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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 없던 나, 귀농한 뒤 880평 가진 '지주'가 되다.

귀농/귀촌 정보

by 채색 2013. 2. 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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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서울의 작은집 전세를 뺀 돈으로 시골로 내려가다


그런 말들 하죠. 높은 곳에 올라서서 서울을 바라보며, "야... 저렇게 많은 집들 중에 내 집이 하나 없다니..." 라고요. 서울에 집 한 채 갖는다는게 보통 일이 아니죠. 요즘엔 웬만하면 '억소리'가 나오니까요. 강남이든 강북이든 어디든간에. 


저는 서울의, 그것도 산 비탈의 작은 집의 전세를 빼서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평생을 함께할 사람과 같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소위 귀농이라고 합니다만.


서울에서는 집을 구하고 직장을 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시골에서는 집을 구하고 땅도 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라면 땅을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당연한 절차속에 지난 몇달간 집을 알아보고 땅도 알아봤습니다. 처음에는 연 세(1년에 한번만 내는 집세, 보통의 시골에서는 100만원에서 200만원 가량 받는다)를 내는 시골 집을 구하고, 그 마을에서 어르신들과 친분을 쌓으며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당장 집을 구하고 땅을 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고, 또, 돈도 그렇게 많지 않기때문에 덜컥 샀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에 땅을 샀다가 계약금만 날리고 계약을 파기한 경험이 벌써! 있습니다. -.-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집 구하기, 땅 구하기


불행하게도 이런 저의 생각은 그저 '이론'에 불과했습니다. 집은 커녕 도지(빌려쓰는 땅)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빌릴 가능성도 보이지 않더군요. 몇 달간 몇몇 귀농하신 분들과 친분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정부에서는 농지은행 사업을 진행하거나 여러 귀농귀촌사이트를 운영하며 귀농자들을 돕고 있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제가 귀농한 봉화일대의 정보는 거의 전무했습니다.


집은 읍내에 아파트 전세를 구한 덕에(전세가 서울의 반의 반의 반값 정도? ^^) 천천히 땅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만, 문제는 심리적인 것이었습니다. ㅠㅠ 


부동산을 통해서 땅을 알아보고, 마음에 드는 어느 땅은 계약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도 계약이 불발되기도 했습니다. 주인이 다시 마음을 바꾸어 팔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는 분들이 사는 곳으로 갔다면...


집은 그렇다치고 농사를 지을 땅이 구해지지 않으니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귀농인들이 많은 홍성이나 괴산, 진안 같은 곳엔 잘 아는 분들이 계셔서 집과 땅을 소개시켜주겠다고 나서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니 제 처가 될 사람과 저는 그걸로 말싸움이 잦았었죠.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면 이런 일이 없을텐데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와 이렇게 고생을 한다'는 것입니다. 봉화를 택한 저도 귀농을 하겠다며 내려온 9월 5일에 처음 와 본 것이니까요. 지난 6개월간 귀농을 위한 도보여행을 하며 대강 익힌 감으로 봉화를 찍었던 것입니다.


또, 귀농 선배 중에는 천천히 땅을 알아보며 가진돈을 다 날린 분도 있었습니다. 가진게 별로 없는 저희로써는 그 분들보다 더 빨리 바닥이 드러나는건 당연했습니다. 그분들이 조언을 하길 "얼른 땅부터 구하세요. 땅이라도 있으면 든든하니까요. 1년, 2년 어설프게 지내고 나면 금방 끝나요!" 


봉화로 내려오기 전 나름대로 준비를 꼼꼼히 했었습니다. 6개월간 전국을 걸어다니며 여러 마을을 다녀갔고 귀농 선배들을 만났습니다. 그럼에도 막상 부딪히니 우왕좌왕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러브콜이 잦았습니다. '혹시 여기와서 일해보지 않겠냐?' 하는 것들입니다. 안타깝게도 봉화도 아니거니와 농사와도 관계가 덜 한 것들이었습니다. 호의는 고마웠지만 그래도 '농사'가 우선이었습니다.



결국 인연이 되는 땅을 만나다


심리적으로 약해져 갔습니다. 통장의 잔고도 점점 줄어갔지요. '이번만 구해보고', '이 땅만 보고', '저 이장님만 만나보고', '추수가 끝나면 땅이 많이 나온다니까' 등등등 최대한 봉화에 남으려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 어느 땅을 보게 되었습니다. 부동산 직원의 사정에, 날씨 탓에 여러날을 미루다 보게 된 땅이었죠. 봉화의 시세보다 다소 저렴했고, 소개된 사진이 좋아보여 혹시 '낚시용 매물'이 아닌가 싶었던 땅입니다.


