도전 몸을 정갈하게 하기위한 세면장이 있었습니다. 더운날 물을 묻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어느 주유소에 멈추어 그런행동을 하려했습니다. 그런데 맞은편에 자전거 여행자가 지나가는게 아니겠습니까? 그곳은 다름아닌 물탄 근처였습니다. 물탄 이후부터 치안이 매우 불안했기에 그에게 치안상태를 묻고자 불러세웠습니다. 터번을 둘러쓰고 수염을 기른 모양이 꼭 아랍사람 같았지만 그는 스페인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었죠. '로라 남자친구 입니까?' 라고 했더니, 맞다는 대답은 하지않고 '어떻게 알아요?'라고 하더군요. 크게 한번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정말로 로라 남자친구였고, 정확히 바라나시로 가는 일정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로라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정말 이상한 느낌이 들더군요.

바로 자리를 옮겨서 음료수를 나눠마셨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인연이었지만 보통은 아니었습니다. 서로 너무 반가워했습니다.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괴상한 인연을 기념하기 위해 서로를 찍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주소며 휴대폰 번호며 다 적어주고 떠났습니다.

 

평소에도 이런 일들을 경험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서로 아는사람을 통해 이미 인연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때 정말 그렇죠.

위에 두가지 경험을 알려드렸지만 세상에는 더더욱 괴상한 인연들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몇년전 어느 통계에서 2~3사람만 건너면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연결되어있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이 굉장히 넓은 것도 사실이지만, 또한 그렇게 넓지도 않다는 것도 맞는 듯 합니다. 틀에박힌 말 한마디 하자면, 세상 정말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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