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구제역 매몰지 가보니.., 환경재앙 실감!

지구를 지켜라

by 채색 2011. 2. 18. 07:52

본문

구제역에 대해서 그간 말을 아꼈습니다. 저도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공장식 사육에 대해서 문제점도 분명히 알고 대안을 위한 행동을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광우병 사태 때 불과 30개월 안에 죽어야만 먹힐 수 있다는 걸 알고서 육고기를 2년간 끊었던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내 현실에 적응을 하여 그냥 눈 꼭 감고 먹었습니다. 고기를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할 때는 제 스타일대로 입안에 마구마구 쳐 넣었습니다만 진짜 현실을 알고나서는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 1월부터 고기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냥 살빼기 위해 채식해보겠다..는 식으로 알렸습니다. 괜스레 같은 밥상에서 편식을 한다고 하면 불편해 하거든요. 그러다가 2월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알고 있다면 알고 있는대로 행하는게 맞는거니까요. 아예 생채식으로 조금씩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구제역 관련 뉴스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공장식 사육' 과 가축을 음식으로만 생각하는 우리들 때문이기에 속으론 불편해도 겉으로 잘 표현을 못했던 겁니다. 여기 개인 블로그에도 글을 쓸까 말까 몇번이나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했습니다. 나 자신도 못난 형편에 누구를 탓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제 4대강 관련 일 때문에 여주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차저차해서 구제역 매몰지역에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1월 초에 매몰이 된 곳이었습니다. 그 장소는 바로 그날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곳이었습니다. 피가 터져나와 주변을 오염시킨 지역이었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여주에서 축사를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그곳은 상당히 구석진 곳에 있었습니다. 그런 장소에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로만 듣던 공장식 사육장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지독한 악취가 풍겼습니다.


첫번째로 다가간 곳은 지반이 침하된 듯 1m가량 푹 꺼져있었습니다. 돼지들이 썩어가면서 몸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이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장소였습니다. 핏물이 나왔던 곳은 흙과 석회로 덮어버려 어제의 모습을 직접 확인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핏물 뿐만 아니라 돼지의 썩은 살덩이들이 관을 타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마치 녹인 지방마냥 살 색의 사체일부가 널려있었습니다. 비닐 안에는 더 많이 보였으나 들춰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들이 나온 관을 살펴보았습니다. 그곳에서 터져나온 것이 명백하더군요. 그 관 주변으로는 적갈색의 사체일부가 많이 붙어있었습니다. 냄새도 지독했습니다. 그관의 원래 목적은 침출수를 바깥으로 빼기 위한것으로 매몰구덩이 가장 아랫부분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쪽으로 침출수를 추출하여 따로 처리하기 위한 관이겠죠. 그러나 압력때문인지 터져 나온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좁은 공간에 무려 3000여 마리의 돼지가 매몰됐다고 합니다.




입구입니다. 이젠 돼지는 없습니다. 




지난 1월 9일에 매몰됐다고 나와있습니다. 매몰가축은 나와있지만 몇마리나 매몰이 됐는지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 3000여마리를 매몰 했다고 밝히기는 아무래도 무리겠죠. -.-




매몰지 중앙이 푹 꺼져있습니다. 1월에 매몰한 것에 비해 비닐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보강을 한 것 같습니다. 
회색 파이프는 매몰된 가축들 상단과 이어놓고 가스를 빼는 것이고 검정색 파이프는 가장 하단과 연결되어 침출수를 빼는 곳이라 합니다.




이  파이프를 통해서 침출수를 빼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빼내기도 전에 높은 압력 때문인지 침출수가 밖으로 터져나왔습니다. 파이프 아랫쪽에 흙으로 덮어둔 부분이 터져나온 부분입니다. 아래 링크는 같은 곳을 촬영한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충격적인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색깔을 보시면 알겠지만 피와 썩어가던 지방덩어리들이 엉겨붙어서 바닥이 아무렇게나 있습니다.





이 관을 통해서 침출수는 뿜어져 나왔습니다.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함께 일어나는 현상이겠죠. 




두번째 매몰지는 다소 양호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침하현상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저 수천마리가 이 좁은 공간에 묻혔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뿐입니다. 도대체 이들이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 당해야만 할까요.


첫번째로 가 본 곳보다는 훨씬 양호 합니다. 




그러나 침하현상은 그대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돼지가 매몰된 지역으로 땅은 쏠리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1월 초에 매몰한 지역으로 팽창 뒤 이제 수축의 단계로 들어간 듯 보였습니다.




이곳은 비교적 정상적인 방법으로 매몰을 한 덕분인지 침출수 관을 통해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습니다.






돼지가 있었던 축사입니다. 어떤 건물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파란 지붕의 축사는 햇볕을 통과시키는 구멍도 없어보였습니다. 암흑속에서 돼지들이 자랐다고 생각 하니.... 




축사 주변은 석회로 다 소독이 되어 있었습니다. 




매몰지 바로 옆은 이렇게 무너진 부분도 있었습니다. 덩굴류가 엉켜있는 것으로 보아 몇년은 된 듯 보였지만 언제든 다른곳이 무너질 수 있다는걸 암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 본 장소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돼지들 살이 녹아서 내린 듯한 물질들이 밖으로 많이.. 아주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보이시나요? 핏덩이와 썩은 살덩이들이 밖으로 나와 있습니다. 비닐로 덮긴 했지만 그 바깥에도 아주 많았습니다. 생석회를 뿌려 소독을 하긴 했지만 그 땅으로 스며드는 것은 어쩔런지. 




이 덩어리들, 누런색들.... 모두 그것입니다. 




이곳도 1월 초에 매몰한 곳입니다. 비교적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게... 





그 옆에는 개과 동물 (개 또는 너구리)의 발자국이 찍혀있었습니다. 그를 통해 어딘론가 또 전파될 수도 있겠더군요. (이곳을 방문한 우리들은 석회가루에 발을 깨끗히 닦았습니다.)

이곳은 매몰지에서 조금 벗어난 배수로 입니다. 이곳은 양화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양화천은 남한강으로 흘러갑니다. 동물들의 사체나 썩은 유기물일지라도 천천히 조금씩 '자연스럽게' 유입이 된다면 오염을 걱정할 일이 없겠지만 300만 마리가 넘게 매몰된 이 상황에서 이런 오염물의 유입은 곧 식수의 오염으로 이어질 겁니다. 어느 시골마을의 지하수 얘기가 아닙니다. 여러분... 




이건 뭐... 
지표면 위로 드러난 것들은 비만오면 금방 강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매몰을 준비하던 구덩이 입니다. 어찌나 깊은지 정말 끔찍했습니다. 



이곳을 다녀온 이후에 우리들의 육식생활에 대해서 정말 심각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이 구제역 문제는 순전히 인간때문에 생긴 문젭니다. 대규모 사육을 통해서 유전적인 다양성은 사라졌고 병에 대한 면역기능도 극도로 약화됐으며 돼지로써, 소로써, 닭으로써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설령 '음식'으로 쓰고자 사육을 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생명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사람들의 육식소비는 지금보다 훨씬.. 엄청나게 줄어야 합니다. '고기 안먹으면 힘이 없다' 는 말도 안되는 소릴 다 집어쳐야 합니다. 회식자리는 되도록이면 고기를 먹는 자릴 피해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 심하리만큼 육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만 330만 마리의 돼지와 소들이 살처분 당했습니다. 충격적인 일입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