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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의 아침해는 바닷속에서 솟아난다.

달려라자전거

by 채색 2010. 8. 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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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배를 탔습니다. 그리스 이구메니차에서 이탈리아 앙코나까지. 학생할인을 한 가격이 60유로 가까이 했습니다. 거리치고는 굉장히 싼 가격이었죠. 좌석란엔 'deck'라고 적혀져 있엇습니다.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하마유호'를 탔을 때도 'deck' 여서 이 데크가 그 데크와 비슷할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카펫이 깔린 넓은 공간에 딱 한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공간으로 조각 조각 나눠져 있는 구조였죠. 어쨌든 하마유호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목욕탕도 있어서 목욕도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탈리아행 배가 항구에 도착할 때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웬지 좋아보였고, 그런 탓에 괴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자전거를 한 쪽에 쳐박아두고 객실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선실 내부를 한참을 뒤져도 'deck' 라는 방은 전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원에게 물으니 '갑판'을 가리키며 저기가 'deck'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는.. 그러면서 바닷바람이 쌩~ 쌩~ 부는 갑판이었죠.



컥!! 표에 적힌 deck는 진짜 말 그대로 갑판이었던 것입니다. 따로 공간이 할애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충 아무데나 짱박혀' 있어라는 말이었죠. 황당했습니다. 입석도 이런 입석은 없었습니다. 배는 밤을 새우고 다음날 오후에 도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황당했죠.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매트리스에 침낭을 덮고 자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었죠. 아... 자전거에서 매트리스와 침낭을 가지고 오려고 다시 돌아갔지만 그 땐 접근로가 차들로 완전 차단되어 자전거 까지도 갈 수 없었습니다.




'바'에서 없는 돈으로 맥주를 한 컵 사 마셨습니다. 비참했죠. 그러다 복도에 늘어선 쇼파와 탁자들이 비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곳에서 막무가내로 잠을 청했습니다.




창 밖에서 붉은 빛이 새어 들어왔습니다. 아침이었죠. 눈을 뜨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어그적 어그적 좀비 걷듯 밖으로 나갔습니다. 여행에서의 이런 일출은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었죠. 또, 망망대해에서의 일출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늘은 점점 붉어지고 주변도 빠르게 밝아졌습니다. 순식간이었죠. 그러나 주변이 새벽 어스름으로부터 완전 벗어났다고 생각할 때까지도 해는 뜨지 않았습니다. 해운대에서, 지리산에서, 덕유산에서, 소백산에서, 설악산에서.. 경험했 듯 짙은 구름에 가려 해가 보이지 않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자리를 뜨려고 하는 순간!!








바닷속에서 해가 슝~ 솟아났습니다. 마치 끈적 끈적한 알 속의 보호막을 뚫는 것처럼.




눈을 의심하며 떴다 감았다 떴다 감았다를 한참 반복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바닷속에서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신기했죠...


사진을 확대 해 보아도 긴가민가 합니다. 붉은 태양이 너무나 확연하게 보이는데도 뭔가 의심이 됐습니다.



바닷속에서 뜨거움을 식혔던 태양이 다시 뜨거워지고 싶어 나오는 듯 했습니다. 아니면 어제밤에 죽었고, 오늘 다시 알에서 깨어나며 태어나는 것일까요.




알껍질이 태양에 걸려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 속에서 완전히 빠져나왔을 때는 그저 착시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분도 그 비밀을 목도했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그 누구도 우주의 신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슴츠레 눈을 뜬 상태로 저를 바라보는 듯 합니다.



해는 점점 떠올라 바닷물결 모서리에 붉은 빛망울을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수평선 멀리에서 강력한 등대가 이쪽을 바라보고 빛을 쏴대는 것 같았죠.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창에 비친 황홀함을 마저 느꼈습니다. 그리고 잠을 잤습니다. 정말 편한한 잠이었죠.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어나 밖을 나가보니 이런 시설이 있더군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날은 무슨 촬영이 있다하여 사용불가라 했지요. 어쨌든 그 주변을 멤돌며 일광욕을 하기도 하고 배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했습니다.

망망 대해를 바라보며 아침 해의 여운을 느껴보려 했지만 낮에는 그만의 광활함이 강한 탓에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맛이었죠. 좋았습니다.

바다의 짠내가 옷 구석구석 배었을 때 배는 목적지 이탈리아 앙코나에 도착했습니다. 무슨 영화세트장에 도착한 느낌... (다음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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