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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임박한 낙동강의 어머니, 내성천

강의 눈물

by 채색 2010. 8. 1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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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젖줄 낙동강에도 어머니가 있다는 것, 알고계신가요? 바로 내성천입니다.

내성천은 낙동강에 모래를 반 이상 공급합니다. 즉 강으로써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모래를 가져다 주고 정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수천년 그 이상을 낙동강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낙동강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젖과 밥을 먹이는 어머니같은 존재인 것입니다.

그런데 내성천이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바로 영주댐 때문이죠. 흐르지 않는 강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이곳 저곳을 휘저어 다니며 생명력을 전달해야 '어머니'로써의 역할을 할테지만 가만히 고여있는다면 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옛 말처럼 죽고 썩어버립니다.

영주댐은 99년부터 추진되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2002년도에 무산되었지요. 그 때는 영주시민 모두 힘을 합쳐 댐이 생기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끝난줄로만 생각했습니다. 이제 이곳에 댐이라는 것은 생기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4대강 사업이 문제였습니다. 4대강 사업이 추진되며 뜬금없이, 이미 무산되었던 댐 계획이 고개를 들이밀었습니다. 뜬금없는 계획에 따져물었지만 정부에서는 '이 계획은 사장된 적 없다. 그대로 추진되어 왔을 뿐이다. 4대강 사업과는 상관없다.' 라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마스터 플랜을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분명 4대강 마스터 플랜 안에 영주댐 건설이 들어가 있습니다.

마스터 플랜에 나온 영주댐 건설 목적은 '낙동강 본류 치수대책과 중,하류 수질개선' 입니다. 바로 이웃한 안동댐과 임하댐도 부족해 또 댐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중, 하류 수질개선을 위해서.

번뜩 이해가 안되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낙동강 본류에 갈수기가 되면 수질이 나빠지기 때문에 영주댐에 가두어두었던 물을 흘려보냄으로써 물을 맑게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면 즉 물그릇을 키우면 물이 맑아진다고 꾸준히 말해왔는데, 보의 물들도 갈수기 때에는 물이 썩는다는 얘깁니다. 바로 물은 고이면 썩기 때문에 썩은 물을 흘려보내고 영주댐의 새 물을 담겠다는 것이지요. 물의 양만 많으면 썩지않는다던 정부의 기존 입장과 대치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에 그대로 흘러가게 두었을 때는 그대로 식수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낙동강 수계에서 겨울 등 갈수기라 할지라도 식수가 모자란 적은 없습니다. 물론 수질이 조금씩 나빠지기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유입되는 오폐수를 정화한다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습니다. 댐을 지을 돈으로 오폐수 정화시설을 확충한다면 내성천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사라지기 전에 내성천을 다녀왔습니다. 많은 분들께 아름답다고 귀가 따갑도록 들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울진 왕피천에 처음 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강 중앙에 서 있는 사람. 중앙까지 가더라도 물은 무릎까지만 옵니다.
강의 모습은 거의 원시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래들이 곳곳에 쌓여있고, 비가 많이 안왔는지 작은 풀들이 모래톱에 자라있었습니다.




강으로 내려갔습니다. 새하얀 모래밭이 굉장히 눈이 부셨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내려온 무개념도 있었지만 고라니 발자국, 삵 발자국, 너구리 발자국 등 동물들이 지나간 흔적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저도 강 중앙까지 왔습니다.
맑은 물 아래에 황토빛이 나는데 이는 다 모래입니다.
내성천의 모래는 흘러 흘러 낙동강으로 향합니다. 낙동강의 모래 50% 이상을 내성천이 공급합니다. 제가 어머니라고 언급한 이유입니다.





이곳 모래의 깊이는 7m ~ 22m 라고 합니다. 엄청나지요.
강물은 모래 위 뿐만 아니라 저 깊이 모두에서 흘러가고 있습니다. 무릎까지만 오는 강이지만 실제로는 7~22m 의 깊이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걸을 때마다 모래는 발을 삼킵니다.
모래 속에는 차가운 물들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강은 두께 22m 의 엄청난 자연필터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역광에 비친 물결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수많은 모래 여울들이 셀 수도 없는 생명들을 살려냅니다.




