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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밀어낸 자리 벚나무로 희망의 숲 조성? 무지의 절정 4대강사업

강의 눈물

by 채색 2011. 3.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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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감사합니다.





4대강 공사장 현장에 가 보신분들이라면 강 주변의 습지를 모조리 밀어내버리는 장면을 목격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자연스레 자리를 잡아 자연 속에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그들을 송두리채 없애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들을 모아서는 '임목폐기물'이라고 이름붙여 처리를 했습니다. 

일반적인 숲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나무들, 즉 버드나무류는 가지가 많고 복잡해보여 얼핏 지저분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끔 일어나는 범람 때 밀려온 쓰레기 더미가 그 주변에 있으면 '더럽다', '버려졌다'는 생각이 사람에 따라 들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자라난 버드나무들을 밀어내고, 그들을 폐기물로 취급했다. 그들을 베어낸 자리에 '희망의 숲'을 만든다고 한다.


몇일전 정부에서는 보도자료까지 내며 '4대강 희망의 숲' 나무심기 행사를 홍보했습니다. 이 행사는 국토부, 산림청, 해당 지자체 등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4대강변 38곳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무나 새로 구입한 나무를 가져다가 심을 수 있는 행사입니다. 시민들, 단체들, 기업 등 아무 곳에서나 신청할 수 있고, 조성된 숲의 이름을 공모하고 자신의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 사진을 찍어 타임캡슐에 보관을 해주는 이벤트도 한다고 합니다.

이 숲 조성 행사의 목적은 "쉼터도 없이 버려졌던 강가를 국민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행사를 통해 "생명과 희망이 돌아오게 하는 4대강 사업에 직접참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행사는 자신이 구입한 나무를 심을 수 있지만 행사홈페이지에는 심을 수 있는 수종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팝나무, 왕벗나무, 느티나무 등 주로 산에서 볼 수 있는 수종들입니다. 심지어는 가로수로 많이 심는 메타쉐콰이아 나무까지 지정해뒀습니다.



이는 자연에 대한 '완전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4대강 사업이 얼마나 날림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강바닥과 강변의 모래를 '사막'이라고 표현하거나, 살아숨쉬는 강 물을 죽어있기 때문에 '살리기'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자연은 스스로 태어나고, 유지하고, 변하는 등 모든 생태능력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건드리지 않더라도 저절로 유지가 됩니다. 오히려 우리의 손길, 인공은 자연에게 방해가 될 뿐이죠. 강도 예외가 아니라서 가만히 두었을 때는 완벽하게 유지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을 잉태하고 태어나게 하고 삶 터를 제공하고 깨끗하게 만들고 등등등. 강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을 합니다. 다만 옥토를 가져다 주는 홍수나 범람은 사람들이 '피해'라 여기고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강 주변의 숲이나 습지들도 '완벽'한 구성원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스스로 태어나고 스스로 사라지고 스스로 변해가는 녀석들입니다. 물을 저장하거나, 유속을 느리게 하거나, 물을 맑게하거나, 다른 동물들의 쉼터를 제공하는 등 말할 수 없이 엄청난 역할을 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역할을 꿰 뚫어 본 과거의 우리 선조들은 강변에 버드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스럽게 적용을 한 것입니다. 가깝게는 수해를 대비하기 위해 청계천에 버드나무를 심었었고, 낙동강 상류인 내성천에 가 보면 수백년 전 인공식재 된 버드나무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일렬로 서 있는 탓에 일부러 심은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낙동강 상류인 내성천 변의 버드나무. 우리 조상들은 수해피해를 막기 위해 자연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자연에 적용했다. 이 버드나무들은 전문가 견해에 따르면 족히 200년은 더 넘었을거라고 한다.


강에서 주로 자라나는 이런 나무들은 강의 생태를 타고 났습니다. 산에서 자라는 나무들처럼 줄기가 하나로 굵지않고 작은 것들이 많이 뻗어나가 있습니다. 물이 불어 덮쳤을 경우 저항을 덜 받기 위한 것일 겁니다. 그리고 그 뿌리는 육지의 식물들보다 훨씬 더 튼튼하게 강바닥에 지지하고 있으며 서로의 뿌리를 꼭 붙들고자 한 것인지 촘촘하게 자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지는 바람에도 날릴만큼 하늘하늘 거립니다. 물의 힘을 알기 때문에 오랜기간에 걸쳐 그렇게 변화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 강변에 왕벚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메타쉐콰이아 등 줄기가 뻑쩍지근한 나무들을 심는 다는 것입니다. 물에 휩쓸린다면 온전치 못한 것들이고 강변 바람에도 적응되지 못한 수종들입니다. 제방안쪽 강물이 흐르는 쪽에 심는다면 몇년이 못가 뿌리채 뽑힐 확률이 높고, 바깥에 심는다 해도 바람에 약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주로 산에 자라는 벚나무.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그들. 그 아름다움에 취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강변에도 이 나무들을 심겠다는 것은 결국 자연은 '눈요깃'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인가.


자연에 대한 무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줄기는 물론 뿌리의 구조까지 전혀 감안하지 않은 선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의 선택한 '완벽'한 선택을 뒤집는 행동입니다. 지혜로운 선택을 해서 피해를 줄였던 선조들의 가르침을 무시한 것입니다. 

4대강 공사와 관련한 정책자들, 공무원들, 학자들, 연구원들 등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이미 배우고, 알고, 느끼고 있음에도 상급자?들의 단순한 지시에 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진짜 모르기 때문에 그냥 대충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거대한 공사를 이렇게 날림으로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고, 그 날림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이 공사가 끝나고 나면, 이 정부가 끝나고 나면 파괴된 것들을 되돌리기 위해 너무나... 너무나... 큰 노력을 해야할 것을 생각하면 깝깝하기만 합니다. 댐 해체는 물론이고 습지들도 다시 복원해야 하고 이런 나무들도 제 자리로 되돌려놔야 할 것입니다. 

이 정부의 무지가 부를 자연의 화가 두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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