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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초상치른 할머니 할아버지들!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11. 2. 2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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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감사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 골프가 유행이 됐습니다. 요즘에는 멀지않은 친구도 골프를 치겠다며 스크린 골프장에 나갑니다. 아마 박세리 선수가 유명세를 타며 우리나라에 급속도록 파고 든 것 같네요. 

그런데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의 골프장 형태를 유지하기 힘든 자연구조 입니다. 자연초지가 거의 없고 숲으로 되어 있습니다. 넓은 숲을 없애야 하고 또 기후에 맞지 않는 잔디를 심는 탓에 농약도 많이 뿌려야 합니다. 그로인해 골프장 주변의 하천이나 지하수의 오염으로 2차피해도 큽니다. 야생동물이 받는 피해는 말할 것도 없구요. 

서울주변에 나가보면 골프장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찌나 많은지 도무지 셀 수도 없을 만큼 입니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는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빽빽하여 더이상 만들 곳이 없을 정도 입니다. 

골프장 업자들은 강원도로 눈을 돌렸습니다. 강릉까지 고속도로가 잘 나있고 최근에는 춘천까지 고속도로가 뚫렸습니다.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몇년 전부터 계획들이 세워지고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지금도 허가되고 공사를 눈앞에 둔 곳도 있습니다. 2011년 현재 강원도에 운영되고 있는 골프장은 41개이며 새롭게 41개의 골프장이 공사 또는 추진중이라고 합니다. 이는 여의도의 18배나 되는 거대한 면적입니다.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강원도는 접근성 때문에 울창한 숲이 많습니다. 그 숲은 엄청난 생태계를 유지하는 기반이 됩니다. 야생동물들이 아주 아주 많이 살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도 개발이 불가한 곳이 많습니다. 생태자연도 1급 이상이거나 녹지자연도 8급 이상 같은 지역이죠. 그런데 이런 지역들을 불법적으로 훼손하여 등급을 낮춰 허가를 받는 불법행위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에 피해지역 주민들은 뿔이 났습니다. 모두 노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입니다. 몇년동안 군청에 도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해당지역의 불법사항을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허가된 사항이라 되돌릴 수 없다는 무책임한 말들만 늘어놓는다고 합니다. 힘없는 노인들이라고 무시를 한 것 같습니다. 

어제 낮 춘천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몰려나와 외쳤습니다. 
"골프장 반대!" 

골프장 영정을 들고나와 더이상 골프장이 살아갈 수 없도록 초상을 치렀습니다. 

영정과 각종 피켓을 들고 강원도청으로 행진했습니다.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이 이렇게 걷는 것을 보며 정말 안타까웠지만 그들의 의지입니다. 고향이 더이상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의견을 듣지않고 불법을 자행하는 업자와 공무원들을 규탄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경찰은 도로위의 행진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서울과는 다르네요.)

도청까지는 춘천 시내를 통과하는 길도 있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행렬에 시민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거의 한 분도 빠짐없이 유인물을 받아 읽었습니다. 남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반응들을 보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이러한 파괴행위는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옵니다.

힘들게 걸었지만 당당히 강원도청 앞에 도착하여 요구사항을 외쳤습니다.

"법대로만 하라!"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법대로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대로만 하면 파괴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편법과 불법으로 허가를 얻어냈고, 공무원들은 '탁상행정'으로 서류만 보고 모두 허가를 내주었습니다. 주민들은 환경단체의 도움으로 전문가들의 조사와 분석 결과를 얻어 그들에게 근거있는 자료들을 제출했지만 무시당하기 일쑤였죠.

한참을 외치고 난 뒤 주민대표들은 도지사 권한대행에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가지고 도청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도 이야기를 듣고 싶고 사진도 찍어야 하겠기에 함께 들어갔습니다.

주민들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야기들을 쏟아 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있자니 열불이 터져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한 마을의 이야기만 하자면 (제가 머리가 나빠 어디였는지 기억을 못하겠네요.)

골프장 건설을 위해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아야 합니다.
사업자들은 주민들의 로비를 통해 동의서를 필요한 만큼 얻었고 사업을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골프장을 반대하던 주민들은 동의인 수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이해할 수 없어 동의한 사람들을 파악했습니다.
그랬더니 죽은 사람들까지도 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그에 대해 고발을 했고 법원은 그것을 받아들여 해당 업체와 공무원에 수백만원의 벌금 등으로 처벌을 내렸습니다.
당연히 허가절차가 문제가 있으니 사업이 재검토 될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지자체에서는 '서류에는 문제가 있으나, 이미 허가되었으니 사업을 하는데는 이상이 없다.' 라고 하는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말도 안되는 사안에 민원을 넣었지만 계속 무시당했습니다. 
그래서 도지사 권한대행을 찾아왔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 도지사 권한대행과 담당 국장들은 답변을 했습니다. 저는 열불이 터져서 미칠 것만 같았지만 그들은 어찌나 차분한지 놀랄 노자 였습니다.

그들의 대답은 새로울 것도 없이 제가 알고 있는 공무원들의 태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최대한 노력하겠다.' 같은 두리뭉실한 답변들을 했습니다. 물론 학식이 높으신 분들?이라 뭔가 설득력 있게 이야기는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신뢰는 전혀 가지 않았습니다. 

주민들도 그들에게 격앙된 반응을 다소 보이긴 했으나 그들은 지금 이 많은 상황들을 다 검토할 수 없다.. 추후에 자세히 검토한 후에 결정하겠다..는 일견 일리있는 주장으로 무마했습니다. 

주민들의 주장 중 4월 27일 보궐 선거로 강원도지사가 뽑힐 때까지만이라도 골프장에 대한 행정절차를 중지해 달라는 것은 꼭 해달라고 했지만 그들은 권한이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그에 우리측 변호사는 관계법률을 제시하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에 침묵했습니다.

결국, 자세한 문제점을 알아보고 논의하는 자리를 다시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헤어졌습니다. 헤어지며 주민대표 중 한명은 우리들이 편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건의할 수 있는 통로(직원)을 꼭 배정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뭔가 부족했고, 그들의 반응이 미적지근 했지만, 화라도 한번 내고 싶었지만, 그냥 나왔습니다.


아래는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글을 각 사진에 달까 다 써버릴까 하다가 글은 위에 쓰고 그냥 사진만 모아두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여든이 넘은 어르신들도 이렇게 오셨겠습니까.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나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원주녹색연합 이승현 국장님. 주민들을 도와서 이 골프장 문제들을 해결하려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도 강원도민입니다. 








길가에 앉아있는 할머니들. 시위행렬을 바라보시는 모습이 '남일 아니다.' 라는 의미가 많이 담긴 듯 했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따로 차량이 운행되었음에도 이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서 걸으셨습니다.





시내를 통과하면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습니다. 




젊은 주민들도 가끔 있었습니다. 








젊은 참여자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설명이 적힌 유인물을 나눠드렸습니다. 시위행렬을 바라보며 이 일이 어찌된 것인지 궁금해 했습니다. 저도 유인물 배포를 많이 해봤지만 이같은 성공률?은 매우 드뭅니다. 다들 받아들고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강원도청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강원도청입니다. 정문은 이미 경찰버스로 가로막혀있었습니다.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뭘 하겠다고... -.-





강원도청 앞에서 다시 집회를 했습니다. 골프장 공사를 멈추라고 외쳤습니다. 




영정에 햇볕이 비쳐 사람 그림자가 들어갔습니다. 세상을 파괴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ㅠㅠ






주민대표들과 도지사 권한대행, 국장급의 책임자들이 모였습니다. 꼭 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시어 청정한 강원도의 이미지를 지킬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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