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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공사, 아름다운 바위늪구비 다 없애버렸다.

강의 눈물

by 채색 2011. 1. 14.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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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엔 자랑거리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는 습지가 그것입니다. 다른 강변 습지들이 대부분 농지로 활용됐던 반면에 여주지역의 습지는 자연스럽게 남아있었던 것이죠. 골재채취 등으로 인해 웅덩이가 파이거나 모양이 훼손된 적이 더러 있긴 했었지만 강의 치유력으로 대부분 다시 자연스럽게 변화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원주에서 흘러내려온 섬강이 남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있는 삼합리 지역이 있었구요(단양쑥부쟁이가 대량 생육지였습니다.) 청미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도리섬 일대가 또 그랬습니다. 그 아래에는 바위 늪구비가 펼쳐졌었고, 이름에도 드러나듯 은모래금모래 백사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습지가 기다랗게 이어져 있었죠. 환경단체 사람들이 수리부엉이를 발견했던 부처울 습지도 있었고... 그 외에 크고작은 습지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도리섬은 오랜기간 모래가 쌓여 생겼었지만 또다시 오랜기간 모래가 쌓여 육지화 됐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을 진짜 섬으로 만들어 버렸죠. 양 사방에 물길을 내고 섬은 면도날로 자른 것 같이 반듯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그 속에는 수많은 습지 생물뿐만 아니라 단양쑥부쟁이, 표범장지뱀의 천국이었죠. 육지와 내통하던 표범장지뱀은 이제 완전 고립되었습니다. (사람이 다니는 다리는 생길 예정입니다.)

은모래금모래 지역은 강변 모래사장은 '사막'이라는 해괴한 논리 때문인지 대부분 잘려나가버렸습니다. 모래사장에 둥지를 만들어 번식을 하는 물떼새들이나 모래 속으로 들어가 생활하는 물고기들(흰수마자 같은)이 그 얘길 들었다면 기가차고 코가 막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그럴 겨를도 없이 다 없애버렸으니...



사진 박용훈

그 중 바위늪구비라는 지역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비록 완전한 자연상태의  습지는 아닐지라도 천천히 변하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봄철에는 확트인 시야속에 드문드문 솟아 있는 버드나무가 긴장을 유발시키고, 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는 맑은 강물소리 덕에 걸어도 걸어도 지치지 않았을 겁니다. 가을엔 키보다 높은 갈대들이 부스럭거리며 지나는 사람들을 반겼을 겁니다. 겨울에는 드넓게 펼쳐진 눈밭에서 '러브스토리'라도 찍을 수 있었겠죠. 



사진 박용훈

아마 이 사진은 많이 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바위늪구비 비교사진으로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여름철 탐방하는 사람들을 찍은 것입니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유명하지만 여주에는 '여강길'이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보셔서 아실테지만 풍광은 올레못지 않게 특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맑은 강물과 상쾌한 공기, 습지라는 특별한 공간. 

사람들은 이곳을 거닐며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아니겠습니까? 몸도 마음도 도시의 인공에 갇혀 메말라 갈 때 쯤 이런 곳에 와 몇시간이고 걷고 생각하고 쉰다면 자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우리에게 필요한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으로 가득한 도시에 대한 반성을 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순례객들은 도시로 돌아가 전 지구적 환경문제의 심각함을 깨닫고 생활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어떻게 됐을까요??




이렇게 됐습니다. 왜? 4대강 공사 때문이죠. 4대강 공사를 이끄는 사람들에 의하면 이곳은 버려진 땅이고 물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당장 없애야 하는 곳입니다. 습지 즉 습한 땅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미생물들, 그것을 먹고사는 곤충들, 다시 그것을 먹고사는 조류들, 그것을 먹고사는 포유류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이고 그들의 역할 덕분에 이 강이 이렇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덩치가 큰 포유류들은 밥상에나 오를 때 중요하지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자신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 없애야 된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도토리나 밤의 흉년으로 우연히 내려온 멧돼지들을 잡은 뒤 산 속 멧돼지들까지 다 잡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 짐작할 수 있죠. 멧돼지나 고라니, 노루 같은 동물들이 숲의 건강을 위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원래있던 땅은 물론이고 강 바닥까지 모조리 긁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습지는 강을 따라내려오는 모래와 토사 등이 수백년 수천년동안 쌓여져 만들어진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 자연스럽게 아주 오랜시간에 걸쳐 모양이 바뀌거나 사라지기도 합니다. 없던 곳에 다시 생기고 또다시 사라지는 식으로 변화하게 되겠죠. 이렇게 강 바닥을 파는 것은 그런 세월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자연을 통제하려는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사진을 좌우로 찍고 붙였습니다. (사진 클릭하면 커집니다!) 

'아름답던 길'을 중심으로 보시면 편합니다. 초록색 선이 원래의 습지지형이었습니다. 강과 붙은 면을 따라서 버드나무들이 기다랗게 이어져 있었죠. 이 나무들은 자신들끼리 붙어서 자라려는 습성 뿐만 아니라 뿌리도 매우 촘촘해서 자연제방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뿌옇게 보이는, 숲같이 나무가 자라난 멀리의 지역까지 이어져 있었던 것이죠. 그곳은 남기려고 남긴 것이 아니라 사유지 입니다. 조경회사에서 나무를 키우는 지역이죠.

아름답던 길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이유는 그나마 차량들이 오랫동안 소통한 덕분에 잘다져져 있기 때문일겁니다. 장비들이 이동하려면 지반이 튼튼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 길 오른쪽으로 일부는 원래의 지형이 다 날아갔고, 원래지형 바깥쪽은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구간입니다. 준설구간이라는 글자 아래에 있는 흙둑방은 가물막이로 준설을 위해 일시설치를 한 것입니다. 가물막이 바깥쪽도 곧 준설을 하게되겠죠.

보라색으로 동그라미를 쳐둔 왼쪽의 반듯한 곳은 완공 뒤 이지역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게 합니다. '친환경', '녹색', '자연', '생명' 같은 단어들을 남발하며 만드는 것이 기존 제방보다 약~간 완만한 제방입니다. 저곳에 드문드문 나무를 심고 풀 종류를 심은 뒤 '4대강 사업은 생명살리기가 맞다' 라고 떠들어대겠죠. 풀같은걸 심는 공법이 자연스럽게 자라난 버드나무 만큼 튼튼한 제방의 역할을 할진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이후부터 엄청난 관리비용이 들어가게 되겠죠. (제방을 콘크리트로 마감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마무리는 거의 항상 그렇지만,, 계속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4대강 공사 제발 그만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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