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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도용한 것이 죄가 아니라는 황당 경찰

세상살이

by 채색 2012. 6. 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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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찰들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112의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출동하지 못해 사람이 죽는가 하면, 가해자에게 괜찮냐고 묻고는 출동하지 않아 피해자가 엄청난 폭력에 시달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법을 불법이 아니라고 하는 황당 경찰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4월 10일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는 해명자료가 하나 올라옵니다. '이포보 수중광장 물이끼는 녹조와 전혀 관계없음'이라는 자료였습니다. 내용은, 4월 10일 낮에 환경단체 간부가 이포보 현장에 언론을 대동해 방문했다. 이곳에서 환경단체 간부는 물이끼를 녹조라고 우겼으며 언론에 실어달라고 희망했다. 그런데 절대 녹조가 아니며 물이끼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해명자료를 활용해 여러 언론사에서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사진을 보다보니 많이 익숙한 사진이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바로 3월 6일에 제가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그 때 이포보 일대를 여행하고 있었고 물이끼가 심하게 낀 걸 보고 '저기서 어떻게 물놀이를 하냐' 싶어서 자세히 찍었었죠. 그곳은 '수중광장'이라는 곳으로 물놀이 공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대강 보아도 제 사진임을 알 수 있었죠.




▲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해명자료와 그 속에 도용된 사진(수중광장 물이끼 근경 사진), 본인의 항의로 며칠 뒤 녹조사진으로 교체됨. 하지만 언론사는 아직도 사진을 교체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도되고 있다.



▲ 국토해양부 직원이 도용한 내 블로그의 사진. ⓒ표시를 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무방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해당포스팅 링크 http://thejourney.tistory.com/597


* 도용당시 한겨례신문을 통해 보도된 기사 링크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28205.html



즉, 국토해양부는 4월 10일 경에 발생한 녹조를 두고, 3월 6일에 제가 촬영한 물이끼 사진으로 "이건 녹조가 아니라 물이끼다"라고 명백한 거짓 해명을 한 것입니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제 사진을 도용한 것은 물론 진실을 호도하기 위한 증거로 활용하는 대담함을 보였습니다.


너무나 황당하여 국토부 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초반에는 '뭐가 문제냐?', '구글에서 검색돼 나왔는데 쓰면 안되냐?', '당신 블로그 맞느냐?' 등등 상당히 불쾌한 태도로 일관 했습니다. 다시 검색하게 하여 '채색'의 블로그가 맞다는 걸 확인시키고, 저작권법 처벌조항을 알려주며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라고 대응했습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알았는지 '환경단체랑 나랑 일한 적 있다', '누구누구 모르느냐?', '아는 사람들끼리 이러지 말자'는 등 황당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제 저는 환경단체 활동가는 아니지요. 그럼에도 그는 환경단체 지인들을 들먹이며 별거아닌데 넘어가자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그의 반응에 저는 폭발했습니다. 사실 그는 한강공사의 일선 담당자로써 한강파괴의 주범인데다 활동가들의 강 접근제한을 방조한 사람입니다. 제가 환경단체 활동가로 있을 당시 강 모니터링을 위해 근처에만 갔다하면 욕설을 동반한 폭언에 시달려야 했죠. 저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그러셨어요?'라고 말이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2010년에도 국토해양부는 제 사진을 도용했었기 때문입니다. 강천보에 있던 홍보관을 다녀와서 후기를 올렸었는데 그 속 사진 몇장을 가져다가 국토부 홍보 블로그에 도용한 것입니다. 그것도 '홍보관에 와보고 반대하라'는 황당한 글 속이었습니다. 그 때도 전화로 항의했었는데, 그 땐 외주업체인데다 젊은 사람이 업무에 쫓겨 일하다보니 발생했다고 통사정을 해 그냥 넘어갔었습니다.


이번에는 고소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두 차례나 같은 곳에서 사진을 도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게다가 저는 4대강 반대를 위해 몇년동안이나 땀을 흘린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 사진의 촬영의도와 정 반대로 사용되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녹색법률센터 변호사님의 도움을 받아 고소장을 작성했습니다. 처음으로 작성해 본 것이라 무쟈게 어렵더군요. 증거들을 다 출력, 동봉하여 우편으로 수원지방검찰청에 접수시켰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접수됐다는 연락이 왔고, 그 뒤 과천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검찰청에서 수사지휘를 통해 수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보여행 중이었지만 올라와 고소인 진술을 했습니다. 고소장에 적은걸 다시 확인하는 절차 같았습니다. 형사님은 사건이 황당하단 반응을 조심스레 보이면서도 '죄가 되는지 안되는지는 나도 모른다'는 식이었습니다.


조사가 끝난 뒤 이따금씩 문자가 왔습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마지막일 것 같은 문자가 왔습니다. 


"피의자 ** 등을 상대로 조사완료하여 안양지청으로부터 송치 건의받아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안양지청으로 사건송치하였기 알려드립니다. 과천서 ***" 





즉, 조사결과 '혐의없음'으로 나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검찰에서 최종 수사결정을 하여야 하겠지만 경찰의 수사결과가 그닥 뒤집힐 가능성은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22조에는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책을 낸 적도 있고, 사진도 열심히 찍어 나름 저작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저기서 말하는 저작자나 예술가의 범주내에 충분히 들어가겠죠. 물론 제겐 그 앞에 '허접'이라는 단어가 붙어야 더 어울리겠지만요.


헌법 제 22조에서 말한 법률은 바로 저작권법입니다.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문화 및 관련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저작물을 만들어내는 모든 국민은 이 법에 의해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고소장에 적은 국토부 직원의 '범죄사실'입니다.


"피고소인들은 저작자(고소인)의 사진을 사전 허락을 득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무단으로 도용하여 언론보도를 위한 참고자료로 사용해 저작권법(이하 법명 생략)상 고소인의 공표권(제11조), 성명표시권(제12조), 동일성유지권(제13조)에 반하여, 고소인의 동의 없이 그 출처도 명시하지 아니한 채(제37조) 복제⋅배포(제16조, 제20조)하여 저작권법상 권리의 침해죄(제136조 제1항) 및 출처명시위반 등의 죄(제138조 제2호)를 범하였습니다."


보시다시피 저작권법 내 여러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출처에 대한 일체의 설명도 없이 마음대로 언론사에 배포한 것은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입니다.


그런데 이 사안을 두고 과천서 형사는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법을 법대로 집행해야할 경찰이 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뭘 믿고 살아간단 말입니까? 


저작권법을 위반했을 때를 대비하여 저작권법 136조에는 벌칙까지 분명하게 나와있습니다.


136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1.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


법률로는 이렇게 저작권자를 보호하겠다고 나와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경찰은 보호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법이 있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나라... 였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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