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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만 남기고 사라진 내 자전거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11. 4. 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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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완전 감사합니다>


부산 낙동강변의 한 공원, 자전거 거치대(주차장)이 저를 반깁니다.



급한 볼 일 때문에 자전거를 거치하고, 자물쇠로 묶었습니다. 그러나 앞 바퀴만 묶을 수 있어서 난감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볼 일이 있어서 도착한 어느 공원, 자전거를 어디다 두어야 할 지 고민하던 차에 '자전거 주차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앞바퀴를 꽂고 자물쇠를 묶으면 되는 구조라 다소 걱정이 됐습니다만, 급한 나머지 그냥 묶고 그 자리를 떴습니다. 


볼 일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자전거는 사라지고 바퀴만 남았습니다. 


주위를 돌아봐도 어리둥절 할 뿐입니다. 관리사무소도 없을 뿐더러 공원 이용자들 밖에 없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 지 어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푸른 하늘이 제 눈으로는 검게 보입니다. 무너져 내리는 것 같습니다. 이 자전거는 5년전부터 함께한 자전거로 유라시아 횡단여행을 함께한 자전거입니다. 제 형편에 비해서 비싼 부품들을 사용했기에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자전거는 저에게 필수니, 다시 사야하나하는 마음에... 

 



바퀴만 남겨두고 사라진 내 자전거. 평소에 자전거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의 개념과 시설을 제공하는 공무원들이 빚은 결과입니다.
* 연출입니다. 


정말 악몽같은 일이죠? 

이런 무식한 거치대를 큰 돈 들여 설치하는 지자체에게 항의하기 위해 씁니다.

실제로 잃어버리진 않았고 ^^ 연출 해 보았습니다.

 


요즘 길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는 크게 두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0만원대의 저가의 자전거와 50만원대 이상의 고가의 자전거입니다. 이 두 부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인이 자전거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1~20만원대의 자전거를 가진 사람은 '자전거를 어찌 집안에 둘 수 있느냐, 집 앞에다 세워놓으면 되는거 아니냐, 그거 무거워 가지고 올라갈 수 있느냐'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50만원대 이상의 자전거를 가진 사람은 자전거를 집 안에 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설령 밖에 두더라도 커버를 씌워 녹을 예방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를 합니다.


저가 자전거의 주인은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길가의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놨다가 귀찮으면 몇날 몇일 거기다 세워둡니다. 아예 잊고서 가져가지 않는 일도 허다합니다. 고가 자전거의 주인은 결코 그런 일이 없죠. 민폐를 끼쳐서라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집에 가져옵니다. 


제가 이 얘기를 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자전거 거치시설이 저가형 자전거 소유자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잃어버려도 상관없고, 녹슬어도 상관없고, 부품 몇개 훔쳐가도 상관없는 자전거를 위한 것입니다. '고가'의 자전거의 경우 이런 거치대에 설치했다가는 사진처럼 바퀴만 남기고 훅~ 들고가 버릴 수 있습니다. 간단히 레버만 풀면 빠집니다. 


이 시설을 설치한 공무원 또는 업체는 자전거 도난에 대한 개념이 전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최소한 자전거 몸체와 자물쇠를 엮을 수 있는 거치대를.. 왠만하면 공원관리사무소 옆에다 설치하면 더 좋습니다. 그러나 이 시설은 달랑 바퀴만 자물쇠를 채울 수 있고, 주변에 감시의 눈은 하나도 없습니다. 


자물쇠로 앞바퀴만 묶어도, 레버로 쉽게 뺄 수 있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자전거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탐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앞 뒤 바퀴만 가져가도 40만원에 이르고, 앞 서스펜션의 경우에는 60만원, 심지어 안장만 가져가도 5만원은 받을 수 있습니다.(제 자전거의 경우지 더 고가의 자전거도 많습니다.) 자전거 중고시장에서는 이런 물건들이 아주 자유롭게 거래가 되고 있고, 시리얼 넘버가 있는 자전거 몸체를 제외하고는, 혹여나 중고시장에서 도난당한 자기의 부품이 발견되더라도 자신의 자전거라고 주장할 수 있는 증거도 없습니다. 


실제로 자전거 중고거래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도난당한 자전거를 찾는 글이 허다하게 올라옵니다. 잠깐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가지고 간 경우, 안장만 가져간 경우, 앞 바퀴만 남겨두고 가져간 경우, 자물쇠가 묶여져 있는 상태 그대로 가져간 경우 등등. 철없는 학생들이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지만, 다소 전문적인 도둑인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있는 자전거에 대한 애정결핍이 문제이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자전거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행정도 큰 문제입니다. 두 가지 다 바뀌어야 자전거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디든지 자전거를 타고 가더라도 마음놓고 주차할 수 있고, 또 볼일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영등포 구청역에 있는 '삐까뻔쩍'한 시설을 원하는게 아닙니다. 


자전거 문화가 제대로만 정착한다면 이산화탄소도 덜 배출하고, 건강에도 좋고!! 좁은 찻집에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는 '꼴불견'도 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레져용 강변 자전거길, 앞바퀴만 자물쇠 채울 수 있는 보여주기식 거치대가 아닌, 도로변 안전한 자전거도로와 감시의 눈이 있는 도난걱정없는 실질적인 자전거 시설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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