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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무너지는 4대강, 이번엔?

강의 눈물

by 채색 2011. 7. 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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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본격적으로 장마에 접어든지 겨우 일주일정도 지났습니다. 처음 장마전선은 낙동강 상류쪽에 머물며 비교적 많은 비를 뿌렸습니다. 왜관철교가 붕괴되고, 상주보 제방도 완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북상하여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일대에 비를 뿌렸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남한강에도 붕괴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어제 아침 도착한 강천보에는 임시물막이가 벌써 반 이상 날아가 있었습니다. 현장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7시 때 까지만 하더라도 멀쩡하던 것이 그 이후로 급속하게 무너져 내렸다고 했습니다. 밤사이 내린 비와 충주댐의 방류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입니다. 충주, 원주, 여주 일대에는 100여 mm 내외의 비가 내렸습니다. 

지난 24일에도 강천보 현장에 왔었습니다. 장마가 막 시작되며 비를 뿌렸을 때 허겁지겁 임시 물막이를 걷어내는 것을 봤었죠. 장마 예보는 훨씬 전이었음에도 막상 비가 내릴 때 임시물막이 해체작업을 한 것입니다. 그 당시 6개의 수문 중 2개는 이미 열려 있었고, 2개 앞 임시 물막이를 철거했습니다. 나머지 2개만 임시물막이로 막혀있는 상태였습니다. 

6월 29일에 임시물막이는 물살이 강한 모서리 부분이 유실되어 천막으로 보강을 해 두었다.


6월 30일 임시물막이는 강한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유실되었다.


우안 끝에 위치한 임시물막이 안쪽은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던 것입니다. 수문과 우안 접합부(절개한 사면에 보 교량을 연결하는) 작업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임시물막이가 유실될 것은 이미 여러차례 경험으로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비가 비정기적으로 내리는 장마철에는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하게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조치를 하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임시물막이를 일부만 해체하고 남겨둔 것은 장마철에도 공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맛비에 무너지지 않으면 비가 그치는대로 공사를 하겠다는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밀어붙쳐 빨리 공사를 끝내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경험상 무리하고 빠르게 한 공사장에서 큰 문제가 있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미 4대강 현장 곳곳에서 인명피해, 제방붕괴 등 갖가지 일 들이 일어났습니다.

만약 임시물막이가 무너지지않고 계속 공사를 이어갔다면 작업자들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습니다. 큰 비에 약해진 임시물막이가 적은 비에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또, 시공중이었던 수문과 접합부 일대가 침수되면서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시공사 측에서는 '거의 완공단계'라서 침수가 되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그것이 사실인지 믿기가 힘듭니다. 완공 후 큰 비가 왔을 때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수문 한 쪽이 무너져 내린다면 하류쪽에서 받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홍수를 막으려다 되려 일으키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죠. 


한천의 낙차공, 지난 4월 30일 ~ 5월 1일에 내린 비로 중앙이 무너져 내렸었다.


6월 29일, 물이 오른쪽 제방을 무너뜨리고 있다.


6월 30일, 낙차공은 반 이상 붕괴되었다.


강천보에서 다소 떨어진 비내섬이라는 곳에도 가설 중이던 교량이 붕괴되는 큰 사고가 있었습니다.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에 있는 이 비내섬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덕에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곳에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한 쪽이 반듯하게 깎여나가고 시설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섬이 되어버린 곳에 접근할 수 있는 교량을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하천 내에 공사를 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하천의 상태에 따라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인데, 비가 덮친 이 시기에 콘크리트 구조물 조차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기초를 닦고 있던 셈이지요. 장마기간을 염려해 아주 일찍부터 시작하던지, 아니면 장마 이후로 미루던지 해야할 것인데 그런 생각 없이 무조건 밀어붙인 것입니다. 공사 하는 상태를 보아하니 콘크리트 타설 중에도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려스럽습니다.

비내섬 교량 가설현장, 물살이 센 부분이 누워있다.


공사를 하기위해 가설한 시설이 형편없이 무너졌다.


이게 마지막이 아닙니다. 여주보 바로 아래에서 남한강으로 합류하는 한천이라는 지류하천의 하상보호공과 제방 일부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미 여러번 설명드렸듯 준설로 인해 낮아진 본류하상 때문에 지류하천은 그에 맞추어 바닥이 침식되게 됩니다. 이를 역행침식이라고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하상유지공, 하상보호공, 낙차공 등으로 불리는 시설을 합류지점 가까이에 설치를 합니다. 


이곳 한천에는 본류와 지류의 강바닥 높이 차이가 매우 커 이런 시설이 몇 개나 있습니다. 여주보 가까이에 있는 유지공은 아예 접근조차 불가해 확인할 길이 없고,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있는 유지공 두 개 중 하나가 반파가 되었습니다. 커다란 바위로 만들어진 나름 튼튼한 시설이었지만 물살에 허무하게 쓸려나간 것입니다. 


앞 두 사건은 공사 중에 일어난 것이라서 정부나 시공사의 주장대로 큰 일이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비용이 더 들어가며, 공사 중 위험이 커지는 것만으로 끝날 수도 있죠. 하지만 하상유지공이 무너져 내린다던가 교량이 붕괴되는 사고들은 그저 넘어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수해예방을 위해서 건설을 했지만 예방도 하기 전에 쓸려나가버렸으니까요. 100 ~ 200mm 의 비는 장마기간이 아니라도 내릴 수 있는 비 입니다. '이렇게 큰 비에 피해가 그나마 없었다'고 주장하는 정부가 기가 찰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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