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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허파 천내습지, 아직 살아있다.

강의 눈물

by 채색 2010. 8. 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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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주 다녔던 여주의 남한강.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웠던 바위늪구비가 처참하게 망가지고 파괴되고 심지어 잘려나갔습니다.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의 낙원이었던 도리섬은 칼로 도려낸 듯 동그랗게 변해버렸습니다. 수리부엉이를 발견했던 부처울습지 역시 심각하게 파괴되었습니다.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증거를 찾기위해 노력했고 살아있다고 알렸습니다만 정부든 공사업체든 상관할바 아니란 듯 처참히 망쳐버렸죠. 분명 불법이었는데도 말이죠.

그런데 뜻밖에 금강의 상류에는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습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천내습지'였죠. 이곳은 금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생태전문가나 환경운동가들이 침튀기며 생태적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절대 파괴되면 안된다고 열변을 토했죠. 다른 곳은 이미 망가졌지만 여긴 아직 공사가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죠. 망가지기 전에 어서 빨리 가보라고 재촉들 하셨습니다.

얼마전에 그곳을 방문하고선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아마존 같은 원시적인 습지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곳곳에 크고작은 못이 있어서 막 악어라도 기어다닐 것 같았고, 버드나무 숲은 짙은 초록을 빛내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입구쪽 일부는 벌써 벌채가 이루어진 뒤였습니다. 그나마 안쪽으로는 남아있어서 들어가보았는데 공포감을 줄 만큼 깊은 곳이었습니다. 산에서 느껴본 적 없는 신선한 숲이었습니다. 4대강 곳곳에 이런 습지가 수두룩 했겠지만 이제 남은 곳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입구에는 이렇게 '금강 살리기' 사업을 시행한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느 곳이나 그렇듯 일부 꽃 단지와 체육시설, 그리고 생태습지가 조성될 것 같습니다.




입구 바로 옆에 있는 못입니다. 이곳은 강물과 계속 교류하는 곳으로 습지의 못 답지 않게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이 못 안에서 헤엄치고 있던 물고기입니다. 이렇게 생긴 물고기를 본 건.. 더더군다나 그것도 두 눈으로 물속에 있는 걸 본건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어류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어 도감을 봐도 잘 모르겠더군요. 무슨종이죠?




구름이 물에 들어갔습니다. 바람이 없는 날이라 그런지 거울을 놓아둔 듯 했습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간 곳의 작은 못입니다.
이곳은 꼭 진흙으로 된 것 같은 느낌이었죠. 악어가 풀숲을 헤치고 기어나올 것 같았습니다.




서쪽의 햇살을 받아 빛나는 숲과 못입니다. 어찌나 아름답게 빛나는지!!




습지와 육지가 맞닿은 부분에는 기다란 못이 있었죠.




그곳 건너편에는 버드나무가 일렬로 쭉 늘어서 있었습니다.
제가 서 있는 편에도 원래는 나무들이 있었지만 다 벌채가 되어 사라진 뒤였죠.




육지와 맞닿은 기다란 못입니다. 여긴 기분 나쁠 정도로 시커먼 색깔을 가지고 있었죠.




다시 숲이 시작되는 곳의 끄트머리입니다.
이 앞까지는 대부분 벌써 벌채가 된 후였죠. 가시박과 환삼덩굴이 기세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숲 속은 이들이 별로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만약 다 벌채를 한 후에는 가시박과 환삼덩굴의 천국이 될 것 같습니다. -.-




버드나무 뒤편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았습니다.




숲 안에서 바깥쪽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나오는 길에 멀리서 습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앞쪽의 하얀 간판이 4대강 사업을 알리는 표지판 입니다.




나오는 길에는 이렇게 공포의 빨간 깃발이 꽂혀 있었습니다.




두 대의 괴물이 그자리에 있었죠.




둑방 공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물론 4대강 사업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라고는 하나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 이들이 바로 안쪽까지 들어오게 됩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찾았습니다. 강 안쪽 안개가 살짝 낀 곳이 천내 습지 입니다.


앞에서 보여드린 사진은 습지 안쪽에서 찍은 사진인데 이건 육지 쪽에서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어떠세요?


천내습지는 1년에 한두번씩 범람하는, 금강 본류에서는 강변습지로써 원형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에겐 작은 벌레들이 득실거리고 땅은 질척거려 가까이 가기엔 불쾌한 곳이죠.
하지만 야생동물에겐 천혜의 보고입니다. 알려진 법적보호동물만해도 황조롱이, 부엉이, 퉁사리, 감돌고기, 돌상어, 두드덕조개 등이고
금강수계에서 거의 멸종했다고 알려진 어름치의 산람탑도 가끔 발견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일반적인 야생동물들은 수두룩 한 셈이죠.

상수원 보호구역이고 외진 곳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들의 접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탓에 이렇게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아있는 겁니다.
이곳을 불쾌하게 여겼던 사람들이 상쾌하게 만들기위해 죄다 밀어버린 후 '잔디를 심겠다',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을 만들겠다' 같은
별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속에 살던 생명들은 모조리 무시한 채, 그들과 우리의 연결성을 완전 잊은 채.

이곳을 지키기 위한 스페셜 프로젝트가 진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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