이날도 며칠 전의 폭설로 못보러 가나 싶었는데, 다행?이게도 도로 주변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자며 부동산 직원이 연락을 했습니다. 한두시간 걷는 정도는 문제가 없었기에 흔쾌히 가자고 했죠. 


오르막이 나오자마자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차가 잘 다니지 않는 길이어서 눈을 치우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그곳부터 걷기 시작. 당황스럽게도? 부동산 사장님과 직원분은 그 길을 오르며 모래를 흩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은 못올라 갔지만 다음 차를 위한 배려인 것입니다. 감동감동! 느낌이 좋았습니다.


삼십분 정도를 걸었습니다. 맙소사!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경사가 완만한 비탈지역 가운데에는 논들이, 가장자리에는 밭들이 있었습니다. 마을(차를 세워둔 근처)과 걸어서 30분거리여서 위치도 기가막혔습니다. 


인가도 하나 없고 논과 밭들로만 된 곳이었죠. 풍경이 촥~ 펼쳐지는 상상했던 곳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볕도 잘 들고 토질도 좋아보였습니다. 길을 걸어가며 좋은 땅이 많이 보여, '저 땅이었으면...', '저 땅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결국 도착한 그 땅. 허걱. 어쩌나. 아담하고 이쁜게 어찌나 좋은지요! 248평의 밭과 632평의 논의 조합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은 개울이 바로 옆에 붙어 있어 물소리도 졸졸졸 흥겨웠습니다.


양 쪽에 작은 언덕이, 아래쪽에는 작은 계곡들의 교차점이어서 버드나무 군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봄이 된 뒤 색깔을 상상해보니... 정말 엄청나더군요! 



가계약도 없이 계약해버리다! 지주가 되다. ^^


지금까지 많은 땅을 봐 왔었기에, 그 땅이 얼마나 좋은 땅인지 판단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법적, 서류상 문제들이 없는지 확인하는 일들이 남아있었습니다.


그곳까지의 난 길이 지적도상 도로가 맞는지, 등기부 등본이나 토지대장에 문제가 없는지 등등. 그래서 그곳에서는 좋다는 의사는 표시해도 확답은 피했습니다. 흔한 부동산의 레퍼토리대로 '이 땅을 계약하려는 사람이 더 있다. 혹시 계약의사가 있다면 그 사람보다 먼저 해야한다'같은 얘길 들려주었습니다. 그래도 확인할 것은 해야지요. 


다행이게도 그 땅을 계약하는데는 걸림돌이 별로 없었습니다. 서류상 문제도 전혀 없었거니와 거래가 잦던 땅도 아니어서 가격도 안정된 상태였습니다. 더군다나 땅 주인 어르신은 그곳 마을에 계속 살아오셨고, 또 앞으로도 계속 살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 땅에서 농사도 수십년 동안 잘 지은 것입니다. 


모든게 확실한 덕에 가계약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은 제가 화끈하다며 주인 어르신과 얘기를 나누어 가격을 좀 더 낮추어 보겠다고도 했지요. 또한, 수수료 수준도 다른 시골 부동산과 다른 기준을 내었습니다. 거의 반값이었습니다! 


계약은 군청 앞의 법무사에서 진행했습니다. '사기'일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의외로 부동산 아저씨는 서류작업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법무사 직원이 부동산 계약서까지 다 썼습니다. 심지어 법무사 수수료도 제가 알고 있던 것보다 쌌습니다. 허걱... (다른 부동산에서 했다면 바가지인걸 알면서도 바가지를 써야하는데!)


아쉬운 점은 귀농인에 대하여 취득세를 50% 감면받을 수 있지만 제 개인 사정상 그건 불가능했습니다. ㅠㅠ 아무튼 이렇게 저렇게 계약을 마무리 했습니다! 


며칠 뒤, 인터넷 대법원 등기소에 접속해 그 땅 주소로 등기를 조회해 보았습니다. 두둥! 밭과 논, 두 필지 모두 제 이름으로 등기가 되어있었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땅을 갖게 된 것입니다. ^^ 



부동산 아저씨와 땅 보러 가는길. 완만한 구릉지가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사람의 발자국보다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훨씬 많은 곳이다.


이제는 우리 땅이 된 밭.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다.


우리 논. 처음에는 생각보다 커보여 아래 단만 우리 땅인줄 알았는데 사진에 나오지 않은 윗 단까지도 우리 땅이다. 사진에 나온 것보다 훨씬 크다. ^^



후기.. 지금의 봉화읍내 집에서 그 땅으로 가는 건 생각보다 더 가까웠습니다. 차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로 가면 불과 10km 밖에 되지 않고, 7km정도 되는 곳에서 차를 세워두고 5분만 걸어가면 우리 땅이 나왔습니다. ^^ 자전거로 오가며 농사를 짓는 모습.. 상상만해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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