여행자는 작은 사구에 앉아 휴식을 합니다.
모래위는 따뜻한 물이지만 발을 비벼 모래 속으로 넣으면 차가운 물이 온 몸을 시원하게 합니다.




주변의 푸른 산은 더욱 싱그럽게 만듭니다. 상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자박 자박 물위를 걷 듯 강을 건넙니다.




송리원 휴게소 앞 다리 위에서 강을 바라봤습니다.
물길은 몇갈래로 나뉘어 굽이칩니다.
강물이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아래 위로 계속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또 걸었습니다. 강물 위를 걷 듯.

정말 낭만적이었네요. 모두다 극찬을 아끼지 않았 듯 저역시 입이 닳도록 '진짜 좋네'를 외쳤습니다.




중앙에는 맑은 물이 양쪽으로 오염물질이 조금 쌓여있습니다.
이보다 상류에 아시아 최대 양계장이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강에 내다버리는 축사 폐기물로 인해 이렇게 됐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수백미터도 못가 다시 깨끗해진다고 동네 어르신들은 말했습니다.




이따금씩 깊은 곳도 나왔습니다. 그래봐야 허리춤까지 옵니다.




자연 제방 위에 자라난 이 버드나무들은 몇년동안 이곳을 지키고 있었을까요?
옛 사람들은 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버드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하는데, 우리 조상들이 심은 걸까요?
현대인들은 제방을 만들 때 석면섞인 돌과 콘크리트로 발라버려 땅과 강의 교류를 완전히 차단시킵니다.
조상들의 지혜를 느끼며 감탄합니다.





발이 아플 때도 됐지만 깨끗한 모래위를 걷기에 아무리 걸어도 즐겁습니다.
모래 덕분에 제 건강이 좋아진 것도 같습니다.




옛 기찻길도 지나가네요. 하지만 저곳도 수장될 예정입니다.




차를 타고 조금 더 상류를 지나갔는데 이곳에는 준설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이곳이 다 수장될 예정이라 그 전에 팔아먹으려고 하나 봅니다.


어떤가요? 세계에서도 거의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모래로 이루어진 하천입니다. 얼마전 환경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인 랜디 헤스터 버클리대 교수가 이곳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는 조금 걸어본 후 '아이가 된 것 같다'며 좋아했다네요. 그러면서 '그 넓은 미국에도 이런 강은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내성천을 극찬했다고 합니다.

그랬지만, 정말 극찬을 아끼지 않았건만, 그래도 이곳은 수몰됩니다. 제가 이 페이지에서 보여드린 모든 곳이 수몰됩니다. 여름 피서지로도 안성맞춤이니 혹시 사라지기 전에 우리땅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나... 궁금해 하신다면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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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방법은
일단 영주까지 버스나 기차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내버스 30번을 타고 평은면 사무소가 있는곳까지 갑니다.
지도에 나와있는대로 다리로 접근해 그 아래로 내려갑니다.
화살표대로 돕니다. 한 3시간정도 걸립니다.

단 시내버스가 많지 않으니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시내버스 시간표 -> http://tour.yeongju.go.kr/open_content/tour_information/traffic/urban_bus

승용차로 갈 경우에는 송리원 휴게소를 내비에 찍고 갑니다.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같은 방법으로 돕니다. 주차비를 받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길이라 괜찮습니다.

잘 찾아보시면 이 일대에서 민박을 하는 곳이나, 영주 시내의 모텔도 많으니 몇일 쉬다 오시면 정말 좋을겁니다. 진짜 좋습니다. 아름답습니다.


ps. 영주댐은 현재 물길을 돌리는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12월까지는 댐을 쌓기 전단계의 공사를 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댐을 쌓아올립니다. 내년 봄쯤 부터는 이 곳은 조금씩 물에 잠기겠죠. 영주댐에 대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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